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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은 혼자 살게 되어 있는 동물 2.

가을소나타 조회수 : 2,489
작성일 : 2016-01-09 20:45:33
어제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이어서 또 써봅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 영화 중엔 77년작 "가을 소나타"도 있죠. 
모녀의 애증에 대해 이 정도로 숨막히게 (진정, 보고 있으면 속터집니다. 머리도; 터지고) 보여주는 영화는 아마 없지 않을지. 각본도 베리만이 썼는데, 함축적으로 강력한 대사들도 많고 노골적으로 강력한 대사들도 많아요. 여하튼 감탄의 한숨의 연속이라는. 

7년만엔가 어렵게 재회한 모친과 딸은
밤에 두 사람만 같이 술을 마시게 되는데, 유년기에 모친이 남긴 상처들에 대해 
딸의 비난이 이어지죠. 영화에서 이 대목이 한 10-15분 정도 될 텐데, 
딸이 하는 말들을 다 새겨듣고 다 공감하면서 보고 나면,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만큼 
시끄럽고; 열정적인 대목. 

"딸의 불행이 엄마의 승리였어요. 
딸의 슬픔은 엄마에게 은밀한 기쁨이었다고요." 

이런 대사들을, 딸 리브 울만이 소리 꽤꽥 지르면서 합니다. 

모친 역을 잉그리드 버그만이 하는데, 
버그만은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피아니스트에요. 
리브 울만이 회고하는 유년기 기억에서 어머니의 연주회 여행(연주회를 빙자한 자식과 남편 두고 멀리 떠나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피아노와 음악에 대해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도 두 사람 관계가 어떤 관계일까를 보여줍니다. 쇼팽은 감상적 작곡가가 아니야...... 모친이 딸에게 하는 이런 말, 언뜻 보면 좋은 지적으로만 그칠 것같은 한 마디 거기에 딸의 인격의 부정, 자기라는 멋진 사람을 향한 경탄의 강요, 이런 게 담기게 하는 그런 놀라운 대사와 장면들이 있어요. 

하도 영화들마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 인격의 파탄 
이런 걸 다루다보니 베리만은 인터뷰에서 그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작 그는 (아버지가 목사였던가요) 당시 스웨덴의 다른 가족들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조금이라도 덜 억압적이었을 어쨌든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고, 여기저기서 어린 시절의 환상적인 추억들을 얘기하기도 하죠. 그 기억들이 자기 예술의 영감의 원천이라고. 

그런데 정도의 차이이지 피해가기 어려운 것같아요. 학대와 파탄은.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자랐다.. 라면, 한 10000 가족 중 1 가족에 속하는 행운이지 않을지. 

여하튼 (글이 길어지고 있으니) 
결혼하면 불행하고 모두 혼자서 사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이런 것은 아니고.......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끔찍한 일들, 
가장 작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의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고 이해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P : 203.229.xxx.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건 다른 얘기지만요
    '16.1.9 8:54 PM (59.9.xxx.6)

    흔히 유럽에서는 모녀관계에서 질투.경쟁관계를 자주 얘기해요. 이게 우리와는 다른 정서죠. 주로 왕년에 미모였거나 유명했던 엄마들이 늙어가면서 자기는 주목받지 못하고 풋풋하고 싱싱한 젊은 딸에 대해 질투하고 시기하는게 너무 흔해서 토크쇼의 테마가 되기도 하죠.

  • 2. 이건 다른 얘기지만요
    '16.1.9 8:55 PM (59.9.xxx.6)

    근데 저런 영화들 어디서 보나요 ?

  • 3. 가을소나타
    '16.1.9 9:00 PM (203.229.xxx.4)

    예전에 dvd로 봤던 것들이에요.
    도서관 dvd로 보고 나서 구입해서 갖고 있는 것들도 있고,
    각본 책들도 구입해서 갖고 있는 것들도 있고요. 다는 아니지만.

    그런데 모녀 관계에서 질투, 경쟁은
    사실은 우리의 경우에도 드문 게 아닌 거 같아요. 주위를 보고, 또 생각해 보면 볼수록.
    그 정반대도 있지만 (딸을 통한 대리실현이라거나.. 딸의 아이돌화;; 같은), 가을 소나타 같은 영화가 보여준 그런 모녀 관계에 거의 근접하는 관계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네가 나보다 더 재밌고 더 만족스런 삶을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가 기조인 모녀관계도 있더라고요. 대개는 모친은 그렇다는 자각을 못하고, 딸은 그렇다고 인정을 못하지만.

  • 4. 이건 다른 얘기지만요
    '16.1.9 9:03 PM (59.9.xxx.6) - 삭제된댓글

    또한 결혼은 공모다, 결혼한다는건 두너녀가 공모자가 되는것이라는 주장에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공검한다는.
    북유럽은 날씨가 워낙 특이해서 (긴 긴 백야와 추운 날씨와 햇빛이 적은 )데다가 유럽문화권에서도 많이 떨어져 있어 많이 다른데 암튼간에 저쪽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저 영화나 베르만 감독도 이해가 어려울듯 해요.
    오래된 프랑스 영화, 이윳집 여인도 우리나라 정서에서 보면 퇴폐적일뿐이라고만 보니까요. 7과 2분의 1도 우리나라사람들 전혀 이해 못하더군요. 그저 에로틱한 장면만 기억...빠리에선 알년내내 이 영화만 상영하기도 할 정도였는데.

  • 5. 재밌네요
    '16.1.9 9:04 PM (223.62.xxx.246)

    전 이상하게 어릴때부터 엄마가 나를 질투(?) 비슷하게
    한다고 느꼈었어요
    부부사이가 나빴는데 아빠가 저를 딸이라고 이뻐해주고 감싸돌았거든요 아빠없으면 얼마나 엄마가 괴롭히고 때리던지..

  • 6. 이건 다른얘기지만요
    '16.1.9 9:06 PM (59.9.xxx.6)

    또한 결혼은 공모다, 결혼한다는건 두남녀가 공모자가 되는것이라는 주장에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공감한다는.
    북유럽은 날씨가 워낙 특이해서 (긴 긴 백야와 추운 날씨와 햇빛이 적은 )데다가 유럽문화권에서도 많이 떨어져 있어 많이 다른데 암튼간에 저쪽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저 영화나 베르만 감독도 이해가 어려울듯 해요.
    오래된 프랑스 영화, 이윳집 여인도 우리나라 정서에서 보면 퇴폐적일뿐이라고만 보니까요. 7과 2분의 1도 우리나라사람들 전혀 이해 못하더군요. 그저 에로틱한 장면만 기억...빠리에선 알년내내 이 영화만 상영하기도 할 정도였는데.

  • 7. ...
    '16.1.9 9:07 PM (211.58.xxx.173)

    우리나라와 다른 정서가 아니라 단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주제를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것뿐일걸요.

  • 8. 이건 다른얘기지만요
    '16.1.9 9:11 PM (59.9.xxx.6)

    그러니까 서구 심리 분석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20대 이상의 딸을 둔 왕년에 한 미모했거나 유명인이었던 엄마들이 자신의 시들은 외모에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젊은 딸을 경쟁자로 삼아 질투 시기를 한다는거예요. 우리나라에선 못들어봤어요. 님말씀대로 우리나라 엄마들은 딸들에게 대리만족을 갈구하지요...

  • 9. 이건 다른 얘기지만요
    '16.1.9 9:12 PM (59.9.xxx.6)

    ...님. 그럴수도 있겠군요.

  • 10. 가을소나타
    '16.1.9 9:12 PM (203.229.xxx.4)

    어찌 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악에 대해서,
    그들만큼 정직하거나 어쨌든 탐색할 만한 정신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여유, 이런 것이 없었던 게 아닌가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잘못을 하고 살았나 반성해보자, 철저히 반성해보자.. 이러는 예술가들이 여기서는 아직 나올 만한 여유가 없는 건지도요. 그런 건 없는 척하고 그런게 보이는가 싶으면 서둘러 가려버리고.

    그런데 베리만이나 기타 유럽 영화 거장들은,
    그들 작품들 보다보면 보편적이지 않나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낯설다가 점점 더 보편적이게 되더라고요. 가을소나타 이 영화도, 애증의 모녀관계를 훨씬 넘는... 무엇을 담고 있고. 인간조건.. 그런 것의 탐구이고.

  • 11. 호주이민
    '16.1.9 9:41 PM (1.245.xxx.158)

    님이올리신 저번글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소개하신 영화들 꼭 보고싶어졌어요

  • 12. 이건 다른 얘기지만요
    '16.1.9 10:34 PM (59.9.xxx.6)

    제가 일주일째 컴이 고장나서 새로 주문했어요. 저 영화 보고나서 담번에 얘기 나누면 좋겠어요.
    저번에 이어 흥미로운 글 고맙게 읽고 있어요.

  • 13. 가을소나타
    '16.1.10 7:10 AM (203.229.xxx.4)

    네, 재밌게; (베리만 영화에는 해당하지 않을 말이기도 하겠지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베리만이 있었음 좋겠어요.
    성찰, 반성의 힘으로 끌어내는 완전한 이해, 문제의 정복 이런 느낌.
    사유 앞에서 악(evil)이 녹는 거 같은 그런 느낌.

  • 14. 이글
    '16.1.10 9:58 AM (203.226.xxx.101) - 삭제된댓글

    저장해 놓으려고 댓글 답니다. 성찰 반성의 힘으로 끌어내는 이해 ㅡ 이 대목에서 김현승 시인이 떠오르네요.

  • 15. ...
    '16.1.10 11:06 AM (211.209.xxx.28)

    지난번 글도 좋았는데 이 글도 참 좋네요.
    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절대 모를 영화를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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