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열이 좋아하는 시 - 벌레처럼 울다(류근)
벌레들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우는 것으로 생애를 다 살아버리는 벌레들은
몸 안의 모든 강들을 데려다 운다
그 강물 다 마르고 나면 비로소
썩어도 썩을 것 없는 바람과 몸을 바꾼다
나는 썩지 않기 위해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남김없이 썩기 위해 슬퍼하는 것이다
풍금을 만나면 노래처럼 울고
꽃나무를 만나면 봄날처럼 울고
사랑을 만나면 젊은 오르페우스처럼
죽음까지 흘러가 우는 것이다
울어서 생애의 모든 강물 비우는 것이다
벌레처럼 울자 벌레처럼
울어서 마침내 화석이 되는 슬픔으로
물에 잠긴 한세상을 더 건너자
더듬이 하나로 등불을 달고
어두워지는 강가에 선 내 등뼈에 흰 날개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