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가 감사하게도 옷과 책과 장난감을 물려주셨어요. 좋으신 분이에요.
근데 저희 아이들은 2세와 6세. . 시누이의 14세와 10세 아이들이 쓰고 물려주신 것들이에요.
즉 우리집에는 2세~9세용의 옷과 책과 장난감이 어딘가에 있어요. 즉 8년치 물품들이 상시 존재하는 거죠.
지금 첫째 방. 거실. 창고 가보면 옷과 책들과 장난감이 가득가득한데 저희가 산 건 10%도 안돼요. 하도 많아서 처박혀져서 정말 좋아할만한 것도 시기 놓치는 것도 있고요. 솔직히 책 좋아하는 조카와는 달리, 우리 첫째가 책을 그리 안좋아해서, 영원히 안볼 것이 거의 확실한 책들도 많고요.
제가 야근 많은 직장 다니니 그 재고 정리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쉽지 않고요.
전 제발 좀 버리고 싶어요. 근데 뭔가 버리려면 남편에게 왜 버려야하는지 설명을 해야해요. 시누이나 시어머니가 주신 물건들이 많으니 저 혼자 버리기가 조금 그렇네요. 그리고 남편 물건들이라면, 지난 7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거라도 망가지지 않았으면, 앞으로 살다가 혹!시라도 쓸 일이 생길 수도 있으면, 버리지 말자 주의에요.
이걸 왜 버려? 고장나지 않았는데. 첫째는 안좋아했지만 둘째는 좋아할 수 있으니 놔두자. 첫째가 가끔 갖고 놀기도 해 (사실은 아주 가끔) 이거 정가는 비싼 걸걸? 이러이러한 상황이 생긴다면 (확률이 낮은) 쓰게 될 수도 있어 -식이에요. 뭐 버리려면 망가지지 않은 이상 대부분 반대하거나, 마지못해 나중에 동의하더라도 안좋아하는 티를 내는 것이 스트레스에요. 남편 입장서도 하나하나 버리자는 내가 짜증나긴 마찬가지겠지만. . .
일례로 둘째가 오랫동안 생기지 않아 신생아용 모기장을 제가 임의로 버렸는데,
지난 여름에 그걸 내가 버린 걸 알게 되자, 그 이후에 물건을 버리려고 하면 이 이야기를 꺼내며 "막상 필요할 때 없을 수 있으니 그렇게 막 버리면 안된다"고 이야기해요.
맥포머스 같은 좋은 장난감 사주고 싶은데 매일 난장판인 집 때문에 엄두가 안나 포기하고 나니 속이 상하네요.
그냥 내 임의대로 정리하면서 버리기도 해봤는데 남편이 우연히 알게되면 싫어하는 티 내고요. .
맞벌이라 저희 수입 합쳐서 천만원 넘어요. 저 정말 열심히 일해요. 내가 무슨 사치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낡은 장난감 버리고 새 거 사는 자유 정도는, 깨끗하게 집 꾸미고 사는 자유 정도는, 내 마음 대로 만끽해도 되는 거 맞죠? ㅠㅠ
전 생각 같아선 엄선해서 아이가 아주 잘 가지고 노는 거 제외하고는 지역맘 카페에 다 드림하고 내가 고른 것들로 새로 다 사고 싶어요. 장난감 고르고 사주는 재미도 좀 느끼고 싶어요. 이거 사면 집이 더 엉망이 될 거 생각하면서 심란해하지 않고요. 그리고 우리 거실, 창고, 아이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기분을 좀 느끼고 싶어요. 책들이 책장이 터져나갈 것 같이 겹겹히 비뚤비뚤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거 말고요.
장난감 사는게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이 엉망되는게 두려워 스트레스라니. 슬퍼요. .
님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조언 부탁드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