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갱년기가 일생에 한 번 오는줄 알았어요
주위 이야기 들어보면 겪지 않고 넘기시는 분들도 간혹 있던데 저는 몇 년째 잠시 잠잠했다 심해지고
잠시 누그러졌다 확 올라오고 그러네요
돌아보면
사춘기도 제법 몸살을 하며 지나온 듯 해요
이유없는 공포로 옆에 사람이 있어도 골목 모퉁이를 돌지 못했고
빈 방에 들어가지도 못 했어요
가슴이 크려고 가슴 부위가 뜨겁고 가렵고 아파서 울며 뒹굴었고
첫 생리 무렵에는 오한과 두드러기와 몸살을 동시다발로 겪으며 어쩔줄 몰라 했어요
무엇보다 변성기 무렵에 목에 거미줄이 쳐진 듯한 손가락을 넣어서 휘저어 끄집어 내고 싶던
걸치적스러움은 수 년 동안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도 밥도 꿀맛이었고 잠도 꿀맛이었고
감기몸살이 왔다가도 목욕하고 와서 약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감기도 낫고 거울속의 얼굴은 뽀얗게 윤기가 흘렀고
친구들이 놀러와 함께 잠들던 밤
책을 읽느라 새벽에야 간신히 잠들던 밤
그래도 아침이면 새 기운을 얻고 세상이 반짝거리고 예뻤던 날이었는데
갱년기는
그 무엇도 맛이 없어
몸은 한없이 고단한데 잠은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고
거울 속의 모습은 퀭하여 육신 어느 곳도 반짝 거리지 않고
재미있는 것도 없어
친구들도 가족도 귀찮기만 하네요
갱년기가 이 정도면
나중에 노환기는 얼마나 힘들지 덜컥 겁이 나고
친정엄마의 짜증과 억지가 또 한편으로는 이해되면서
나중에 내 노환기와 아이들의 갱년기가 맞부딪혔을때 혹여 아이들에게 추한 모습 보이면 어쩌나
그런 모습 안 보이게 적당히 살게 해 주세요 손 모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