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양이와 함께

.... 조회수 : 919
작성일 : 2015-12-31 23:16:39
고양이와 함께 섣달그믐 밤을 보냅니다. 그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 지 모르겠군요. 아마 집사가 휴가 내고 집에 있어 기분 좋은 날 정도 될라는지.

나이를 한 살 씩 더 먹을 수록 마음이 더 밀도가 낮고 종잡을 수 없어집니다. 집중이 잘 안 됩니다. 프로기사들은 전성기가 20대 초반 정도이던데, 두뇌의 사용에도 신체 전성기와 비슷한 전성기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예상 외로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공부를 서너시간 아주 집중해서 하면 배가 무척 빨리 고파져서, 빵이나 단 커피 등으로 포도당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갑니다. 이런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는 한 끝차이가 중요하므로 타고나는 부분 역시 무시할 수 없어요. 누구나 열심히 연습해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면, 이제 다리가 길고 근력이 좋은 사람이 앞서가게 되는 거지요.

나이가 들수록 이런 고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생리적으로 프로그램 된 어떤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위치나 일상의 관심사의 변화만 원인이 아니라. 대신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는 능력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집중력이 가장 좋은 10대 후반에도 30분 공부 하고 10분 다른 책을 보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10분 공부하고 10분 노는 지경에 이르렀군요.

저는 분류와 정리보다 통합과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라는 걸 최근에 깨닫고 있어요. 이건 MBTI 같은 걸 할 때도 물어보는 질문인 것 같은데, 사람이 언제나 자기 성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가 하는 데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하여튼, 저는 저도 모르게 쏟아지는 아주 많은 정보를 대충 머릿속에 구겨넣고, 무의식 속에서 순간적으로 그 놈들을 이용해서 판단을 내립니다. 기억할 수 있는 작은 부분으로 잘라서 가능한 양만 분류해서 정리해 집어넣는 사람이 아니라요. 이런 방식이 제 전공에 별로 적합하지는 않은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결국 다른 부분에서 좋은 성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잘 되게 만드는 것은 저의 몫.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군요. 우리 고양이에게도 날마다 새로운 부분이 보입니다. 오늘 그는 처음으로 두부를 약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입에 맞는 것 같군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P : 118.32.xxx.11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2.31 11:33 PM (124.53.xxx.117)

    매우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과 평안한 저녁되세요.

    님 글은 언제나 평안하고 담백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자주 뵙기를..^^

  • 2. ...
    '15.12.31 11:46 PM (58.226.xxx.169)

    많이 공감가는 내용이에요. 저도 고양이와 새벽을 맞습니다. 행복하네요. 좋은 한해 되시길 바래요.

  • 3. ...
    '15.12.31 11:53 PM (1.241.xxx.21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지금 우다다중인 고양이들과 새벽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곧 2016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1441 2016년 1월 25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6/01/25 411
521440 시어머니 속을 잘 모르겠어요.. 속풀이 3 어쩌면 2016/01/25 1,825
521439 요리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ㅇㅇ 2016/01/25 427
521438 육개장 끓였는데 비쥬얼은 완전 좋은데 맛이... 14 리마 2016/01/25 2,337
521437 이번 총선 - 이미 한달동안 새누리당이 필드에서의 선거전은 압도.. 탱자 2016/01/25 600
521436 영어번역 하고 있는데 외롭네요.. 7 ㅗㅗ 2016/01/25 2,485
521435 나이 더많은 동서에게 반말해야하나요? 30 2016/01/25 8,713
521434 침실 풍수지리.. 14 da 2016/01/25 7,807
521433 시사매거진 2580 - 공포의 운전대 1 흉기차 2016/01/25 2,087
521432 홍삼정(36%)을 어떻게 먹는게 가장 좋나요? 1 복용법 2016/01/25 854
521431 표창원 교수 왤케 멋지죠? 7 엄훠나 2016/01/25 2,704
521430 좋은 부류와 어울리고 싶다면 아리엘 2016/01/25 1,086
521429 혼자 바다보러가면 외로울까요?? 5 고민 2016/01/25 1,352
521428 더워죽겠어요ㅜㅜ 4 2016/01/25 3,006
521427 아들두신 어머니들과 더치페이 이야기를 했는데 37 ... 2016/01/25 12,306
521426 왜 겹사돈이 터부시 되나요? 12 겹사 2016/01/25 9,528
521425 지금 컵라면 먹으면 안되겠죠 7 다이어터 2016/01/25 1,172
521424 화요일부터는 추위가 좀 풀리는 건가요? 2 ㅇㅇ 2016/01/25 1,402
521423 궁금한게있는데요...압력밥솥 판.. 1 2016/01/25 598
521422 마음이 따뜻하고 촉촉해지는 소설 추천해주세요 9 oo 2016/01/25 1,999
521421 공부하고 힘들게 살기싫다는 딸 12 고민 2016/01/25 11,175
521420 아들 태권도 보내는게 좋을까요 9 모처럼 2016/01/25 1,429
521419 조카 입대일 3 2016/01/25 1,321
521418 서명부탁)알바노조위원장 탄원서 4 아이들 위해.. 2016/01/25 395
521417 떡라면이 좋네요 5 ... 2016/01/25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