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도와 화살기도를 하면서 아무래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주로 기도가 개인적인 삶에 관한 것이 많았어요.
가령, 죽을 때 까지 내 손으로 목욕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랑
남편 하는 일이 절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잃지 않게 해달라는 거,
그리고 제발 돈을 가져간 사람의 일이 잘돼 저희에게 빚을 꼭 갚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들이요.
이 기도들이 물론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실 수 없다는 건 잘 압니다.
그런데 예를 든 저 3가지 기도 모두 가장 최악의 사례로 결과가 나타났어요.
그래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쳐요.
또 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니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드네요. 이제 저는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만 해야 할까요?
제가 원하는 기도를 드리면 역시나 가장 최악의 사태로 답을 주실 것만 같아서
이제는 정말 아무 기도도 드리고 싶지 않고 절대 기도란 걸 하지 말아야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기도를 드릴 수 없는데 미사에는 또 참여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제가 예로 든 저 3가지 기도가 하느님 보시기에 그리 잘못된 것인지,
그렇다면 앞으로 저의 기도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정말 이대로 영영 기도의 끈을 놓아버려야 하는지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기도가 하느님과의 대화라는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 사실 그 대화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제가 잘 몰라요. 그저 일방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제가 원하는
기도만을 드렸을 뿐이지요. 너무나 참혹한 상태에 있는지라, 아마도
저의 마음 속에서 하느님을 놓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끈을 놓고 싶지 않아 몸부림 치다가 이렇게 여쭤 봅니다.
믿음이 좋으신 분들의 현명한 조언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