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은 혼자 살게 되어 있는 동물 3.

세네카 조회수 : 1,424
작성일 : 2016-01-10 19:30:00
뭐 좋은 제목도 아닌데 하지만 연달아 씁니다.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 3편으로 그만 쓰려고 합니다.. ;;; 새로운 제목으로 찾ㅇ 뵈; 

사두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가 
얼마 전 열어본 책이 있는데요.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 
숲 출판사에서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로 나온 책이고, 부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오래 된 질문. 

여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친구의 얘기를 합니다. 
그 친구는, 자기라는 사람과 함께 함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이 보낸 초대가 아닌 한,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서요. 특히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초대받은 이를 향해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의 초대면, 그 초대에는 더더욱 응하지 않았다고 씁니다. 

이 편지의 주제가 "우정"인데, 
우정이란 그를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바칠 가치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는 자기 생각을 보여줄 좋은 예로다 자기 친구의 경우를 거론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추게 되더군요.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손님을 향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들. 
세네카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증인이나 구경꾼이 없다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즐겁지 않을 사람들."

아 이 구절. 지금 읽으니 가슴을 치네. 몇년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혼자 산 지가 꽤 되는데,
혼자 먹을 밥을 하는 일이 즐겁고 장보는 일도 좋고 
그릇을 꺼내 이것저것 담아 식탁에 놓는 일도 좋고... 아 좋다!! 
이런 느낌은 요즘 처음 들던 것이었고 이게 좀 이상하고 신기했었거든요. 
세네카의 저 구절이 "너에게 밥은, 초라하든 호사스럽든, 혼자서도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바로 번역되어 들려오는 것 같았다는. 

당연히 늘 그런 건 아니고
사실 거의 반반, 어떤 땐 너무 지겹고 힘들기도 한데, 
그러나 전엔 결코 느낀 적 없는... 재료 손질해 음식을 만들고, 
만들고 나서 한 끼를 잘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두고, 
썼던 그릇들은 설거지해서 올려두고.. 이런 일들이 무슨 명상이나 심지어 기도.. 처럼 느껴진달까요. 
식탁 위에 폰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 틀어놓고 혼자서 저런 일 하고 있으면, 들끓던 마음이 서서히 고요해;지고 "저 너머"의 시공간으로 가는 것 같고... 

이상한데 그렇더군요. 내가 가장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 내가 먹을 밥하는 시간....;;;; 

밥하면서 느끼는 이런 충족감은, 
자식을 위해 혹은 다른 식구를 위해 먹일 밥을 할 때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일 것같고, 
그래서 혼자인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며칠 전입니다. 

This too shall pass.. 겠지요;; 
얼마나 오래 갈까 궁금한 중. 
IP : 203.229.xxx.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기 거시기 근데 말여요
    '16.1.10 7:58 PM (1.231.xxx.62)

    간혹 뉴스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독거 사내나 독거 처자가 죽은 채 부패되어 있거나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거나 불이 나서 죽었다고 간간히 보이는데 병들거나 기절했을 때 요리 하다가 가스불이 켜진채로 그냥 의식불명이라 화재가 난 걸가요? 적시에 병원에 실려가지 못해서 죽은걸까요?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한번 쯤은 남녀간에 꿍짝꿍짝 눈이 맞아 시집 장가 가서 얼싸안고 밤낮으로 뒹구는 시절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두번 다시는 네버 어게인일수도 있지만...이리 산들 저리 산들 삶이란 고달프고 피곤하니 단순무식하게 살다 홀연 때되면 가고싶어요.

  • 2. 저도
    '16.1.10 8:53 PM (27.1.xxx.126)

    혼자 요리해 먹으면서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감동을 받곤 하지만... 또 말씀하신 것처럼 충만해 지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한 구석에 항상 있네요.

    최근에는 이런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 반칙이다.
    마치 신앙으로 착한일을 하는 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랄까요.

  • 3. 세네카
    '16.1.10 9:13 PM (203.229.xxx.4)

    저도 님.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 으아아아, 완전. 완전 심오해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할 듯.

    그릇장과 조리대. 크지 않아도 이것들 제대로 있는 부엌에서 밥하면서,
    내놓는 것마다 눈 반짝이며 먹을 사람이 있으면 같이도 먹고, 없어도 혼자 좋다고 먹고..
    그럴 날이 올 것같아요.

  • 4. 그 행위들이
    '16.1.10 11:28 PM (117.111.xxx.88) - 삭제된댓글

    꼭 혼자여서 다를거란것도 오해입니다.
    기혼은 항상 밥상머리에 붙어앉아 꽁기꽁기 할거란 상상도 식상한 상상이구요.
    같이 있어도 혼자처럼, 혼자있어도 같이 있는것처럼..
    원글에 나오는 대목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는 상차림과
    행위가 자연스러워질때 행복? 한 것 같습니다.
    약간 초월한 느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존 행복한것 같습니다. 물론 기혼녀지만요.

  • 5. 세네카
    '16.1.11 4:47 AM (203.229.xxx.4)

    예전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몰랐던 것이라서요.
    (지금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요)
    어쨌든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
    지금처럼 고요한 충족감을 몰랐던 것이라서, 아 그럼 이것을 "혼자인 사람의 특권"으로 봐야겠다며.. 흐으. 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7419 강남고속터미널 전철역에 일본 헌옷 파는곳이 있네요 6 2016/01/11 2,101
517418 빚이 5000인데 매년 해외여행을 1-2회 가려고 한다면 ㅡ 9 dss 2016/01/11 3,352
517417 카라긴난같은거 안들어간 생강차 아시나요 2 생강차 2016/01/11 668
517416 진보라 김제동 좋다더니 그새 남친 생겼네요 2 ... 2016/01/11 2,180
517415 빌딩부자된 영어 강사 이시원 8 시원스쿨 2016/01/11 6,849
517414 1호선 멸치할머니를 찾습니다(mbc 리얼스토리 눈) 8 서은혜 2016/01/11 2,406
517413 초등생 피아노 시작 타이밍? 5 릴렉스 2016/01/11 1,452
517412 시몬스 침대 딥따 비싼데 진짜 가격만큼 좋을까요? 22 ㅠㅠ 2016/01/11 24,263
517411 편의점에서 파는 허니뱅쇼요,,, 1 ^^;; 2016/01/11 689
517410 6학년 남자 아이 친한 친구 문제 궁금합니다 2 ㅇㅇ 2016/01/11 1,135
517409 산마 갈아마신 수 구토, 설사, 눈충혈 ㅜㅜ 9 ... 2016/01/11 2,861
517408 번역할 수 없는 말들의 사전 20 물주형 2016/01/11 3,045
517407 회사 상사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퇴근하면서 울었어요 10 ,,, 2016/01/11 6,711
517406 푸켓 호텔선택 도와주세요 2 봄봄봄 2016/01/11 1,188
517405 제가 정환이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뜬금없는 이유 6 1988 2016/01/11 2,297
517404 서울역에서 아산병원 5 aaa 2016/01/11 2,819
517403 부모님 뜻대로 평범한 증권회사 직원이네요,,, 19 ㅡㅡ 2016/01/11 7,090
517402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땜에 집 다들 파셨나요? 2 양도소득세 2016/01/11 2,334
517401 아베, 평화헌법 폐기위해서 개헌시동..개헌세력을 모아라 3 평화헌법폐기.. 2016/01/11 279
517400 김제동은 여자들의 호구네요..호구 3 ..... 2016/01/11 3,836
517399 대형마트에서 할인된 밤을 샀는데 ..80프로가 썩었다면 10 망고 2016/01/11 1,665
517398 대학신입생 한달용돈 100만원이면 어떤가요. 34 . 2016/01/11 9,144
517397 전세금을 못받은 상태에서 이사간 집의 전입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 3 걱정이 이만.. 2016/01/11 1,090
517396 대왕 고구마 그냥 버릴까봐요.. 7 1111 2016/01/11 1,847
517395 너무 고상한 엄마밑에 자라서 힘들었다고 하면.... 3 유전자가 달.. 2016/01/11 2,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