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제동씨가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

좋아요 조회수 : 2,941
작성일 : 2015-12-02 17:15:19

http://m.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87

ⓒ시사IN 이명익

은수미 의원님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시민으로서 이런 의견을 개진하고 싶습니다. 저쪽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수할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적은 저 앞에 서 있는 일선 경찰들이 아닙니다. 현수막을 만들든 편지를 쓰든, ‘당신들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라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밖에 나오면 농민의 자식이고 노동자의 자식입니다. 고관대작의 자식들이 시위대 앞에 서 있을 리 있겠습니까? 우리가 눈물로 훈련소에 보냈던 자식들이 저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분노는 차벽 그 뒤에 숨어 있는 분들에게 전달할 분노입니다. 경찰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근무 중이라 물이나 음식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나 통곡의 벽에 그랬던 것처럼 간절한 시민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붙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발언권을 줘야 합니다. 자식을 의무경찰로 보낸 부모님에게 발언권을 주어서 우리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말자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난 집회 사진 중에서 최루액이 들어간 경찰의 눈을 씻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 또한 잠재적 시민입니다. 집회 현장에 불려나온 경찰들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우리의 젊은이들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저 자리에 설 수도 있고 세월호에 있었던 아이들도 저들처럼 의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청년들을 지켜내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입니다.

전·의경 출신들이 후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너희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여기 이 자리에 서려면 새벽 몇 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으로 밥을 먹고 거리에서 추위와 싸우며 대기하면서 떨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너희 자리에 있는데 동료들이 시위대에게 맞는 모습을 본다면 나도 물대포를 쏠 것이고 나도 방패로 찍을 것이다. 그런 너희 마음을 이해한다. 시대가 이래서 너희를 그곳에 서게 했으니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그들을 위로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박수 한번 치고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의 주장을 굳이 격한 표현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2008년 쇠고기 협상 촛불집회 때 보여준 그 시민정신을 다시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촛불집회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집회가 끝나면 모두 다 함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복면금지법’ 같은 것을 제안한 명분이 사라질 것입니다.

야당은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말하십시오.

경찰을 ‘견찰’로 부르는 시민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적이 아니고 그들을 그곳에 내보내는 경찰 수뇌부가 문제 아닙니까? 그리고 그 수뇌부가 그렇게 지시하도록 압력을 가한 저 위의 사람들이 더 문제가 아닙니까? 물대포로 인해서 경찰 전체를 매도한다면 경찰 안에서 시민과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대한민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에 책임을 물으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전농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12월5일 집회 때는 깃발을 내리고 사람이 보이게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보여주려는 것은 깃발의 주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아닐까요? 깃발이 말하는 가치 안에 사람들을 묶지 않았으면 합니다.

깃발이 올라가면 사람은 휘발됩니다. 깃발을 내리고 사람으로 다가가면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가, 농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가 보일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누구인지 전농의 누구인지보다 내가 몇 살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며, 왜 여기까지 나왔는지 이야기한다면 훨씬 더 공감의 여지가 클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전농의 깃발을 내려도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민들이 함께 실현해줄 것입니다.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 우리 할 말 있어요’라는 제목의 발언대를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복면 안 쓸 테니 겁내지 말라고, 우리 IS 아니라고, 대통령님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말하게 하고 ‘복면 이야기왕’을 한번 선발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더 힘이 셀 수도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분노할 때 그 책임이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면, 울분이 있다면 우리를 욕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보다 더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야당이 왜 책임이 없습니까?
야당 의원들이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대통령이 없다, 그분은 이미 외국에 나가셨다.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이 앞에 있는 우리를 욕하시라, 대통령의 책임만큼 우리에게도 책임이 크다. 경찰이 물대포를 조준하면 시민들은 피하시라. 우리가 물대포를 맞겠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야당 의원들이 한쪽의 의견만 대변하지 말고 국민 전체를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만의 국회의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종편만 보는 사람이라도 이 자리에 나와서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집회에 나온다고 무조건 야당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편도 내 편도 아닌 사람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면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도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우리가 북한과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아무쪼록 12월5일 행사가 남 탓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어루만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IP : 112.145.xxx.2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똑똑한
    '15.12.2 5:22 PM (180.228.xxx.226)

    친절한 제동씨!
    12.30날 만나요.~~~

  • 2. 와우
    '15.12.2 6:35 PM (172.91.xxx.43)

    멋져요! 추천버튼이 있으면 마구 누르고 싶어요.

  • 3. 11
    '15.12.2 6:48 PM (183.96.xxx.241)

    아 너무 좋은 생각이네요 제동씨 고마워요~

  • 4. 아 긴글이라 패쓰하려다
    '15.12.2 7:10 PM (182.226.xxx.200)

    읽었는데 정말 짝짝짝!

  • 5. 지금도
    '15.12.2 9:47 PM (119.67.xxx.187)

    안철수. 문재인과 연락하고. 지냇면 제동씨. 이런 참신한 논리로 둘이 소통하고 타협하는데 역할부탁하고 싶네요!@둘다 꽉막혀 소탐대실. 야당 개헌저지선까지 의세 무서질까 걱정입니다!!!!박그네 장기집권으로 갈거 같아서 ㄷ두 초선간장. 종지들이. 야권붕괴를 만들거 같아 화납니다!!

  • 6. 추천버튼
    '15.12.2 9:55 PM (110.174.xxx.26)

    이 없는게 아쉽네요

  • 7. 우왕
    '15.12.2 10:04 PM (123.215.xxx.208)

    역쉬 ! 엄지척입니다

  • 8. 이런건
    '15.12.2 10:21 PM (112.173.xxx.196)

    베스트로 가야해요

  • 9. 추천없어도 추천 꾹!
    '15.12.2 11:40 PM (112.153.xxx.19)

    역쉬 김제동!!!!!!!!!!!!

  • 10. evans
    '15.12.3 12:36 AM (221.141.xxx.19)

    김제동이 야당대표보다 천만배는 낫네요.

  • 11. 추천
    '15.12.3 2:56 PM (115.140.xxx.166)

    동감!!! 소중한 제동씨~!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5155 정부가 안 하는 복지, 지자체까지 못하게 5 샬랄라 2015/12/02 613
505154 남편 기살리는 비법있으세요? 18 힘내라힘 2015/12/02 4,698
505153 결혼하신 분들..매일 저녁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49 mistls.. 2015/12/02 1,460
505152 82 쿡에서 안철수빠 아줌마들 불펜에 몰려가서 왼쪽 오른쪽 .. 34 ... 2015/12/02 1,354
505151 빨리 50이 됐으면 좋겠어요 6 ㅇㅇ 2015/12/02 2,817
505150 초등 기출문제 출력해서 볼수 있는데 아시는 분 계시나요? 3 블루 2015/12/02 1,261
505149 정부, 성남시 ‘무상교복’도 제동.. 지자체 복지 불수용 5 무상교복 2015/12/02 764
505148 연말 실내 모임에선 봄가을용 재킷 입고있어도 될까요? 2 ㅁㅁ 2015/12/02 1,105
505147 팟캐스트 정치방송은 안철수에게 저주를 퍼붓네요 26 ..... 2015/12/02 1,836
505146 김제동씨가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 11 좋아요 2015/12/02 2,941
505145 피부더러운데 이쁜여자 가능할까요 19 피부 2015/12/02 14,553
505144 선물고민 같이 부탁드려요 (60대) 8 선물 2015/12/02 922
505143 결정 장애..도와주세요(금호 설악vs 평창 알펜시아) 4 실바람 2015/12/02 1,006
505142 맛김치 고수분들께,,, 4 김치 2015/12/02 1,628
505141 수능 만점자 현황 보니까 48 궁금 2015/12/02 17,131
505140 서울인데 트리장식 사러 어디로 가요? 7 .. 2015/12/02 832
505139 핸드폰 요금 연체하면 연체료 있나요?아님 정지만 되나요 1 dsad 2015/12/02 853
505138 어떻게 년간 공부계획서를 세워야 하나~ 아돌아~ 2015/12/02 754
505137 금으로 씌운이 질문입니다 4 화이트스카이.. 2015/12/02 1,163
505136 지금 홈쇼핑에서 이순실 평양식 주물럭 드셔보신분~ 1 먹거리 불안.. 2015/12/02 1,336
505135 김윤진요 한국영화에서 연기못하는것같아요. 5 다리나야 2015/12/02 2,366
505134 압구정, 신사 등 요리 배울만한 곳 요리 2015/12/02 582
505133 설사를 지금 했는데 점심이 원인인가요? 어제식사가 문제일까요? 9 죄송.. 2015/12/02 2,408
505132 너무 피곤한데 방법 없을까요? 7 곰한마리 2015/12/02 1,542
505131 페인트 시공 해보신 분? 히히쟁이 2015/12/02 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