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타지방 분은 공감 못하시겠지만
부산서 태어나고 자랐고 10대 후반에 서울 와서 20년 이상 살았던 분들은 대충 이해하실 거예요.
이일화의 사투리는 분명 정통 부산 사투리 맞아요. 그런데 저도 시리즈 보며 내내 '어색'하다고 느꼈어요.
아래 글들에서의 지적처럼 연기를 못해서 그런 것도 있고, 고향 떠나 서울서 오래 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액센트가 묻어 그럴 수도 있구요.
그런데도 사투리 문제는 왜 자꾸 언급되는걸까 생각해 봤더니 일단 이일화의 외모와 캐릭터의 간극 때문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40대라 좀 삭았지만 사실 이일화가 20대 때는 굉장히 고급스럽게 예뻤거든요. 주연급으로 빵 올라간 적은 없지만 그건 본인의 자질 부족, 당시로는 뭔가 2% 부족한 외모, 그리고 뜬금없는 강인원과의 결혼 등 여러 요소가 있었죠. 그래도 분위기 있는 고급스런 느낌의 조역으로 잘 어울렸어요.
그러다 복잡한 사생활로 어영부영 연예계에서 사라지나 싶었고 다시 나타나도 이미 경쟁력을 잃은지는 오래. 그러다 성시워이 엄마로 나름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시리즈로 계속 나오는군요. 아마 연출팀과 합이 잘 맞았을 수도 있지만 성시워이 엄마 때도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어요. 도도하고 신비한 느낌의 차도녀 중년이라면 모를까 별안간 깨지는 경상도 사투리에 손은 대책없이 큰 중년 주책바가지 아줌마와 이일화의 외모에서 오는 갭이 너무 큰 거예요. 시리즈 3편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적응 안 됩니다.
물론 부산에서도 예쁜 아줌마가 주책스런 언행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일화처럼 딱 봐도 고급스런 분위기의 외모는 아닌 수준이죠. 실제로 이일화 성격이 그런지, 무식한지는 알 바 없지만 아무리 봐도 이일화는 말수 적고 신비주의 악녀에 어울려요. 아니면 차라리 천송이 엄마 역할이 더 위화감이 없죠.
그런데다 여러번 언급된 것처럼 이일화의 연기력 내지는 노력의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이왕 그리 교양이 깊지 않은 경상도 아줌마로 나올 거 확실하게 망가졌어야 하는데 사투리만으로 그걸 표현하려 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이미지화 시키려는 고급스런 차도녀 중년 여성이 자꾸 연기 중에 섞여서 사투리조차 억양이 이상해지고 괜히 고상해지려는 버젼이 연기가 돼요. 이걸 연출이 제대로 못 잡는 것 같아요. 이우정 작가가 차라리 연출을 했다면 그 지점을 잘 알았을 것 같은데요.
부산 사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일화같은 외모와 교육 정도를 가진 여성들은요, 골든타임에 나오는 송선미처럼 말합니다.
골든타임이 여러가지로 한국 드라마에서 신선한 측면을 가졌지만 그 중 하나가 저는 송선미의 존재라고 봅니다. 경상도 여성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잎을 확실하게 깼죠. 같은 경상도 사람으로 극에 함께 등장했던 홍지민이 비록 의사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푼수 여성으로 나온데 비해 송선미는 배울만큼 배우고, 자기 업에 최선을 다하는 경상도 여성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 같아서 대견하더라구요. 실제로 그런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드라마에서는 일정한 교육수준을 갖춘 경상도 여성은 전부 홍지민 심하면 이일화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있죠. 아마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위해 경상도 사투리가 소품 정도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 드라마에서 역시 의사로 나오는 신동미 사투리가 그야말로 서울사람이 어거지로 배워서 하는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이일화 사투리가 82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길래 저도 한번 덧붙여 봤네요. 부산 분들 중에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있을 수는 있겠지요. 어쨌든 결론은 최소한 고졸 이상에 외모가 그리 처지지 않는 여성들, 그 중에서도 직업이 있는 부산 여성들은 액센트는 있을 망정 공적인 자리에서는 송선미처럼 말한다는 겁니다. ^^ 혹시 안 믿기신다면 부산 백화점 가서 매장 여직원들 말하는 거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