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예전에 길렀던 토끼

... 조회수 : 1,718
작성일 : 2015-12-29 19:40:01
예전에 토끼를 길렀어요. 발에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어 약을 먹여야 했는데, 예민한 토끼에게 쓴 가루약을 먹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요. 

토끼가 아주 좋아하는 게 있었는데 달콤한 배였어요. 그래서 하루는 그 배를 넓적하게 잘라 표면에 약을 뿌리고, 다른 조각으로 그 위를 덮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었지요. 그걸 내밀면 막 와서 와그작 와그작 먹어요. 그러다 약 맛이 나는지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하곤 했어요. 하지만 곧 다시 와서 와그작 먹고 또 도리도리. 하여튼, 그렇게 해서 약을 무사히 먹였어요. 

너무 말썽을 부려서 정말 기르기 어려웠어요, 게다가 털은 정말 고양이보다 훨씬 더 빠져서 온 집안이 털천지. 그래도 저를 알아보고 발도 핥아주고 자기 머리 쓰다듬으라고 칭얼거리곤 했어요. 신나면 공중 점프해서 허리 뒤틀고 내려오기, 겁나면 뒷발 쾅쾅 구르기를 했어요. 입이 닿는 건 다 갉아서 잘 감시해야 했어요. 안 그럼 마당의 나무건 전화선이건 스웨터건 다 갉아요.

나이가 들수록 조용해지고 머리털도 하얗게 되었어요. 나이가 들어 늙어죽었지요. 
IP : 147.46.xxx.9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2.29 7:50 PM (220.71.xxx.95) - 삭제된댓글

    반려동물 끝까지 책임지는 분들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들어요
    동물 관련해서 별 흉흉한 일들이 많아서

  • 2. ..
    '15.12.29 7:54 PM (211.112.xxx.36)

    예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해요.
    많이 보고싶으신가 봐요..

  • 3. ~~
    '15.12.29 8:03 PM (14.36.xxx.48)

    재밌게 읽었습니다

  • 4. 저희도
    '15.12.29 8:05 PM (14.35.xxx.104)

    토끼 길렀어요
    야채주면 맛있는 것만 쏙 골라 먹고
    대소변 훈련도 잘 하는 깔끔한 녀석이었어요
    잘 몰라 볼때도 있지만 쓰다듬어 달라하고, 주인도 찾고, 감정 표현도 하고요
    닥치는데로 갉아먹어 도배지, 방문, 책, 가구, 이불
    모든걸 아작 내놨지만 가끔씩 보고 싶어지는 사랑스런 울 토끼

  • 5. ...
    '15.12.29 8:11 PM (147.46.xxx.92)

    아 토끼가 누울 때 정말 웃겼어요. 조용히 누울 때도 있었지만, 주로 멀쩡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90도로 옆으로 그대로 넘어감. 쿵 소리도 나요. 엄마가 그거 처음 보고 배꼽잡고 웃으심. 우리 토끼만 그러는지 늘 궁금했어요.

  • 6. 연애의 정석
    '15.12.29 8:16 PM (14.200.xxx.248)

    지금 연애의 정석이라는 작년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아주 작고 귀여운 토끼가 나와요.
    토끼와 교감을 할 수도 있군요. 글을 읽으니 토끼도 원글님도 행복했을 거라고 느껴져요.

  • 7. ..
    '15.12.29 8:24 PM (115.136.xxx.92)

    저도 토끼 키웠었는데 안고 있는데 오줌싸고 주인 못 알아보고 그랬어요.
    이제 생각하니 훈련 못시킨 내탓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옥상에 풀어놓고 운동이나 하렴 했는데 한시간 후 찾아보니 없어졌어요.
    우수관도 찾아보고 뺑뺑돌며 다 찾아봤는데 없어졌어요. 뛰어서 내리기엔 벽이 높았고요(어른 어깨정도)
    아마도 매나 솔개 같은게 채갔나 보다 하며 미안해서 엉엉 울었어요.

    오늘 또 한번 미스테리해 지네요
    토끼는 정말 어디로 갔을까?

  • 8. 미니꿀단지
    '15.12.29 9:20 PM (1.252.xxx.82)

    저도 아기 토끼 두마리 키웠는데 스트레스에 민감한 토끼들 일주일 만에 죽고 한달뒤에 또 죽었어요 ㅠ 그 뒤로 강아지 키우게 되었고... 토끼가 주인을 못알아보고 전선이고 뭐고 다 갉아 먹긴 하더라구요...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뻗어 있는 토끼가 너무 충격이었고 많이 울었어요 ㅠ

  • 9. 배숙
    '15.12.30 12:35 AM (123.213.xxx.162)

    잘 읽었어요..담담하지만 사랑이 느껴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5904 강아지 미용 얼마에 하고들 계세요 25 얼마예요 2016/06/10 12,692
565903 도우미 이모님 사례금 6 음.. 2016/06/10 2,247
565902 요도염. 성병이면 남편 의심해야되는건가요? 11 ㅇㅇ 2016/06/10 7,182
565901 밖에 돌아다니면서 하는일 너무 힘들어요ㅜㅜ 6 ㄷㄴㄷㄴ 2016/06/10 2,145
565900 Y존 두드러지는 이유 38 ... 2016/06/10 34,092
565899 한계령 운전이요.. 5 metal 2016/06/10 1,754
565898 저녁 굶는거 요요오겠죠? 2 .. 2016/06/10 1,764
565897 언어 폭력에 시달리며 사는 친구 2 ㅇㅇ 2016/06/10 2,033
565896 이동식 에어컨 좀 추천해 주세요. 2 샤베트맘 2016/06/10 1,233
565895 입시치루신 선배맘님 조언구해요 7 마모스 2016/06/10 1,947
565894 구의역 사고로 숨진 청년 조문한 표창원 5 ㅜㅜ 2016/06/10 1,802
565893 ㅎㅎ천상의약속에 위장약이 자꾸 나오길래 4 천상의약속 2016/06/10 1,335
565892 주말에 잔혹, 혐오범죄 부각시키는이유 3 주말연휴용 2016/06/10 1,006
565891 이재명 성남시장이 왜 단식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8 그것이 알고.. 2016/06/10 1,410
565890 빌리부트캠프 운동하고 온몸에 알이 베였어요. 7 빌리부트캠프.. 2016/06/10 1,685
565889 전업주부들 - 양심불량 너무 많네요.... 61 나쁨 2016/06/10 21,818
565888 남편의 외도를 알았던 날 77 6월 2016/06/10 29,058
565887 수련회중 안경분실. 4 .. 2016/06/10 1,019
565886 민주당 왜이렇게 일을 못해요? 8 짜증난다. 2016/06/10 1,343
565885 11인승 카니발에 카시트 세개..몇명이나 더 탈 수 있을까요? 5 ..... 2016/06/10 1,233
565884 특정일에 꼭 특정인이 나오는 꿈을 꿉니다 ㅠ 2 어쩌다 2016/06/10 798
565883 사람이 필요 없어져 5 점점 2016/06/10 1,399
565882 캐나다 맥길대학원 나오면 성실하게 공부한건가요? 9 ㄱㄱㄱㄱ 2016/06/10 3,692
565881 유아초등 돌보미 2 조언부탁해요.. 2016/06/10 1,223
565880 '아버지와나' 에 나온 배경음악 궁금해요. 2 음악궁금 2016/06/10 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