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입니다만,
결혼하고도 프리로 한때 일도 했구요.
그런데, 하루 만땅 일하고 나서 저녁 나가서 먹자면
가끔씩 싫은 티 내는 꼴 보기 싫어서 일을 놓아 버렸네요.
저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 제가 필요한 것 제가 다 챙기고요,
어릴때 형제가 엄청 많은데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 손을 거의 안 탔어요.
저는 저의 모든 것을 제가 챙기기 때문에,
누군가를 나를 챙겨 준다는 것을 생각도 못하겠어요.
거꾸로 내가 누군가를 챙기는 것도 생각 못해요.
남편이 밥을 먹고, 물을 달라고 해요.
저는 결혼하고도
여자, 남자가 완벽하게 둘다 반반씩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 수입에 비해 남편 수입이 좋은데,
나날이 남편 수입은 뻥튀기 하고 제 수입은 언제나 뻥이 튀겨질지 모른 상황이었어요.
그 와중에 일을 놓은지라..
제가 약간 을이 되더라구요.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 물은 본인이 따다 먹도록 하는 사소한 일로 얼마나 많이 싸웠는지 몰라요.
여튼, 물은 본인이 떠다 먹습니다.
그러기를 몇년 하다보니, 이제는 알아서 알아서 남편을 챙기는
남편의 너스 노릇을 하고 있네요.
남편이 뭘 먹고 자기 전에 이를 안 닦고 자요.
말로 하면 안 들어서, 아예 치약을 갖다 주고요.
뭐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식사 시간 외에도 다 갖다 줘요.
들어오면 갈아입을 옷도 챙겨주고요.
술먹고 와서 옷도 안 벗고 잘 때는, 옷을 벗겨서 제 자리에 눕혀 줍니다.
부부라면 이 정도는 할 수도 잇고,
부부라도 엄연히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하라고 냅둬라 할 수 있겠는데요.
저는 누구의 챙김을 받아보지 못해, 이러는 제가
남편의 너스 같아요. 남편은 환자 같고, 제가 돌보는 간병인 같네요.
멀쩡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요.
(어쩔 때는 이것저것 챙겨주다 보면 우리 집에 오는 손님 접대하는 느낌도 들어요.
그러면 힘이 덜 들어요. 귀찮아 죽겠다 싶다가도 손님이다 생각하고 성심 성의껏 서비스 해주네요.
밥달라 사랑달라 .. 이무송의 노래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