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양가의 첫아이였어요. 그 이후로도 7년이나 지나 동생이 한명 태어났으니, 그동안 양가 조부모님들의 사랑을
온통 독차지하고 살았죠.
제가 맞벌이여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동생태어날때까지 할머니들이 봐주셨어요. 주 양육자는 외할머니였지만,
일이 있거나, 주말에는 거의 친가에 가서 지내곤 했죠.
그후 초등학생부터는 제가 키우긴 했지만, 양가가 가까이 살아서 자주 뵙고 아이에 대해서라면 끔찍하게 모든걸 아끼지 않고 다 해주셨죠. 첫정이라 더 그랬는지도 몰라요. 아이도 할머니들이라면 솔직히 엄마보다 더 좋아하기도 했구요.
그 이후에 태어난 사촌들이나 동생들에게는 그만큼 애틋하게 해주지 않으셨거든요. 양가에서 전부다요.
작년부터, 사춘기가 급속히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많이 힘들었었죠.
반항이 아니라 우울증 비슷하게 오면서, 거의 사람들이랑 왕래를 않고 말문을 닫더군요. 상담도받으면서,한 1년동안 저도 아이도 많이 힘들어하면서 지냈어요. 저는 이제 그냥 아이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 아이는 이제 내 품을 떠날준비를 하는구나 라는걸 받아들이는거죠.
그래도 아직 아이니까, 내 도움이 필요할때는 기꺼이 해주지만, 많이 아이를 놓아주고 반항을 해도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할머니들이 그걸 못 받아들이시네요.
할머니댁에도 일년에 딱 두번 명절에만 따라가고, 생신에 식당에서 밥 먹을때도 시무룩하게 폰이나 하면서 있죠.
그런데 할머니는 그 분노를 아이에게 표출을 하네요. '내가 너를 어릴때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펑펑 울고,
아이가 예전처럼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걸 받아들이질 못해요.
제가 '사춘기'라고 수십번 말을해도 ' 다른집 손자 손녀들은 안 그런다, 엄마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 그렇다 '면서
아이가 예전처럼 살갑게 다가와 주기를 바라십니다.
아이만 보면 자꾸 옛날처럼 하기를 바라는데, 아이는 만사가 귀찮으니 할머니 전화도 안 받고 하니 두분다 이제는 분노
를 저에게 푸십니다. 왜 아이를 그딴식으로 교육 시켜서 할머니를 싫어하게 하느냐죠.
오늘 아침에도 아이가 전화를 안 받으니, 저에게 전화하셔서 울면서 '나는 이제 xx 가 싫다~' 면서 난리를 치시는데
저도 짜증이 나서 '이제 그애도 컸으니 좀 놔두라고' 하니 '손녀 키워봤자 소용없다' 면서 울며 불며 난리가 났습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 바도 아니지만, 저도 중간에서 버겁네요. 그냥 여기다가 한풀이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