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릴적 도둑 들었던 날 기억

ㅇㅇ 조회수 : 2,831
작성일 : 2016-01-06 12:27:22
제 나이 이제 40대 중반에서 후반이 되가는데. 70년대 중반 75년 혹 76년도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ᆢ아주 생생하고 영화장면처럼요ㅡㅡㅡㅡㅡ그때 6,7 살정도 였구요 ᆞ이태원 2층짜리 집에서 살았어요ᆞ엄마 아빠 오빠 저ᆞ두세 살된 동생 그리고 그당시 한 열하홉 스무살정도 된집일도와주던 언니가 같이 살았지요ᆞ저랑 한방썼구요ᆞ햇살이 아주 따사로왔고 교사이셨던 엄마가 그때 수술해서 병가내셔서 집에 계셨는데 엄마가 그날 카스텔라를 밥통에 만들어주셨어요ᆞ오빠랑 저랑 동생 앉히고 그리고 옥상에 빨래널던 같이살던 일하던 언니도 불러서 앉히시고 카스텔라 잘라서 우유랑 나눠주셨죠 김이 모락모락난. 빵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데 갑자기 현관문 열고 칼을 든 아저씨가 들어왔어요ᆞ엄마가 아저씨를 쳐다보며 일하는 언니에게 저랑 오빠랑 아기동생 데리고 골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라구요ᆞ들어가서 문잠그라고ᆞ 그러면서 엄마가 도둑아저씨 앞에 계속 앉아계시면서 ᆢ이쪽이 안방이예요ᆞ거기에 필요하실만한게 있을테니 무엇이든지 가셔가세요ᆞ돈이건 장신구건요ᆞ그런데 그리 많이 있지는 않아요ᆞ그래도 필요함 다 가져가시구요 ᆞ저희아이들만 다치지않게 도와주십시요ᆞ가실때 이 빵도 좀 가셔가시구요 갓구워 따뜻합니다ᆞㅡ엄마가 하시는 말씀 골방에서 듣던 저는 갑자기 현관문열고 나가는 소리가들리길래 벌벌떨었지요 엄마데리고 도둑이 도망갔나싶어서요 울었죠 골방에서 ᆢᆞᆢ조금 있다 일하는 언니가 문열고 나가길래 따라가니 엄마가 마루에서 도둑아저씨 신발신고 들어온 바닥을 닦고계셨어요ᆞ일하는 언니가 도둑어디갔냐구 물으니 ㅡ 빵만 가지고 나가더라 배가 고팠나보더라ᆞ그래서 현관문앞에 시장가방속 두었던 지갑에있던 현금 모두 주니까 사모님복받으실껍니다ㅡ하면서 나가더라ᆞ하시며 바닥을 닦으시더구요ᆞ오빠도 저도 막 울고 아기동생은 우리가 우니까 ㄷ따라울고 그러다 연락받고 아빠 오셨던 기억 나네요ᆞ그때는 도둑도 양심과 순박함이 있었던 생계형 도둑이었나봐요
IP : 211.201.xxx.11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과 어머님
    '16.1.6 12:32 PM (211.215.xxx.227)

    복받으세요
    그 도둑도 잘 되셔서 배곯지 않고 사시길... ㅠㅠ

  • 2. 어머님께서..
    '16.1.6 12:34 PM (211.201.xxx.173)

    그 날 여섯사람의 목숨을 살리셨네요. 원글님 가족과 그 도둑까지.
    빵을 들고 나갔던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3. 원글
    '16.1.6 12:35 PM (211.201.xxx.119)

    따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러진않았던것 걑아요ᆞ분실된게 없으니까요 돈도 엄마가 직접 준거니까요ᆞ그날 아빠 오셔서 짜장면 사먹으러 중국집가서 외식하고 왔어요 다같이 ㅎ

  • 4. 어머님이
    '16.1.6 12:37 PM (61.98.xxx.222)

    침착하게 대처하셨네요

  • 5. 왠지...
    '16.1.6 12:37 PM (116.39.xxx.31) - 삭제된댓글

    이 글을 다 읽고 나니까 마음이 따뜻해져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카스테라처럼요. 참 좋은 어머님을 두셨네요. 한 순간 나쁜 마음 먹었던 그 분도 지금은 잘 살고 계실 것 같아요.

  • 6. ㅎㅎ
    '16.1.6 12:41 PM (114.200.xxx.50)

    이와중에 밥통으로 카스테라 만드는 법을 검색하고 있는 나 ㅎㅎ
    어머니 대단, 저같으면 바로 기절

  • 7. 도둑
    '16.1.6 12:49 PM (125.239.xxx.132)

    그시대는 생계형이 많았을거 같네요, 어머님이 참으로 현명하게 침착하게 잘 대처하신거같아요.
    공포에 소리지르면 도둑들도 위협만 할려다 우발적으로 무슨짓할지 모르잖아요.

    저도 예전 중학교때 사립인데 그 학교매점을 이사장언닉가 했었어요, 중학생인 저희눈엔 할머니죠.
    방학지나고 그 할머니가 도둑한테 칼에찔려죽었다 하는 쇼킹한소식이.... 그 할머니는 인자한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이 돈만아는 매점할머니라고 저희학생들은 생각하고있었거든요, 아마 반항했겠죠, 소리지르고 몇푼않되는돈 지키려고 ( 제 생각에...) 갑자기 저도 예전기억이 떠오르네요.

  • 8. 따뜻한 동화
    '16.1.6 12:55 PM (211.34.xxx.167)

    기분좋은 동화를 읽은 기분이에요.
    어머니 현명하시고
    무엇보다 마음이 넓고 따뜻한 분이네요.
    그 도둑도 꽤 인간적이군요.
    등장하는 모든 분들 행복하시길..

  • 9.
    '16.1.6 12:56 PM (112.150.xxx.61)

    어머니 대단하시네요.. 그상황에서 그렇게 침착하시고 도둑놈도 천만다행으로 나쁜놈 아니었고..

  • 10. ㅇㅇ
    '16.1.6 1:14 PM (175.196.xxx.209)

    딴 얘기지만
    원글님 좀 사셨나봐요. ㅎㅎ
    그 당시에 카스텔라 굽는 것도 그렇고 일하시는 분도 있고
    집도 좋아보이니 도둑도 들어온거 같고
    어머님도 품위있고 현숙하시고 침착하시네요.

    따뜻하게 갓 구운 빵이 있다고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는거 듣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져요

  • 11. 궁금이
    '16.1.6 1:18 PM (211.44.xxx.253)

    카스테라,엄마친구분이 오실때마다 한판씩 구워주셔서 제가 무척 그 분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원글님 어머니께 배워갑니다.
    저두 어떤 상황이던 이렇게 의연하고 침착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빨리 파악해서 지킬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어요.(나이 사십넘어..^^)

  • 12. 오..
    '16.1.6 1:48 PM (116.127.xxx.116)

    어머님 참 대단하고 훌륭하시네요. 원글님이 어렸을 때면 어머님도 한창 젊으셨을 것 같은데.

  • 13. ...
    '16.1.6 2:09 PM (58.127.xxx.225) - 삭제된댓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네요. 그런 위급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신 어머니 정말 여러 목숨 살리셧네요.그 도둑도 아마 어머니 잊지 못할꺼 같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4. ...
    '16.1.6 2:09 PM (58.127.xxx.225)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네요. 그런 위급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신 어머니 정말 여러 목숨 살리셨네요.그 도둑도 아마 어머니 잊지 못할꺼 같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5. 원글님 어머니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16.1.6 2:12 PM (121.161.xxx.44)

    울 엄마와 완전 비교되네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셨으면 원글님은 훌륭한 사람~~

  • 16. 아후...
    '16.1.6 4:20 PM (218.234.xxx.133)

    칼 든 낯선 남자 앞에서 그렇게 침착할 수가... 전 못할 듯.. ㅠㅠ

  • 17. 왜 눈물날까
    '16.1.6 5:43 PM (218.55.xxx.60)

    어후~ 이글 읽는데 눈물이 펑펑 나서 혼났어요.
    어머님 너무 지혜로우시고 따뜻하시네요.
    아버님도 멋지세요.
    제 딸에게 너무 미안한 오후입니다.
    일 마치고 귀가하니 아이는 나가고 없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던 고등아이가 설겆이 다 하고 씽크대 분리수거까지 다 해놨어요.
    요즘 너무 피곤하고 신경 쓸일이 많은데 아이랑 부딪히기 싫어서 피했거든요.
    전 너무나 부족하고 못난 엄마예요.
    딸아 미안하다...

  • 18. ...
    '16.1.6 8:43 PM (39.127.xxx.209) - 삭제된댓글

    저희 은사님께선 강도가 들어왔는데
    사모님께 술상 봐다 달라고 하시고
    젊은이 거기 좀 앉아보게 그러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3시간여를 일장연설을 하시고..
    돈 쥐여서 내보내셨었어요.
    세달 후에 감사했다고 취직해서 월급 받았다고 정종사들고 돈 갚으러 왔더라는..
    돈은 안 받으시고 밤새 술 드셨더랬어요

  • 19. 홍두아가씨
    '16.1.6 9:20 PM (211.36.xxx.91)

    현명한 분들은 도둑, 강도도 감화시켜서 화를 피하는구요. 많이 배웠습니다.

  • 20. 지혜로운 어머니
    '16.1.7 6:34 AM (184.152.xxx.72)

    진짜 동화같은 이야기에 지혜로운 어머니 너무 훌륭하시네요.
    카스테라 밥통에 구우면 그 달콤한 향이 악한 마음마져도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게 만드나 봅니다.
    이런 감동사연은 학교책에 실어도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30366 팩트티비 생중계 - 김광진 의원 발언 중입니다. 10 의사진행 2016/02/23 907
530365 82가 다른곳보다 공격적인 댓글이 많은편이죠 ? 15 ㅁㄴ 2016/02/23 1,080
530364 고등학교때 장애부모욕한 애 장애부모됬는데 54 ... 2016/02/23 14,399
530363 정말 모르겠어요 3 이유 2016/02/23 537
530362 (급)스콘만들다가 밀가루를 다 써버려서 2 부침●튀김가.. 2016/02/23 726
530361 지인의 자녀 기일. 어찌해야 할까요? 11 조문 2016/02/23 3,965
530360 필리버스터 인지 방해연설 인지 ㅋㅋㅋ 24 자..82 .. 2016/02/23 3,260
530359 4월 결혼 앞둔 신부인 고민... 6 으니쫑쫑 2016/02/23 2,508
530358 권고사직 관련해서 노무사 찾아가보신분? 3 2016/02/23 1,348
530357 버니 샌더스도 8시간 37분을 혼자 연설했네요 3 필리버스터 2016/02/23 881
530356 강아지 분양받으실분들! 유기견어플 포인핸드 추천해요 ㅇㅇ 2016/02/23 751
530355 건강한 젊은 남자가 5년째 취직이 전혀 안될 수가 있나요? 28 .. 2016/02/23 10,862
530354 검은색 새치염색하다가 컬러변경되나요 6 Ll 2016/02/23 1,513
530353 김광진의원이 12시까지 계속 저리 말해야된대요.. 15 뉴스룸 2016/02/23 3,494
530352 용기가 안나요 ..너무 컴플렉스 덩어린데.. 10 abc 2016/02/23 2,458
530351 무기농 담양 쌀 맛없는 거 같은데 어떤 쌀이 좋나요? 2 gogos 2016/02/23 553
530350 더민주 김광진 의원, 1호 필리버스터..與의원 상당수 퇴장 20 직권상정 2016/02/23 2,247
530349 말리고싶어요 주말농장 2016/02/23 439
530348 경복궁근처 아침 먹을곳이나. 브런치 일찍 여는곳있나요? 8 .. 2016/02/23 2,641
530347 고구마 말랭이 집에 건조기 없는 사람은 어케 만들까요?? 10 고구마 2016/02/23 2,696
530346 겨울옷은 대체 몇달을 입어야하는건지 ㅋㅋ 안에 입을 옷이 없어요.. 7 미침ㅋㅋ 2016/02/23 3,461
530345 30대에도 순수하게 연애할수 있나요? 4 30대 2016/02/23 3,891
530344 퍼머 하면 항상 양쪽이 비대칭으로 나와요. 8 ... 2016/02/23 1,818
530343 지독한 겨울 8 hjk 2016/02/23 2,413
530342 4인가족 상수도 사용량 1 상수도 2016/02/23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