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이리 지난 일에도 자잘하게 생각하고는 짜증이 나고 할 까요?!
우리 엄마..참..!
엄마는 자랄 때 고생을 많이 했나봐요.
고생 모르고 자란 부잣집 외동딸이었던 할머니는 철이 없어서
결혼해 아이만 많이 낳고 살림을 전혀 몰랐답니다.
집이 기울어 겨우 먹고 사는 집에서 이웃에 누가 어렵다 하면 집에 있는 거 다 퍼 주는 성격이었다네요.
게다가 없는 형편에 자꾸 아이를 낳아서 엄마가 회사 다닐 때 갔다 오니 쌍둥이 동생을 또 낳아났더라합니다.
그 쌍둥이 삼촌들이 엄마랑 나이 차가 많이 나거든요.
하여튼 큰 삼촌이 있지만 전쟁통에 취업이 안 돼서 백수고
엄마가 회사 다니면서 집안 살림을 책임졌나 봐요.
엄마가 너무 착해서 버는 대로 갖다 바치고 희생했나 봐요.
그런데 연애해서 결혼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든다며 이불 한 채를 안 해 주셨다네요.
그러다보니 부모님 두 분 다 할머니에 대해 감정이 안 좋더라구요.
이모들은 자기들이 벌어서 결혼 비용 다 쓰고 돈도 많이 모으고 그랬다더군요.
그래서 엄마는 할머니께 한이 많고 가끔 할머니가 우리 집 오시면 앉혀 놓고 한풀이를 하더군요.
왜 그 때 내게 그랬어 그런 식으로요.
할머니는 담배도 피우고 먹고 싶은 거 먹고 80연세에 누웠다 하면 잠도 잘 주무셨어요.
우리 집에도 잘 안 오시는데 같이 사는 외숙모 한 번씩 숨 틔여 준다고 억지로 우리 집에 일 주일 정도 모신 거구요.
할머니 오시면 방 한 칸 차지하시고 담배 피면서 계셔서 저도 싫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 모시고 엄마가 우리랑 목욕을 갑니다.
그러면 할머니도 우리가 부축해서 모시고 탕에도 우리가 옷 벗겨서 입장시키고 그러면
엄마는 멀찍이 앉아서 보고만 있어요.
저도 할머니 싫은데 엄마는 우리한테 맡겨 놓는 거예요.
저도 엄마에게 할머니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할머니에게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그러니 싫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떨어져 있으면 착한 우리 동생이 할머니 맡아서 부양 다 합니다.
우리 엄마 그 때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싫으면 목욕을 안 오던지 엄마 엄만데 만지기도 싫으면서 왜
목욕탕은 모셔와서 우릴 괴롭히는지. 동생은 무슨 죈지..
엄마 일을 은근히 우리에게 떠 넘기고 멀찌기서 바라보면서 우리가 씻겨 드리고 하면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어요.
그 때 엄마가 얼마나 얄밉던지..자라면서 엄마에게 할머니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완전 엄마 마음이에요. 하지만 엄마가 할 도리는 한다고 할머니 이리저리 챙기는데
정말 터무니없이 모두 저에게 다 전가했던 거였어요. 마음만 쓰고 직접 행동은 제게 다 하게 한 거죠.
미워도 부모니 도리는 하는데 직접은 하기 싫고 제게 다 시킨 우리 엄마.
너무 싫었어요. 저도 지금 엄마 있으면 엄마가 할머니께 했듯이 한풀이 좀 하고 싶은데
벌써 엄마가 안 계시네요. 그리고 우리 엄마 참 좋은 엄마였지만 자식에게 할머니 험담 했던 건 나빴던 거 같아요.
이해는 하지만 지금도 할머니, 엄마 생각하면 제 마음이 복잡해 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