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한테 우리 이제 세상 그만 살고 같이 가자 하고 싶은 맘이 들어요.
남편이 수입이 없어서 제가 벌어서 살아요.
남편은 앞으로도 벌 일 없을 거 같고 이제껏 벌어 놓은 것도 없어서
이제까지 어렵게 살았고 제가 벌어서 살아왔어요.
이제 애도 다 커서 직장 잡았지만 아주 멀리 살고 있고
우리와 사이도 소원해서 일년에 몇 번 연락 안해요.
그러니 우리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닥 큰 충격은 없을 거라 생각되고
나머진 어른들인데 어른들이야 옛날 사람이라 살면서 여러 흉한 일을 봐도
그래도 살아 있는 목숨은 살아야지 하는 사고가 지배적일테니 견뎌 내시겠지 하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냥 남편하고 같이 그만 살면 어떨까 생각 드는게 일단 앞으로 살면서
어떤 희망도 없고 그렇다고 다 신나게 하루하루를 사는건 아닌 건 알지만
우린 나이도 들었고 그런데도 집도 없고 일자리는 계약직이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직장 남자 상사가 제가 기안한 일이 무척 맘에 안 들어서
전화를 해서는 한 말 또하는 식으로 그리고 무슨 악에 바친 사람같이 쏘아대는 통화를 했어요.
저는 말씀하신 내용 잘 알겠다 하고 끊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저한테만 그런게
아니라 그 사람 스타일이고 그래서 첨 왔을 때 다른 사람이 상사 스타일을 얘기해주었지만
막상 듣고 나니 모욕감이 느껴지고 앞으로는 또 어떤 얘기를 듣게 될까 싶은게
이렇게 하면서까지 내가 더 살 이유는 뭘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계속 그 전화통화가 생각나고 좀 우울한게 며칠 가네요.
키워야 할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하고 서로 의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의지는 커녕 더 말하면 마음 아프고
어른들 부양은 하고 있지 않으니 됐고 그냥 하루 하루
매일 늙는 거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도 내 집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고
차도 없고 하다못해 마루에 소파를 놓을 공간도 안되는 곳에서 살면서 전화통화로 모욕감까지
느끼고 나니 내가 더 뭘 바라보고앞으로 더 살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마 남편은 집에 있지만 저를 잘 도와주고 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사는데
집착 있고 그렇지도 않거든요.
이전에는 일을 해도 프리랜서 일이라 모욕감은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이 살았다가
다 늦게 나이 들어서 직장 옮기고 매인 몸이 되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니
안 그래도 이 일은 첨이라 자신도 없는데다가 상사라곤 하지만 사실 같이 일하는 곳
책임자이지만 제 일은 제가 전문가인데 자기 식이 아니라고 저렇게 말할 때
무슨 말을 속사포같이 하면서 그것도 한 말 또하는 식으로 저러는 사람 좀 우스워 보이고
그리고 같이
일하는 곳 사람들도 그 상사의 영향을 아무래도 받다보니 상사를 불만 스러워 하지만
서로 간에도 소통이 잘 안되는 그런 곳이고 저도 기름 속 물같은 느낌이 가끔 들곤 해요.
아직까지 남편한테 이일을 말하진 않았는데 남편이나 저나 서로 늙어가는 모습이 서글프기도 하고
전화통화 있었던 일 남편한테 말하고 이렇게 하면서도 계속 살기보다
남편이랑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러면 덜 무서울 것 같고 살면서 늘 희망이 없던 이 삶, 나한테는 가혹하게 느껴지던
그만 끝내고 싶은데 이게 우울증 증상인건지 아니면 다 한번씩 겪는 건가요?
앞으로 살아도 더 좋은 일은 없을 거 같아서 별로 미련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