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놀기만 하던 아이 재수해도 될까요 - 우리 아이의 경우

@@ 조회수 : 1,396
작성일 : 2015-12-03 14:45:59
앞에 글을 보고 제 아이 경우를 대략 써 봅니다.

중2부터 고3까지 영어학원 수학학원 뜨문 뜨문 다닌 것 이외에 공부하고 담 쌓았던 놈입니다.

아이 프라이버시라 자세한 것은 생략하지만

제 바람이 그저 고등학교 졸업이나 제 때 해주렴 하는 것이었죠.

그럼에도 가족들하고 사이는 좋았어요.

저나 애 아빠가 도를 닦는 시간들이었죠.

고3 수능 보러갈 때 시험문제는 그래도 열심히 보고와, 시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도록 하자 하고

보냈는데, 그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킨 넘이었요. 당연 원서도 못썼죠.

그러더니 자기 재수학원 보내줘도 되겠냐고 하더군요. 오케이 했더니 12월에는 수학과외를 하면 안되겠냐고

- 제 친구들이 넌 그동안 사교육비 쓴게 별로 없으니 그 정도는 써도 된다고 저에게 푸쉬를 - 

그래서 12월에 대학원생에게 수학과외를 했죠 - 선생님이 보시더니 중학교 과정을 복습했어요.

그리고 아이 스스로 동네 가까운 재수학원 알아보고 1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지요.

학원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일요일에도 자습하러 갔어요. 빠짐 없이

처음 반배치 고사 보고 중간 반에 배정 받았는데 아이 수능 성적을 보고 담임샘이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하셨다는데 그 반에서 내내 일등하고 한 번은 학원비 면제받는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자습은 체력이 달려 더 하지 못하고 학원버스 타고 등원 하원, 집에 와서는 그냥 잤어요.

일요일 아침에는 제가 가끔 데려다 주고,

국어는 모의고사 때 거의 만점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수능에서는 말아 잡숫고 - 본인 말이 국어 끝나고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대요, 근데 잘 추스러서 그 다음 시험에 집중 했더라고요

수학 사탐 일등급, 영어 두 개 틀려 이등급  

인서울 원하는 과에 갔어요. 남들이 모두 가야한다는 경영 경제 취직 잘 되는 과는 아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하면서 뭘 하고 싶은지 모색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고요, 제 남편 후배는 '이건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 사건입니다. 형' 했다더군요.

저는 그래 네가 언젠가는 인간이 되겠지, 내가 널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널 믿어주겠니 했어요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행복은 개뿔 공부를 더 시켰어야 했나

회의 한 적도 많고요.

아이들의 일은 아직도 끝이 안난거고 제가 죽을 때까지도 아이들을 염려하겠지요.

그래도 너무 빨리 아이들을 단정짓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IP : 175.125.xxx.1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5.12.3 2:55 PM (49.142.xxx.181)

    와우 정말 대박이네요.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일 맞아요.
    이런경우 정말 드물거든요. 대단합니다.

  • 2. 워니송
    '15.12.3 3:00 PM (211.36.xxx.39)

    아...너무 행복한 글입니다. 아드님 축하드려요~ 엄마가 더욱 대단하십니다.

  • 3. ㅇㅇㅇ
    '15.12.3 3:11 PM (121.144.xxx.16) - 삭제된댓글

    글에 답이있네요
    기다려주고 믿어주며 응원해주는 부모가 있었다는사실

  • 4. 희망기쁨사랑
    '15.12.3 3:22 PM (119.207.xxx.202)

    고마워요.막막한 터널에서 빛을 보는듯해요..
    그쵸......끝은 있죠????기다리다 보면......
    고마운 글 감사해요..^^*
    눈이 펑펑오는데 이 눈 만큼 복 많이 행복 많이 받으세요.

  • 5. 믿고 응원해주며 기다려주는 일
    '15.12.3 3:39 PM (175.114.xxx.185)

    ㅠㅠㅠㅠㅠ
    그거 아는데...진심 아는데...그게 잘 안돼요 ㅠㅠㅠㅠㅠ

    차라리 원글님 아이처럼 막 나가는 스타일? (죄송해요 ㅠㅠ)이라면 포기반 믿음 반 기다려줄 수 있을 거 같은데...공부도 찔끔, 노는 것도 찔끔, 뭐 하나 푹 빠지는 것 없이 조금씩 잘하거나 못하는 성실하지 않은 아이 ㅠㅠㅠㅠㅠ기다리다가 다 놓칠 것 같아서 힘드네요 ㅠㅠㅠㅠ

    좋을 글 읽고 우리 아이와 또 몹쓸 비교를 하고 있는 비루한 나를 발견하고 반성합니다 ㅠㅠㅠㅠ

  • 6. 세아이맘
    '15.12.3 3:48 PM (1.232.xxx.16)

    재수를 결심했는데 학원을 어디를 보내야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강동구인데 이과 에서 2,등급 3등급받는 수준입니다

  • 7. @@
    '15.12.3 4:04 PM (175.125.xxx.170)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제가 인간이 되는 ^^;;; 일이 더라구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냥 난 저 나이 때 다 잘했나 우리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이었나 생각해 보고요, 그리고 내가 낳고 키운 애이긴 해도 전혀 별개의 독립된 인간이기에 나와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엄마니까 모두들 포기해도 나는 포기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지금도 순간 순간 도 닦아요 ^^;;; 전 애 둘다 재수시켰는데 학원 고르는 것 까지 모두 아이들이 하게 했어요. 저는 돈만 내는 걸로. 잔소리도 해요, 엄마니까 잔소리도 해 준다 유세까지 하면서요.. 모두둘 홧팅하세요.. 우리는 부모니까요 ..

  • 8. 축하드려요.
    '15.12.3 7:43 PM (123.139.xxx.11) - 삭제된댓글

    말은 쉬워도 도 닦으시느라 사리가 많이 생겼을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셔요~^^

  • 9. ..
    '15.12.3 10:11 PM (210.179.xxx.76)

    너무 멋진 반전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5963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 합법 판결 1205 2015/12/04 403
505962 성대 중문 vs 서강대 중국문화 49 kiki 2015/12/04 4,055
505961 남편여권 제가 대리로 재발급받을 수 있나요? 9 날개 2015/12/04 1,504
505960 시중 떡국떡 추천좀 해주세요~ 49 떡국떡 2015/12/04 1,685
505959 완전 대박~~ 6 똑같아 2015/12/04 2,898
505958 배우자 외모를 봐야하는 이유...ㅡ.ㅡ;; 40 ... 2015/12/04 20,313
505957 튀김 두번째 튀길땐 기름 다 식은후 다시 불켜서 2 고구마 튀김.. 2015/12/04 1,114
505956 미래부, 박근혜 공약 '달 탐사' 내년 200억 들여 준비 14 세우실 2015/12/04 1,059
505955 좀전에 덕선이 남편글 지워졌나요? 응팔 2015/12/04 793
505954 전세 세입자인데요.. 옥외 철계단 미끄럼 방지 요청해도 될까요?.. 8 전세 2015/12/04 1,644
505953 패션지 아이템이 2 이건 또 2015/12/04 698
505952 한살림과 자연드림 케이크 다 드셔보신 분 9 생크림 2015/12/04 3,637
505951 엇그제 목욕탕 가서 때밀었는데요 10 목욕탕 2015/12/04 3,884
505950 캡슐커피머신 추천해주세요 9 문의 2015/12/04 1,448
505949 절임배추--- 롯데마트or 이마트 2 궁금 2015/12/04 1,198
505948 돌체구스토 쓰는데 캡슐값이 ;; 1 시네향 2015/12/04 1,439
505947 방산시장 가야하는데 그냥 뭉게고 있네요. 2 111 2015/12/04 858
505946 백내장인데 수술 안받으신 분들은..... 4 강동구처녀 2015/12/04 2,097
505945 알러지 때문에 눈, 코가 괴로운 분들은 이렇게 해 보세요. 7 따뜻 2015/12/04 1,873
505944 흔한 김밥 특별히 맛있는 팁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23 김밥 2015/12/04 4,382
505943 꽁치젓갈 담글때 꽁치젓 담글.. 2015/12/04 655
505942 로스쿨생 잘못 아니라 국가정책을 잘못한거죠 똑바로 2015/12/04 436
505941 전업이라도 다 같은 전업이 아니네요 부잣집 전업은 증여도 잘도 .. 18 마법가루 2015/12/04 6,714
505940 연말정산시 세액 공제받는 정치후원금 하셨나요? 2 잘살고프다 2015/12/04 727
505939 프랑스 극우정당 마리 르펭에 대한 예술가들의 공개서한 1 마리르팽 2015/12/04 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