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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는 아이에 대한 생각

colorjinh 조회수 : 630
작성일 : 2016-01-18 01:13:36

과외한지 12년째. 저는 국어수업을 해요.
수업준비라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달라지더군요.
처음엔 교재를 열심히 봤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얘는 왜 이럴까?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아이와 할 수 없는 아이의 차이는 뭘까?
제법 오래 해온 것 같은데도 매번 새로운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아이들이 가진 의존성에 주목하게 됐어요.
고등학생을 가르치면 다음 시간까지 해와야 할 과제를 주기도 하지만 교재 하나를 정해주고 스스로 알아서 풀라고 하기도 하거든요. 아이가 방심하고 있다는 느낌이 올 때만 풀고 있는 지를 점검하지요.

한 학생이 유독 알아서 풀라고 한 교재를 매번 가져와서 점검을 요구하더라고요. 가만히 관찰을 해보니 이 아이는 공부를 의존적으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동시에 이 아이가 문제를 풀 때의 태도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문제를 풀다가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짧아요. 끝까지 생각해 보지 않고 선생님을 사용해서 쉽게 해결하는 것이지요. 공들여 공부를 해도 문제를 풀 때 끝까지 답을 찾아내려는 자세가 없다면 좋은 점수는 받을 수가 없지요.

어려서부터 사교육으로만 공부를 해왔고 자기 공부 시간은 적고 그러다보니 의존적 공부가 인이 배긴 듯 했어요. 과외를 하든 학원을 다니든 공부란 것은 결국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인데
이해가 안되는 것을 이해하는 방법도 선생님한테 질문하는 것이고
답을 못찾을 때 답을 찾는 방법도 선생님한테 질문하는 것이라면
학생 스스로는 언제 생각하는 법을 배울까요.
문제를 앞에 놓고는 추리하고 이치를 따져보고 기억해내고 확인하고 해야 생각의 능력도 커지는 것일 텐데요.

그 학생은 지문을 읽을 때도 비슷합니다. 글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며 읽지요. 줄줄이 읽어갈뿐 그저 단어 해석하기에도 바빠요. 글에서 얘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려 하지 않지요. 과제를 하거나 문제를 풀 때 나타나는 의존성이 지문 읽을 때도 보여요.
하지만 제가 고등학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제 눈에 보인 문제점들을 얘기해주고 교정해줄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네가 이런이런 습관이 있다고. 이건 어떤 마음가짐에서 출발하고 네가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 때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를 얘기해주면. 당연히 한번에는 못알아듣지만. 계속해서 얘기해주면 자기자신의 모습도 다시 보이고 조금은 성장하는 것도 같아요. 그렇게 아이와 한바탕 씨름을 하고나면... 이런 얘기 해주는 게 에너지 소모가 커서 저는 씨름하는 기분이예요. 암튼 씨름을 하고 나면 조금은 공부하는 자세도 달라지고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네요.

음... 글을 쓰고자 했던 이유는 의존성 문제가 아닌데 장황하게 얘기가 길어졌네요. 의존성 문제는 사실 설명하기도 쉽고 해결도 되는 문제 같아요. 쉽지는 않지만요. 그보다 요즘 저의 과제는 집중력에 대한 것이예요.

수능국어에 나오는 비문학지문은 5~7단락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이지요. 학생 하나가... 가상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있어요. 농땡이라고는 모르는 성실한 모범생이지요. 근데 이 아이는 비문학 지문을 읽을때 집중을 끝까지 못해요. 중간까지는 집중하고 읽다가 어느 순간 핀트가 나가듯이 읽은 내용이 머릿 속에서 사라져버리는데 그 문제가 해결이 쉽지가 않네요.
너무 열심히 하는 아이라 과부하가 걸렸나 싶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주면 집중력이 좀 좋아지려나 싶지만 그게 해결책이라는 확신이 안들어요.

시험시간 70분을 집중 못하는 아이는 흔하지만 지문 하나를 집중 못하는 것은 뭔가 아이가 힘들어서 인듯? 싶긴한데... 암튼 원인도 대책도 모르겠네요. 고3 올라가는 아이라 심적 부담도 많이 느끼고 일주일에 쉬는 날 단 하루도 없이 학원에 과외에 매일 6시간 이상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엔 과제를 하느라 바쁘지요. 일반적인 집중력을 가지지 못할 만큼 힘든 스케줄인데 그게 원인일 수 있을까요?

의존성의 문제도 한 아이에게서 발견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면이 다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해주는 것이 여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어요. 마찬가지로 집중력의 문제도 비슷할 것 같아요.

자려고 누워서 그 문제에 골몰하다가 답답해져서 이렇게 장황한 글 남기게 되네요. 짧은 글 하나도 다 집중 못하는 아이... 왜 그럴까요?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을까요?
IP : 175.223.xxx.18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응원해요.
    '16.1.18 6:25 AM (223.62.xxx.110)

    좋은 선생님이세요. 원글님.
    얼마전에 고3학부모님한테 자제분이 이런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한참을 고민하고 여러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국어공부를 잠시 접고 책을 읽었다고해요. 원래 책을 좋아하던 학생이어서 그런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희안하게 긴 책을 읽어내고 나니 지문이 읽힌다고 했다네요. 책을 읽는동안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 잊어버릴 수 있어서인지...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은 뒤 해결 방법을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고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하셨어요. 혹시나 도움이 될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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