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말씀드린대로
오늘은 일평생을 '하나 사면 하나 아니 그 이상을 버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저희 아빠의 이야기 '독거노인 미니멀리즘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릴적 저희 아빠의 모습은
늘 정리정돈을 잘 하셨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꼭 버리는 등 버리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버린다 하면 아주 잘한다 하고 칭찬해주셨는데
반대로 저희가 버리지 않고 물건을 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반면 엄마는 부지런하고 깨끗한 분이시지만
물건이 아까와서 잘 버리지 못하는 분이셨어요.
깔끔한 청소에 비하면 정리정돈을 아주 잘 하시지는 못하셨어요.
다만 워낙 깔끔하시게 청소하셔서 집은 늘 깨끗했습니다.
이렇듯 엄마와 아빠의 성향이 다르니 이 버리는 문제로 가끔 싸우시기도 했어요.
저희 아빠에 대해 몇가지 더 이야기하면
저희 아빠는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시는데,
칼같은 정도가 아니라 늘 약속시간 전에 가세요.(출근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요)
10분정도 빠르면 심지어 30분 전에 약속장소에 가 있으세요.
어릴적에도 지금도 아빠랑 약속을 하면 저희가 아무리 서둘러 가도 늘 아빠가 먼저 와 계세요.^^
아빠는 사무직 노동자셨는데, 나름 멋쟁이셨어요.
어릴적에는 명동에 있는 양복점에서 똑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여러개 맞춰서 입으셨어요.
마치 유니폼처럼요.
잘 모르는 남들이 보면 맨날 똑같은 옷이겠지만 =.,=;
옷장을 열어보면 똑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주르르 걸려 있었어요.
아무튼 아빠는 그동안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아빠만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지 못하셨는데
저희가 독립하고 엄마가 돌아가셔서 독거노인이 되시면서
본인이 원하는바대로 사시게 되었어요.
우선, 집을 30평대에서 20평대(방2, 거실 및 부엌, 욕실1)로 줄이시고
식탁, 소파, 큰에어컨, tv장식대 및 그릇장, 큰 냉장고 및 김치냉장고, 각종 조리도구 및 그릇을 다 버리셨어요.
(저희가 나서서 기증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그리고 나이 드셔서 운전하기 힘들다고 택시 타면 된다고 차도 없애셨어요.
아빠가 집을 정리하고 새로 짐을 꾸리실때 저희한테 반복해서 하신 말은
"나 그거 필요없다"
새로 리모델링 해서 들어가신 집에는 방문, 도배, 몰딩, 씽크대 온통 다 하얀색으로 하셨어요.
거실에는 과장 하나도 없이
하얀벽에 벽걸이 tv, 시계, 벽걸이 에어컨
이게 다입니다.ㅋ
건너편 벽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2인용 아주 작은 소파(아니면 의자라도)와 2인용 식탁을 사 드린다고 했을때도
단호히 싫다고 하셨어요.
아빠는 단지 하루 3번 밥을 먹기 위해
집에 식탁이 있는 것 자체가 싫으신거에요.
귀찮더라도 잠깐 밥상을 폈다 접으면 되는거죠.
큰방에는 장농과 문갑이 있고, 작은방에는 화장대가 있습니다.
큰 신발장에는 운동화3개, 구두1개 그리고 현관에 슬리퍼 1개
옷장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옷 몇 가지들
화장대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화장품 2개와 향수1개
아빠가 가지고 있는 옷과 신발들은 당연히 평소에 다 사용하시는 겁니다.
씽크대 안의 최소한의 살림살이도 마찬가지구요.
아빠가 사용하지 않는 것, 필요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집에 없을 거에요.
만약 사용하지 않는다 싶으면 즉시 버리십니다.(버리거나 나누거나 기증)
문갑의 첫번째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메모지와 볼펜2, 후리펜1가 나란히), 본인의 여름 옷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아빠는 정확하게 아실 거에요.
아빠는 정리정돈 뿐만 아니라 깔끔하셔서 청소도 열심히 하십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닥을 밀대로 미십니다.(청소기도 없앴..)
물건이 없으니 청소하기도 아주 쉽죠(쓱쓱~)
근데 여기서 반전은
저희 아빠가 검소하고 소박한 분은 아니세요 =.,=;;;;;;;
백화점 가셔서 좋은 물건 사세요.
다만 집에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세요.
무언가 필요해서 사신다면 단호히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버리세요.
신발 하나 사면 신발 하나는 버리십니다.
진짜 검소한 분이라면 신발 자체를 안 사고 하나 가지고 계속 신겠지만 아빠는 사시기는 하세요
다만 하나 사면 하나를 버리시죠.
저나 동생은 청소 잘 하는 엄마나 정돈 잘 하는 아빠를 닮지 않았는지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집이 저희 집보다 훨씬훨씬 깨끗...
아빠 기준으로 보면 저희 집은 =.,=;;;;;;;;;;;;
다행히 저나 동생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는 노터치하십니다.
우리 아빠처럼 이렇게 사는게 능사는 아니겠죠.
요즘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유행인데, 모두가 그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게 살 필요도 없구요.
집집마다 가족수 및 구성도 다르고 집크기 및 형태, 인테리어 상황, 라이프 스타일도 다 다르니 각자가 형편대로 사는거죠.
다만 이게 단순히 정리정돈이나 인테리어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그리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작은 실천은 필요한 것 같아요.
음... 저는 이렇게 사는 할아버지도 있으니 그냥 참고하시라고 써봤습니다.
잠깐 후기...
제가 아빠께 아빠 집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니 좋아하시면서 사진은 안 찍냐고....ㅋㅋ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사진은 안 올리겠다고 하니 조금 아쉬워하셨어요.^^
우리가 정리를 하면서 물건에 대한 집착과 의지박약인 내 안의 저항을 만나기도 하지만
외부 즉 가족의 강한 저항을 만나기도 합니다.
저는 딸이 강하게 저항하지는 않지만,
주위를 보면 정리하다가 부부싸움 나기도 하고 그러다 강력한 저항세력에 의해 정리정돈이 멈추게 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도 이 저항세력에 대한 해결방법은 모릅니다.
저도 방법을 모르니
"정리정돈시 저항세력과의 평화로운 공존법 : 우리는 저항세력을 어떻게 제압 또는 포섭할 것인가?"에 대해
이번주 금요일 점심에 제가 판을 깔아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경험에 근거한 지혜로운 방법들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