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의료기체험관 같은 곳을 매일 다니시는데
그게 매일 가서 하는건 무료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이니깐 가끔 상품을 사야한다네요?
그래서 침대에 까는 온열매트를 4~500백만원, 정수기를 2~300백만원을 주고 사셨다는데
제 기준으로는 이해가 안 가네요.
사오백이면 좋은 침대도 하나 사지 않나요? 무슨 정수기가 이삼백이나 한답니까?
그게 무슨 초음파가 어쩌고 음이온이 어쩌고 거기서 들은대로 줄줄 읊으시면서 그러시는데
진짜 할머니들이 사기꾼한테 사기당하는게 남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사기에 가까운 것 같은데 또 그걸 살만한 경제적 상황도 아니에요.
친정은 경제사정이 많이 안 좋은데 그 와중에 그래도 대학공부까지는 어떻게든 시켜주셔서
(이게 좀 애매하긴 한데... 어떨 땐 등록금 내 주셨고 어떨 땐 제가 빚 내서 냈고요.
스무살 이후 용돈 받아본 적 없고 저도 공부하면서 저 알아서 먹고 산다고 한창 좋은때 꾸미거나 놀러다니는 일 없이
정말 거지같이 살았습니다. 편의점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연명하던 때도 많았고요.)
어쨌든 공부 마치고 현재는 번듯한 직업 가지게 됐고 넉넉한 사정의 남편도 만나서 잘 살고 있습니다.
친정아버지도 일 그만두시고 지금은 놀고 계시고,
친정엄마가 아르바이트식으로 일 조금 하고 계신데 그래도 식구들 사는데 드는 돈에는 부족해서
생활비니 뭐니 마이너스통장만 쓰고 계시고 살수록 빚만 늘어나 제가 용돈 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학자금대출이니 빚이 많아 결혼할 때 거의 남편이 절 몸만 데려간 것마냥 시집갔고요
지금도 시댁에서 도움받는 거 많고 친정에는 퍼주기만 하는 입장인데
양가 용돈은 똑같이 드리고 하는게 남편한테도 미안하지만 남편이 많이 이해해주고 친정 챙겨주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는 용돈도 제 입장에서는 힘들게 드리는 거고요.
근데 그런 상황에 의료기를 기백만원하는 걸 산다니요.
듣고 놀라고 화가 나고 남편 보기도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저한테는 맨날 어렵고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빚이 얼마네 마통이 어쩌고 그런 얘기만 하더니 그럴 돈은 있으신지....
몸이 안좋으시면 차라리 꾸준히 치료를 받으실 것이지,
지금은 의료기업자들한테 완전히 세뇌되어서 오히려 저한테 막 역정을 내고 제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요.
(제가 의료인인데도요..)
엄마의 인생역정을 생각해보면
무능하고 바람피고 사고치는 아빠 때문에 고생 많이 했고 엄청나게 알뜰하게 아끼면서 저희 남매 공부시킨 분이긴 해요.
오로지 자식들만 생각하면서 투박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분입니다.
저도 그런 것 때문에 엄마에게 일종의 부채감 같은 것도 많고요.
화가 나기도 하면서 속상하고 민망하고 미치겠네요.
엄마가 계속 그런 데 다니면서 이해할 수 없는 소비를 한다면 그냥 용돈을 끊겠다고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까요?
남편 보기도 미안하고 민망합니다...
이런 얘기 남한테 하기도 어려워 여기에 올립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게 슬기로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