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은 혼자 살게 되어 있는 동물 3.

세네카 조회수 : 1,487
작성일 : 2016-01-10 19:30:00
뭐 좋은 제목도 아닌데 하지만 연달아 씁니다.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 3편으로 그만 쓰려고 합니다.. ;;; 새로운 제목으로 찾ㅇ 뵈; 

사두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가 
얼마 전 열어본 책이 있는데요.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 
숲 출판사에서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로 나온 책이고, 부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오래 된 질문. 

여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친구의 얘기를 합니다. 
그 친구는, 자기라는 사람과 함께 함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이 보낸 초대가 아닌 한,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서요. 특히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초대받은 이를 향해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의 초대면, 그 초대에는 더더욱 응하지 않았다고 씁니다. 

이 편지의 주제가 "우정"인데, 
우정이란 그를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바칠 가치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는 자기 생각을 보여줄 좋은 예로다 자기 친구의 경우를 거론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추게 되더군요.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손님을 향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들. 
세네카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증인이나 구경꾼이 없다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즐겁지 않을 사람들."

아 이 구절. 지금 읽으니 가슴을 치네. 몇년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혼자 산 지가 꽤 되는데,
혼자 먹을 밥을 하는 일이 즐겁고 장보는 일도 좋고 
그릇을 꺼내 이것저것 담아 식탁에 놓는 일도 좋고... 아 좋다!! 
이런 느낌은 요즘 처음 들던 것이었고 이게 좀 이상하고 신기했었거든요. 
세네카의 저 구절이 "너에게 밥은, 초라하든 호사스럽든, 혼자서도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바로 번역되어 들려오는 것 같았다는. 

당연히 늘 그런 건 아니고
사실 거의 반반, 어떤 땐 너무 지겹고 힘들기도 한데, 
그러나 전엔 결코 느낀 적 없는... 재료 손질해 음식을 만들고, 
만들고 나서 한 끼를 잘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두고, 
썼던 그릇들은 설거지해서 올려두고.. 이런 일들이 무슨 명상이나 심지어 기도.. 처럼 느껴진달까요. 
식탁 위에 폰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 틀어놓고 혼자서 저런 일 하고 있으면, 들끓던 마음이 서서히 고요해;지고 "저 너머"의 시공간으로 가는 것 같고... 

이상한데 그렇더군요. 내가 가장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 내가 먹을 밥하는 시간....;;;; 

밥하면서 느끼는 이런 충족감은, 
자식을 위해 혹은 다른 식구를 위해 먹일 밥을 할 때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일 것같고, 
그래서 혼자인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며칠 전입니다. 

This too shall pass.. 겠지요;; 
얼마나 오래 갈까 궁금한 중. 
IP : 203.229.xxx.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기 거시기 근데 말여요
    '16.1.10 7:58 PM (1.231.xxx.62)

    간혹 뉴스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독거 사내나 독거 처자가 죽은 채 부패되어 있거나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거나 불이 나서 죽었다고 간간히 보이는데 병들거나 기절했을 때 요리 하다가 가스불이 켜진채로 그냥 의식불명이라 화재가 난 걸가요? 적시에 병원에 실려가지 못해서 죽은걸까요?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한번 쯤은 남녀간에 꿍짝꿍짝 눈이 맞아 시집 장가 가서 얼싸안고 밤낮으로 뒹구는 시절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두번 다시는 네버 어게인일수도 있지만...이리 산들 저리 산들 삶이란 고달프고 피곤하니 단순무식하게 살다 홀연 때되면 가고싶어요.

  • 2. 저도
    '16.1.10 8:53 PM (27.1.xxx.126)

    혼자 요리해 먹으면서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감동을 받곤 하지만... 또 말씀하신 것처럼 충만해 지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한 구석에 항상 있네요.

    최근에는 이런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 반칙이다.
    마치 신앙으로 착한일을 하는 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랄까요.

  • 3. 세네카
    '16.1.10 9:13 PM (203.229.xxx.4)

    저도 님.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 으아아아, 완전. 완전 심오해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할 듯.

    그릇장과 조리대. 크지 않아도 이것들 제대로 있는 부엌에서 밥하면서,
    내놓는 것마다 눈 반짝이며 먹을 사람이 있으면 같이도 먹고, 없어도 혼자 좋다고 먹고..
    그럴 날이 올 것같아요.

  • 4. 그 행위들이
    '16.1.10 11:28 PM (117.111.xxx.88) - 삭제된댓글

    꼭 혼자여서 다를거란것도 오해입니다.
    기혼은 항상 밥상머리에 붙어앉아 꽁기꽁기 할거란 상상도 식상한 상상이구요.
    같이 있어도 혼자처럼, 혼자있어도 같이 있는것처럼..
    원글에 나오는 대목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는 상차림과
    행위가 자연스러워질때 행복? 한 것 같습니다.
    약간 초월한 느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존 행복한것 같습니다. 물론 기혼녀지만요.

  • 5. 세네카
    '16.1.11 4:47 AM (203.229.xxx.4)

    예전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몰랐던 것이라서요.
    (지금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요)
    어쨌든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
    지금처럼 고요한 충족감을 몰랐던 것이라서, 아 그럼 이것을 "혼자인 사람의 특권"으로 봐야겠다며.. 흐으. 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9768 돈 떨어졌냐? 영남권 신공항으로 또 영남지역에 돈 퍼 붓자고? 2 돈 퍼붓기 2016/05/22 993
559767 물 싫어하는 분 계세요 5 워러 2016/05/22 1,848
559766 시신기증하면 장례식도 치르지 않는다는게 사실인가요? 9 2016/05/22 3,754
559765 제주도 - 해비치호텔 vs 롯데호텔 - 어디가 더 좋은가요? 8 여행 2016/05/22 3,665
559764 스릴러물 보다 보니, 좋은영화들이 밍밍해 보여요 7 여름 2016/05/22 1,389
559763 살인 사건 때마다 왜 꼭 우발적 여부를 따지나요? 5 ..... 2016/05/22 1,034
559762 나이들수록 암내 심해지나요? 11 2016/05/22 9,805
559761 오해영 ㅋㅋㅋㅋ예지원 24 000 2016/05/22 9,417
559760 518 광주 유혈진압의 배후는 미국이다. 11 신자유주의도.. 2016/05/22 1,766
559759 내일 봉하열차 타고 봉하마을 가시는 분 계신가요 5 시월애 2016/05/22 814
559758 멋진 남자도 있다네 아름다운 남.. 2016/05/22 1,340
559757 락스물에 담궈둔 흰 바지가 분홍색이 됐어요ㅠ 14 주니 2016/05/22 14,521
559756 난 일베니 어쩌니 안 좋은 사이트는 다 안가는지라 잘모르겠는데... 13 메갈충 어쩌.. 2016/05/22 1,892
559755 특성화고1 수학 도대체 어디서 인강들을수 있을까요? 3 수1 2016/05/22 1,222
559754 지난번 오원춘 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집회가 있었나요? 5 심리 2016/05/22 1,059
559753 한국에 완두콩 파나요? 4 두심 2016/05/22 917
559752 바지가 밀란이라는데 4 몰라서.. 2016/05/22 1,101
559751 오십넘어도 부모 그늘아래 사는 사람보니 모태부자가 최고네요 20 금수저? 2016/05/22 8,340
559750 선풍기 ..다들꺼내셨나요..봄옷들도 정리 못한판국에 8 정리중 2016/05/22 2,732
559749 여기 메갈이와서 물흐리네요 56 깨끗한82 2016/05/22 3,561
559748 50대 중반녀..유럽여행도전중.. 영국여행질문입니다 67 씨리즈물이 .. 2016/05/22 8,922
559747 서울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 비치..학부모단체 "환수 입.. 2 샬랄라 2016/05/22 925
559746 이번 살해사건에서 이해가안되는 남자들 반응은... 18 .... 2016/05/22 3,138
559745 전기세가 갑자기 많이 나와요. 6 전기세 2016/05/22 1,794
559744 서울 강남권은 버버리키즈 많이 입나바요? 15 ㅡㅡ 2016/05/22 5,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