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은 혼자 살게 되어 있는 동물 3.

세네카 조회수 : 1,411
작성일 : 2016-01-10 19:30:00
뭐 좋은 제목도 아닌데 하지만 연달아 씁니다.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 3편으로 그만 쓰려고 합니다.. ;;; 새로운 제목으로 찾ㅇ 뵈; 

사두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가 
얼마 전 열어본 책이 있는데요.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 
숲 출판사에서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로 나온 책이고, 부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오래 된 질문. 

여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친구의 얘기를 합니다. 
그 친구는, 자기라는 사람과 함께 함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이 보낸 초대가 아닌 한,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서요. 특히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초대받은 이를 향해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의 초대면, 그 초대에는 더더욱 응하지 않았다고 씁니다. 

이 편지의 주제가 "우정"인데, 
우정이란 그를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바칠 가치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는 자기 생각을 보여줄 좋은 예로다 자기 친구의 경우를 거론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추게 되더군요.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손님을 향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들. 
세네카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증인이나 구경꾼이 없다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즐겁지 않을 사람들."

아 이 구절. 지금 읽으니 가슴을 치네. 몇년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혼자 산 지가 꽤 되는데,
혼자 먹을 밥을 하는 일이 즐겁고 장보는 일도 좋고 
그릇을 꺼내 이것저것 담아 식탁에 놓는 일도 좋고... 아 좋다!! 
이런 느낌은 요즘 처음 들던 것이었고 이게 좀 이상하고 신기했었거든요. 
세네카의 저 구절이 "너에게 밥은, 초라하든 호사스럽든, 혼자서도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바로 번역되어 들려오는 것 같았다는. 

당연히 늘 그런 건 아니고
사실 거의 반반, 어떤 땐 너무 지겹고 힘들기도 한데, 
그러나 전엔 결코 느낀 적 없는... 재료 손질해 음식을 만들고, 
만들고 나서 한 끼를 잘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두고, 
썼던 그릇들은 설거지해서 올려두고.. 이런 일들이 무슨 명상이나 심지어 기도.. 처럼 느껴진달까요. 
식탁 위에 폰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 틀어놓고 혼자서 저런 일 하고 있으면, 들끓던 마음이 서서히 고요해;지고 "저 너머"의 시공간으로 가는 것 같고... 

이상한데 그렇더군요. 내가 가장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 내가 먹을 밥하는 시간....;;;; 

밥하면서 느끼는 이런 충족감은, 
자식을 위해 혹은 다른 식구를 위해 먹일 밥을 할 때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일 것같고, 
그래서 혼자인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며칠 전입니다. 

This too shall pass.. 겠지요;; 
얼마나 오래 갈까 궁금한 중. 
IP : 203.229.xxx.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기 거시기 근데 말여요
    '16.1.10 7:58 PM (1.231.xxx.62)

    간혹 뉴스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독거 사내나 독거 처자가 죽은 채 부패되어 있거나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거나 불이 나서 죽었다고 간간히 보이는데 병들거나 기절했을 때 요리 하다가 가스불이 켜진채로 그냥 의식불명이라 화재가 난 걸가요? 적시에 병원에 실려가지 못해서 죽은걸까요?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한번 쯤은 남녀간에 꿍짝꿍짝 눈이 맞아 시집 장가 가서 얼싸안고 밤낮으로 뒹구는 시절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두번 다시는 네버 어게인일수도 있지만...이리 산들 저리 산들 삶이란 고달프고 피곤하니 단순무식하게 살다 홀연 때되면 가고싶어요.

  • 2. 저도
    '16.1.10 8:53 PM (27.1.xxx.126)

    혼자 요리해 먹으면서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감동을 받곤 하지만... 또 말씀하신 것처럼 충만해 지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한 구석에 항상 있네요.

    최근에는 이런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 반칙이다.
    마치 신앙으로 착한일을 하는 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랄까요.

  • 3. 세네카
    '16.1.10 9:13 PM (203.229.xxx.4)

    저도 님.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 으아아아, 완전. 완전 심오해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할 듯.

    그릇장과 조리대. 크지 않아도 이것들 제대로 있는 부엌에서 밥하면서,
    내놓는 것마다 눈 반짝이며 먹을 사람이 있으면 같이도 먹고, 없어도 혼자 좋다고 먹고..
    그럴 날이 올 것같아요.

  • 4. 그 행위들이
    '16.1.10 11:28 PM (117.111.xxx.88) - 삭제된댓글

    꼭 혼자여서 다를거란것도 오해입니다.
    기혼은 항상 밥상머리에 붙어앉아 꽁기꽁기 할거란 상상도 식상한 상상이구요.
    같이 있어도 혼자처럼, 혼자있어도 같이 있는것처럼..
    원글에 나오는 대목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는 상차림과
    행위가 자연스러워질때 행복? 한 것 같습니다.
    약간 초월한 느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존 행복한것 같습니다. 물론 기혼녀지만요.

  • 5. 세네카
    '16.1.11 4:47 AM (203.229.xxx.4)

    예전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몰랐던 것이라서요.
    (지금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요)
    어쨌든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
    지금처럼 고요한 충족감을 몰랐던 것이라서, 아 그럼 이것을 "혼자인 사람의 특권"으로 봐야겠다며.. 흐으. 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31437 7월된 아기 열이 잘 안떨어지네요.: 4 .. 2016/02/26 500
531436 중등수학 무료수업에 낚였네요ㅠ 17 xdghj 2016/02/26 3,610
531435 15.12.17일자 - 정의화 "직권상정하느니, 차라리.. 11 정의장 2016/02/26 1,230
531434 앞으로 내과가 비전이 별루인가요 1 ㅇㅇ 2016/02/26 1,127
531433 제주도 탄산온천 주변 숙소 조언부탁드려요~ 6 부모님과함께.. 2016/02/26 1,579
531432 광주공항에서 목포 2 전남분께 2016/02/26 1,386
531431 급질문이예요~21개월 아가 독감~ 1 타미플루 2016/02/26 349
531430 고양이가 먹나요? 8 훈제오리고기.. 2016/02/26 1,285
531429 치인트 주인공은 박해진 맞죠?. 20 ㅇㅇ 2016/02/26 5,078
531428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신도시가.. 좋기만할까요?? 1 신도시 2016/02/26 513
531427 목디스크에 요가가 안좋다던데 필라테스는 괜찮을까요? 3 111 2016/02/26 8,280
531426 양치할 때 잇몸 아픈 거 3 ".. 2016/02/26 1,339
531425 LA 타임스 ‘국정원 권한 확장 위한 테러방지법 안된다’ 주장 .. 3 light7.. 2016/02/26 634
531424 중국어 질문 드려요. 2 ..... 2016/02/26 468
531423 현재로 최선인 실손내용 좀 알려주세요. 3 현재가능한 2016/02/26 448
531422 서울이나 경기도에 외국인학교 어디어디있나요? 10 0000 2016/02/26 1,973
531421 40살 전직 1 very_k.. 2016/02/26 1,011
531420 필리버스터 찬반 투표 5 ... 2016/02/26 741
531419 정의화의장실 전화 안받으시네요 6 ... 2016/02/26 955
531418 스트레스 해소로 짱입니다 ~ 12 꽃보다생등심.. 2016/02/26 3,486
531417 사이버 테러의 현주소 '진화하는 악플러' 1 ㅇㅇ 2016/02/26 439
531416 조혜련 대단한 사람이네요. 79 ..... 2016/02/26 30,868
531415 초4 올라가는 딸아이 가슴에 몽우리 정상인가요? 11 걱정되요 2016/02/26 5,597
531414 아 괜히 비례대표가 아니네요 11 11 2016/02/26 2,835
531413 필리버스터 3월 10일까지 진행할 의원님들이 계신가요. 2 궁금걱정 2016/02/26 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