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평소에 사이가 좋고 싸우지도 않아요
그런데 어제 돌 지난 아이 앞에서 처음으로 고성이 오갔어요
남편이 요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전 아기를 돌보고 있었고
아기가 평소에 부엌싱크대에서 냄비와 냄비뚜껑을 꺼내서 뚜껑을 냄비에 맞춰보며 놀곤 했어요
그 날도 그렇게 놀고 있었고 전 아기가 그렇게 노는걸 보면서 옆에 앉아있었어요
남편은 냄비가 무거워 아기가 갖고놀기에는 위험하니 아기를 데리고 가 있으라 했고요
전 늘 하던거니 괜찮아 하면서 데리고 있었고
그렇게 일이 터진겁니다
아기가 냄비 손잡이를 잡고 이리저리 움직거리다가 냄비 손잡이에 아기 입술이 부딪혀 피가 났어요
아기가 놀라서 울었고 저도 당황했고
남편이 아기 입술에서 피가 나는걸 보고 사색이 되어서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뭐하는거야 여기 있지 말라고 했잖아 하면서요
아기는 울다가 큰소리에 놀라서 더 울고
저는 왜 소리를 지르냐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요
남편이 아기 입술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괜찮다고 했고
아기 괜찮은것 확인하고 저는 그때부터 남편한테 소리를 지르고
왜 아기 앞에서 소리를 질렀냐고 더 크게 고래고래 ㅡㅡ;;;;;
급기야는 방안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어요
그러고 몇시간 지나서야 나갔는데요
남편이 무릎위에 올려놓고 책 읽어주고 있더군요
엄마껌딱지라 엄마한테만 오려하던 아이가 저를 곁눈질 하더니 다시 책에 눈을 고정..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더군요 억지로 외면하려는 느낌..
아이가 낯설었어요
제가 옆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책 다 읽고나서야
아이가 조심조심 와서 슬픈 표정을 짓더니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만히 감싸요
제 눈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그순간에는 정말 아이 같지 않고 어른같았어요 표정이
잉잉잉 우는 흉내를 내더니 다시 아빠한테 가요
자기전까지 저한테 안 오더군요;;
몇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제가 소리지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것 같더군요
아.. 정말 싸우면 안되겠구나...
아이와 저 사이에 한순간에 확 경계가 생긴 느낌
아이는 저를 무서워했어요
그리고 아이도 다 알더군요
그 분위기...
하 진짜..어제는 진짜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