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협상을 두고 인도의 환경 운동가 반디나 시바는 “WOT 협상은 카길협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카길은 미국의 곡물 메이저 그룹의 이름이다. 카길의 대니얼 암스터츠 전 부회장은 198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농업협상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당시 미국 협상팀의 농업 대표를 맡았고 어네스트 마이섹 전 사장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대통령 수출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WTO 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카길과 같은 곡물메이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내세워 개별 국가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농업정책 및 식량․먹거리 정책을 끊임없이 축소하거나 철폐시켜 왔다. 지난 2004년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보호정책이었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WTO가 장기 표류하게 되자 곡물메이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대신 내세워 개별 국가의 독립적인 농업정책을 가로막고 있다.
카길을 비롯한 4대 곡물메이저는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 전 세계 곡물 저장시설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을 운송할 수 있는 선적 능력 역시 47%에 이른다. 이들 4대 곡물메이저를 통하지 않고서는 곡물의 국제 거래, 저장, 운송이 쉽지 않을 만큼 이들은 세계 곡물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곡물 수입은 특정국이나 이들 곡물 메이저 등 일부 기업에 편중돼 있다. 한국의 주요 수입 곡물인 옥수수, 밀, 대두는 대부분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에서 들어오고 있다. 한국 곡물시장의 72.9%를 카길, ADM, LDC, BUNGE 등 곡물 메이저와 마루베니, 미쓰비시와 같은 일본계 종합상사가 장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