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음식이 2가지 있어요
하나는 삶은 땅콩
제 고향에서는 이상하게 땅콩이 나오는 계절에 그걸 삶아먹는 유행이 있었어요
그 계절에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를 하면 너나없이 땅콩을 삶아서 가서 까먹고 그랬어요
그날도 다음날이 운동회 날이었는데 엄마가 땅콩을 삶으시더군요
삶은 땅콩의 고소한 맛에 홀려서 엄마몰래 꺼내먹다가 등짝을 싸대기로 맞았어요
그 땅콩이 오빠 담임선생님께 드릴려던 거였어요, 많이 맞은건 아니었는데
제 나이 불혹이 넘도록 아직까지 그 생각이 나네요
지금도 땅콩이 나오는 계절에는 삶아서 나혼자 원없이 까먹어요, 그 때 그생각을 하고
혼자 섭섭해하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하고, 이 나이가 될때까지 생각하는 나도 참 징하구나 하기도 하고...
또 하나는 김치죽이에요
김치죽은 김치랑 밥을 끓여서 먹는, 그닥 아름답지는 않고 그냥 편하게, 급하게 후루륵 끓여 먹는 음식이죠
형제들이 다 별로라 했는데 유독 저만 그게 좋더군요
비오거나 추운날, 감기걸린 날 맵고 뜨겁게 끓인 김치죽 되게 땡겼어요
하여튼 식구들 별로없어 단출하게 먹거나 나 혼자 있는 날 엄마가 그걸 끓여주셨어요, 내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대가족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거 이런거 별로 눈에 띄지도 않고 좋아한다고 해도 별거 없던 그 시절에
엄마가 유독 나 한테만 해주던 거여서 아직까지 김치죽 먹을때 그때 생각이 나요
엄마도 힘드셨겠죠, 없는 집에 시집와서 대가족 뒷바라지에 평생 시집살이 하셨으니...
엄마에게 섭섭하기도 하고, 안됬기도 하고 ,,그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