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 까지 호남탓 (한겨례 만평) -
요 며칠간 글을 많이 써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겨례 만평은 그야말로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더군요.
(1) 일단 만평의 '소재'. 홧김에 서방질. '이혼한 여성'을 바라보는 구시대적이고 구태스러운 시각이 가장 먼저 걸립니다. 저 한장의 만편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건 어쨌건 간에) 이혼한 여성은 모름지기 이후 집에서 혼자 열녀처럼 지낼것이지, (여성은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판단을 할만한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괜히 바리바리 재산 싸들고 나서서 "불장난" 이라도 했다가는, 사기꾼에게 걸려서 다 털리고 말거라는 인식을 그 소재로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여성관도 아니고 말입니다. 만평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 (안철수와 호남의 연대에 대한 저주)가 뭐였던 간에, 이런 인식을 소재로 썼다는 거 자체가 역겹습니다. 21세기가 된지도 15년이 지났습니다. 세기말 마초 영화 매드 맥스에서 스토리를 움직이는 주인공은 여성인 퓨리오사입니다.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화법으로 시작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영화에서 포스의 선택을 받아 광선검을 휘두르는 것도 여성 캐릭터입니다.(갑작스런 스포일러). 미국 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확률이 여전히 상당히 높습니다. 아 우리나라는 이미 여성 대통령 .. 이런데 여전히 1900년대 초반에나 통할법한 여성관이라니요.
작가 본인도 찔렸는지 <20년전 만평에 나올 만한 상황> 이라고 까지 무려 주석을 달아주셨군요. 그 한줄 주석 달았다고, 이 만평 시각의 저질 스러움이 조금이나마 희석될 수 있는 건 아니닙다. 한겨례 신문이 주는 구시대스러움. 한겨례 신문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된 세력이 가지고 있는 정서의 아나크로니즘 (시대착오성)이 깊게 배어나오고 있다고 봐야 할겁니다. 안철수 의원의 이 표현이 다시금 생각이 안 날수 없습니다 -- "낡은 진보."
(2) 다음으로 또다시 결국 물어뜯는 호남. 만평에 "호남 패권주의 세력" 이라는 자막이 달린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만평에서 알수 있듯, 한겨례의 시각에서는 야권이 어쨋거나 잘못은 호남이 하는겁니다. 호남 패권주의라.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지금 새정연 주류가 호남인가요 친노인가요? 지난 10년동안 야권 주류세력이 누구였고, 공천은 누가 했고, 물갈이는 누가 당했는데 여전히 호남 패권 주의라는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10년도 넘게 야권 주도권 쥐고 말아먹었음에도, 그 야권 주류 분들의 시각에서는 한겨례 만평에서 들어나듯, 여전히 호남은 개혁의 대상이고 물갈이의 대상이고 비난의 대상입니다. 아무리 야권에 대한 그리고 지방에 대한 차별과 불합리를 몸으로 막아내고, 그러면서도 뭉쳐서 집중 투표를 해서 야권을 이끌어갈 자본을 계속해서 마련해 줬음에도 말입니다.
(3) 마지막으로 안철수 의원 및 그 지지자에 대한 무시입니다. 대권 후보 직전 까지 갔고, 야당 당대표까지 지내고, 탈당이후 무서운 속도로 지지율을 회복하고 정계 개편의 중심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철수 의원및 그 지지자들을 "지지율 로또 맞은 순진한 공돌이" 정도의 프레임으로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글쎄요, 당대표때 성적 (지방선거, 재보선)를 보나, 인사 청문회에서 문제 인사들 걸러낸 실력을 보나, 법안 입안 및 통과 실적으로 보나, 탈당 국면 이후 정국의 중심으로 다시 떠오른 정무 능력으로 보나, 누가 봐도 문재인 대표나 야권 주류보다 안철수 의원 측이 한두 수 높은거 아닙니까? 온라인 점령한 친노 지지자들이랑, 제일 야당 당대표 직위 호위무사 국회의원들에다가 한겨례등 야권 언론, JTBC 손석희 사장님의 지원, 외각 시민 단체의 진보 원로들 ... 이런 카드들 다 들고도 쩔쩔 매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밀리기만 하다가, 오밤중에 (그토록 악마화 하던) 정동영 전 의원 찾아가서, 감자 한박스만 받고 돌아오는 생쇼나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4) 이런 편견과 억지로 점철된 만평을 그리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급해졌고 위기감이 찼다는 겁니다.
박근혜나 여당한테는 이런 위기감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른 밥그릇' 가지고 공생하는 관계였거든요.
정작 자기들 철밥통을 만들어 주던 구도, 야권 기득권에서 꿀빠는 자리가 위태로와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그 구도가 뭡니까. (지네들이 보기에 묻지마 골빈 투표하는) 집중투표 해주는 호남표, (새누리당 싫어서 야권에 투표하는) 마지못한 야당지지자들의 야권표를 독점하는 독점 세력이 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보좌관 월급을 받다가 마지막엔 국회의원 시의원 나리 노릇 하면서, 대접받고 으리으리하게 어깨에 힘주고 사는 그런 인생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야권 대표 주자" 타이틀 독식이 필수 불가견이었습니다. 일단 야권 최대 주주인 호남에 대해서는, 인구 비례에서 영남에 밀린다는 핑계로 아예 호남을 왕따 시켜 버리고, 거세 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야권내 다른 세력이 될만한 정치인들은 전부 질근질근 밟아 버립니다. 그럼 안정적으로 무늬만 야당질 하면서 먹고살 길이 열리는 거지요.
정권 교체 보다는 야권내 기득권 유지가 훨씬더 중요한 아젠다인 이유입니다.
한중 FTA나 노동법 같은 것에는 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진 않지만, 선거구 개혁 만큼은 절대 양보 못하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경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토론 보다는 이데올로기 싸움만 하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철수로 대표될 수 있는 새로운 인물, 세로운 세력의 영입과 그 세력에 "투자"를 해줄 수 있는 호남의 화학적인 결합이야 말로 이 구도를 완전히 망가 뜨릴 수 있는 악몽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호남의 투자로 인해, 야권의 축이 안철수등의 '새야권' 세력으로 한번 꺽여버리게 되면, 수도권이나 기타 지역의 '비새누리', '마지못한 야당 지지자' 들은 그쪽으로 확 몰리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맹렬한 온라인 지지자 몇 만 명들을 아무리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런일이 벌어지면 결국 지금의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율을 정의당 지지율로 수축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참여정부 말기 열린 우리당 지지율로 말입니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