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놀기만 하던 아이 재수해도 될까요 - 우리 아이의 경우

@@ 조회수 : 1,394
작성일 : 2015-12-03 14:45:59
앞에 글을 보고 제 아이 경우를 대략 써 봅니다.

중2부터 고3까지 영어학원 수학학원 뜨문 뜨문 다닌 것 이외에 공부하고 담 쌓았던 놈입니다.

아이 프라이버시라 자세한 것은 생략하지만

제 바람이 그저 고등학교 졸업이나 제 때 해주렴 하는 것이었죠.

그럼에도 가족들하고 사이는 좋았어요.

저나 애 아빠가 도를 닦는 시간들이었죠.

고3 수능 보러갈 때 시험문제는 그래도 열심히 보고와, 시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도록 하자 하고

보냈는데, 그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킨 넘이었요. 당연 원서도 못썼죠.

그러더니 자기 재수학원 보내줘도 되겠냐고 하더군요. 오케이 했더니 12월에는 수학과외를 하면 안되겠냐고

- 제 친구들이 넌 그동안 사교육비 쓴게 별로 없으니 그 정도는 써도 된다고 저에게 푸쉬를 - 

그래서 12월에 대학원생에게 수학과외를 했죠 - 선생님이 보시더니 중학교 과정을 복습했어요.

그리고 아이 스스로 동네 가까운 재수학원 알아보고 1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지요.

학원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일요일에도 자습하러 갔어요. 빠짐 없이

처음 반배치 고사 보고 중간 반에 배정 받았는데 아이 수능 성적을 보고 담임샘이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하셨다는데 그 반에서 내내 일등하고 한 번은 학원비 면제받는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자습은 체력이 달려 더 하지 못하고 학원버스 타고 등원 하원, 집에 와서는 그냥 잤어요.

일요일 아침에는 제가 가끔 데려다 주고,

국어는 모의고사 때 거의 만점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수능에서는 말아 잡숫고 - 본인 말이 국어 끝나고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대요, 근데 잘 추스러서 그 다음 시험에 집중 했더라고요

수학 사탐 일등급, 영어 두 개 틀려 이등급  

인서울 원하는 과에 갔어요. 남들이 모두 가야한다는 경영 경제 취직 잘 되는 과는 아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하면서 뭘 하고 싶은지 모색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고요, 제 남편 후배는 '이건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 사건입니다. 형' 했다더군요.

저는 그래 네가 언젠가는 인간이 되겠지, 내가 널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널 믿어주겠니 했어요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행복은 개뿔 공부를 더 시켰어야 했나

회의 한 적도 많고요.

아이들의 일은 아직도 끝이 안난거고 제가 죽을 때까지도 아이들을 염려하겠지요.

그래도 너무 빨리 아이들을 단정짓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IP : 175.125.xxx.1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5.12.3 2:55 PM (49.142.xxx.181)

    와우 정말 대박이네요.
    시사매거진에서 취재할일 맞아요.
    이런경우 정말 드물거든요. 대단합니다.

  • 2. 워니송
    '15.12.3 3:00 PM (211.36.xxx.39)

    아...너무 행복한 글입니다. 아드님 축하드려요~ 엄마가 더욱 대단하십니다.

  • 3. ㅇㅇㅇ
    '15.12.3 3:11 PM (121.144.xxx.16) - 삭제된댓글

    글에 답이있네요
    기다려주고 믿어주며 응원해주는 부모가 있었다는사실

  • 4. 희망기쁨사랑
    '15.12.3 3:22 PM (119.207.xxx.202)

    고마워요.막막한 터널에서 빛을 보는듯해요..
    그쵸......끝은 있죠????기다리다 보면......
    고마운 글 감사해요..^^*
    눈이 펑펑오는데 이 눈 만큼 복 많이 행복 많이 받으세요.

  • 5. 믿고 응원해주며 기다려주는 일
    '15.12.3 3:39 PM (175.114.xxx.185)

    ㅠㅠㅠㅠㅠ
    그거 아는데...진심 아는데...그게 잘 안돼요 ㅠㅠㅠㅠㅠ

    차라리 원글님 아이처럼 막 나가는 스타일? (죄송해요 ㅠㅠ)이라면 포기반 믿음 반 기다려줄 수 있을 거 같은데...공부도 찔끔, 노는 것도 찔끔, 뭐 하나 푹 빠지는 것 없이 조금씩 잘하거나 못하는 성실하지 않은 아이 ㅠㅠㅠㅠㅠ기다리다가 다 놓칠 것 같아서 힘드네요 ㅠㅠㅠㅠ

    좋을 글 읽고 우리 아이와 또 몹쓸 비교를 하고 있는 비루한 나를 발견하고 반성합니다 ㅠㅠㅠㅠ

  • 6. 세아이맘
    '15.12.3 3:48 PM (1.232.xxx.16)

    재수를 결심했는데 학원을 어디를 보내야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강동구인데 이과 에서 2,등급 3등급받는 수준입니다

  • 7. @@
    '15.12.3 4:04 PM (175.125.xxx.170)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제가 인간이 되는 ^^;;; 일이 더라구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냥 난 저 나이 때 다 잘했나 우리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이었나 생각해 보고요, 그리고 내가 낳고 키운 애이긴 해도 전혀 별개의 독립된 인간이기에 나와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엄마니까 모두들 포기해도 나는 포기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지금도 순간 순간 도 닦아요 ^^;;; 전 애 둘다 재수시켰는데 학원 고르는 것 까지 모두 아이들이 하게 했어요. 저는 돈만 내는 걸로. 잔소리도 해요, 엄마니까 잔소리도 해 준다 유세까지 하면서요.. 모두둘 홧팅하세요.. 우리는 부모니까요 ..

  • 8. 축하드려요.
    '15.12.3 7:43 PM (123.139.xxx.11) - 삭제된댓글

    말은 쉬워도 도 닦으시느라 사리가 많이 생겼을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셔요~^^

  • 9. ..
    '15.12.3 10:11 PM (210.179.xxx.76)

    너무 멋진 반전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6639 치과에서 신경치료후 약품넣었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요 00 2015/12/06 1,153
506638 택이 웃음은 너무 달콤하네요 25 응답해봐 2015/12/06 5,864
506637 혼자 사는데 힘쓰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나요? 13 ,,, 2015/12/06 3,001
506636 호주, 일본 집단자위권 법안 전폭 지지 표명 2 쥴리비숍 2015/12/06 828
506635 혹시 Keane 노래 좋아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17 보고싶은너 2015/12/06 1,520
506634 저는 응팔 켰다가 깜놀했어요 23 2015/12/06 16,465
506633 시간 1 콘서트 2015/12/06 582
506632 스마트폰 안의 mp3 음악을 mp3 기계에 다운받는 방법 알려주.. 2 아 컴맹 2015/12/06 791
506631 저는 남의 짜증에 너무 예민해요 2 g 2015/12/06 2,228
506630 (펌)사시존치론자의 실제생각 7 마인드맵 2015/12/06 1,755
506629 불법폭력시위때만 금지, 합법 시위때는 자유를 주자는 거던데요.... 6 복면금지 2015/12/06 623
506628 칠순잔치 축의금은 얼마? 2 궁금 2015/12/06 3,423
506627 20대 중후반인데 졸라....라는 단어 사용 어떤가요? 4 Dd 2015/12/06 1,323
506626 공부하나 내려놓으니 가정이 편한데 어떤게 현명한것일까요? 49 어중간한성적.. 2015/12/06 3,899
506625 전현무는 히든싱어 회당 얼마 받을까요? 7 00 2015/12/06 4,894
506624 죽을래도 8 2015/12/06 1,700
506623 맥커리 민자터널 부산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 요금인상 이유 5 쇼킹코리아 2015/12/05 1,734
506622 그것이 알고싶다..성도착증이 있는 연쇄살인범 8 무서워 2015/12/05 10,062
506621 복면 금지에 가면으로 맞선 민중총궐기 사진 모음 5 ㅇㅇ 2015/12/05 1,458
506620 김장통 옮기는거 때문에 싸웠어요 27 .. 2015/12/05 6,494
506619 그것이 알고 싶다 하네요.... .... 2015/12/05 984
506618 아랫니 유치가 멀쩡한데 뒤에 이가 나왔을 땐? 49 아우 2015/12/05 7,272
506617 유라 커피머신 직구하신분 있으세요? 4 유라 2015/12/05 4,267
506616 최근에 쓰고있는 화장품 2 화장품 2015/12/05 1,629
506615 너무 달게 된 돼지갈비 도와주세요~~ 6 돼지갈비 2015/12/05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