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랑랑 조회수 : 1,603
작성일 : 2015-12-10 05:54:29
6년전.. 첫아이 낳고 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입었어요.
병원생활 한달가량 하고 목발짚고.. 아이는 아직 어리고..
그즈음 신도시로 이사와서 사방이 공사중에 아는 사람 한명 없었어요..
주말부부로 지내다 내려온거라 남편은 그나마 지인이 많은 편이었구요. 시댁도 30분 거리에...

남편이 워낙 퇴근이 늦기도 했지만 워낙에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당구 좋아하고...
보통 11시 넘어 퇴근하고 술자리나 당구장 다녀오면 새벽 2~3시.. 심하게 늦을땐 5시.
본인은 주위에서 가자고 해서 어쩔수 없이 자리 지키느라 따라다녔다지만(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항상 남편이 앞장섬) 저는 그시간 너무 힘들었어요. 다리 아프고 아이 돌보고.. 하루종일 대화할 사람도 없고..워낙 좁은 동네라 맘대로 엄마들 모임 다니며 하소연 할수도 없고...

늦은 남편의 귀가와 잦은 시댁방문으로 싸우기도 여러번... 그 시절엔 그거 외엔 싸울 일이 없었네요.
시부모님들도 가까이 사시고 자주 뵙다보니 본의 아니게 저희가 싸운 것도 알게 되시고 .. 남편한테 총각습성 못 버리고 과음하고 늦다고 야단은 치시지만 항상 마지막에 화살은 저한테 돌아오더군요.

여자가 이러이러하면 남자가 밖으로 돈다. 남편한테 뭐 해줘라 저렇게 해줘라. 시아버지께서 옛날에 술을 엄청나게 드셨거든요. 거의 중독 수준으로....너는 양호한 편이라며 참고 살다보면 남편 정신 차릴 날 있다고.. 돈 벌어오니 무조건 참으라 하십디다.

2년 전부터 맞벌이 시작했는데 수입은 그냥 이동네 평범한 남자 직장인만큼 벌고...속깊은 이야기 다는 못해도 아이 친구 엄마들로 몇명 사귀었습니다. 운동 배우러 다니고 독서모임 나가니 아는 언니들도 생기구요. 일 때문에 오전에 잠깐씩 만나지만 그전처럼 입에서 곰팡이 생길것 같다거나 이러다 언어장애 올거 같다는 생각은 안하게 됐어요.

남편은 그 친한 친구들 거의 결혼해서 아이 어리니 같이 놀아줄 사람도 몇 없고... 술먹고 큰 실수 몇번 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니 거의 12시 전에는 옵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이 어릴때. 내 몸 아플때 나혼자 두고 일주일에2~3번씩 (많을땐 4~5회) 술먹고 당구장 다니고 했을때 제가 겪은 나름의 한을 몰라요. 아이 토하고 아프다고 전화했을땐 구급차 불러 가라고 한적도 있거든요.

얼마전에 시어머니께서 다리 수술을 하셨어요. 공교롭게 예전 저랑 같은 부위에요. 목발생활 하시다 지금은 살살 걸으시는데 아버니께서 퇴직 후에 당구에 재미를 붙이셔서 주 5~6일을 당구장에 가셔서 밤 11시가 되서야 오신대요
다리도 아프시니 집안일도 좀 도와주시고 하면 좋을텐데 낮에 나가시면 저녁도 밖에서 드시고 전화도 안 받으시고 하시나봐요.

저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시는데 마음이 솔직히 안 열리네요.
예전에 어머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그대로 다 기억나요. ㅜ
남편도 아버님이 너무 정도가 심하시다고 어머님 외로우시니 저한테 신경 좀 써드리고 하라고.. 우리 어머니 불쌍하신 분이라고 자주 이야기 하는데 ..
저도 모르게 남편한테 그랬네요.
어머님은 홀몸이시고 친구들도 계시지만...
난 어땠겠냐고.. 다리 아프고 애 둘에... 당신 올때까지 새벽 4시고 5시고 우는애 달래면서 기다린 세월 아냐고... 마음이 하나도 안 열리니 챙겨드리고 싶음 당신이나 챙겨 드리라 했네요.
내가 말 안하면 자기 엄마 생신도 기억 못하면서.. 효자행세 한다고 쏘아 붙였네요.

저도 잘한거 없는건 잘 알지만 한번 닫힌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지가 않네요.
IP : 220.77.xxx.19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받어
    '15.12.10 6:45 AM (211.110.xxx.49)

    울집에도 그런인간 하나 있어요
    오십줄 다가오고 그잘벌던돈 요즘 못벌고 팔심다되어 가는 늙은 노친네 나보고 위해 주랍니다
    혼자서 땅팔아먹고 외국여행 골프치러 다니기 술쳐먹고 외박하기 노름에 별짓거리 다하던인간이
    요즘 돈못버니 집으로 기어 들어오네요
    더런운 인간이 이제와서 가장노릇 한다고 나서는꼴이 웃겨요
    저도 잘하고 살생각 없어요

  • 2. 샤베
    '15.12.10 7:37 AM (202.136.xxx.15)

    우리집 인간도 비슷해요.

  • 3. hanna1
    '15.12.10 10:02 AM (173.32.xxx.28)

    속 시원하네요,,
    여기서 하도 열받을 글들이 많은데,,님은 잘하셨어요..
    제가 다 감사하네요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3147 우체국 간병비보험 괜잖은가요? 6 겨울비 2015/12/28 3,931
513146 한일정부 '위안부 타결' 발표. 할머니들 격노 49 샬랄라 2015/12/28 1,286
513145 밖에 나가니까 눈이 시리면서 눈물이 나는데..... 10 궁금 2015/12/28 1,617
513144 진짜 비싼 캐시미어 코트는 몇년 입어도 윤이 자르르 흐르나요? 17 보세 코트 2015/12/28 8,539
513143 엉뚱할 때 웃고 웃어야 할 때 무표정인 사람 5 표정 2015/12/28 1,070
513142 일본 외무상, 일본국가의 배상 아니다.. 발언 1 책임거부 2015/12/28 488
513141 극세사 이불이 3 후끈 2015/12/28 1,406
513140 40년만에 재현된 졸속 한일 청구권 협상 5 분노한다 2015/12/28 601
513139 술마시고 아이생기면 ㅜ 13 2015/12/28 3,349
513138 손오공(카봇, 터닝메카드)의 진실로 개떡같은 A/S 6 기막혀 2015/12/28 1,486
513137 반포대교 근처에 SnL 이라는 학원이 있던데요 ^^ (MSC같은.. 겨울이 좋아.. 2015/12/28 1,591
513136 피해자가 용서를 부탁받지도.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타결? 2 닭아웃 2015/12/28 911
513135 강제성과 국가배상 책임 비켜간 굴종적 ‘위안부’ 합의 한일협정 2015/12/28 416
513134 응팔 전국노래자랑 관련 5 오오오 2015/12/28 2,778
513133 어제 맥주마셨는데 2 000 2015/12/28 915
513132 신일 가습기 불량 한번 교환했는데 한달뒤 또 고장 행복 2015/12/28 1,042
513131 국어의기술0 인강은 어디서 신청하는 것인가요? 5 청맹과니 2015/12/28 2,055
513130 상대방이 공감능력이 없을 때는 대화 나누면 상처만 ㅠㅠ 6 한숨 2015/12/28 2,431
513129 19금) 출산후 증상 질문이요.. 5 놀람 2015/12/28 3,675
513128 앞으로 동네수퍼 나아가서 대형마트들이 살아남을수 있을카요? 11 2016 2015/12/28 2,343
513127 감기조심하세요 31 스벅 2015/12/28 3,557
513126 확실히 웨이트하니까 금방 살 찌지 않네요 17 ㅇㅇ 2015/12/28 4,165
513125 예비중등 방학동안 뭘시킬까요? 걱정이앞서 2015/12/28 836
513124 다큐3일에 마트 나온거 보니 생각나는 마트직원 32 ... 2015/12/28 5,751
513123 소장펀드 가입하려는데 추천해주실만한거 있나요 kk 2015/12/28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