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출산 할 때 친정엄마 생각이 안 난 분도 계시려나요...

혹시... 조회수 : 1,875
작성일 : 2015-11-21 08:37:45
시국이 이러하나...문득 든 생각이 갑자기 간절해져서 이렇게 여쭤봅니다;;

전 외국인 남편 만나 남편나라에서 사는데요, 
첫 아이가 일찍 나오는 바람에 산후조리하러 오시는 친정엄마보다 먼저 아기를 낳았어요. 

좀 난산이었어요. 
근데 희한한 건 그 지난한 진통 과정에서 아,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낳으셨겠구나 하며 눈물이 나지 않더란 말입니다.
그냥, 세상 모든 여자가 이런 진통을, 짐승같은 과정을 겪고 아이를 낳은 거구나 싶고
최근에 아이를 낳은 주변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고...그냥 그런 생각만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거든요.
아기를 낳고서 엄마와 통화하는데 "그래, 엄마생각 났지?" 하시는데 그냥 얼버무렸어요.
생각해보니 그 흔한, 아이고 우리 딸 수고했어 이런 말 한 번 못 들어봤네요...

그리고 도착하신 엄마는 갓난아기와의 만남에서 믿지 못할 소리를 내 뱉으시곤, 
나중에 왜 그런 말씀을 하셨냐 하니
엄마도 애 낳고 들은 얘기다, 뭐가 그리  민감하고 피곤하냐 하시더군요.


자식 뒷바라지에 열심이셨던 엄마였지만, 결코 정이 담뿍 느껴지게 사근사근한 엄마 아니셨어요.
동생과의 차별로 인한 상처도 크고 기분에 따라 하는 폭언과 맞고 자라며 받은 상처도 크고요...
저도 이제 애 낳고 좀 됐다 싶어 그때 얘기를 꺼내보려 했는데 펄펄 뛰시더군요, 
애 낳고 아직도 철이 안 들어 그딴 배은망덕한 소리나 하냐구요.
그 이후로 엄마와 다시는 살갑게 지내지 못하고 있어요. 전 나름 제 오랜 상처를 잊자는 화해의 제스쳐였는데...
여하간 아기 낳고 겪은 이런 저런 일로 인해 저는 아직도 엄마의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다섯 살 계집애란 걸 알게 됐거든요.
결혼하고 떨어져 살며 없던 정이 생기고 애틋해졌는 줄 알았는데...

최근에는 우리 딸을 엄마 마음대로 하시는 걸 보고 정말이지 정이 떨어져 버렸어요.
엄마인 제  말은 싹 무시하고요...왜 이렇게 유난떠냐, 너네도 다 이렇게 컸다 이러시면서요.
그냥, 마음 비웠습니다.
아무리 상처 주고 힘들게 한 부모라도 떨어져 사니 그립고 여전히 응석 부리고 싶고..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내 자식 제대로 키우기 위해 정신차려야  하겠더군요.
어쩌면 저야말로, 그런 의지하고픈 마음을 아직도 못 버려서 스스로 이런 괴로움을 만드나 싶어요.

내 친정엄마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도 참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웠는데
내 자식이 생긴 지금, 여전히 엄마 사랑을 바라고 응석을 부리려고 했던 모자랐던 저와는 단호히 안녕을 고해야겠어요.

갑자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89.217.xxx.24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5.11.21 8:45 AM (223.62.xxx.107) - 삭제된댓글

    저요. 근데 님이랑 상황은 많이 다르네요.


    전 엄마랑 친하고 차별도 안 받고 잘 자랐는데 분만때 엄마 생각 안났어요.
    전 아플때 누가 있으면 더 짜증나는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엄마 오지 말라했는데 (엄마도 동의하심) 이모들이 난리나서 엄마가 가도 되냐고 전화해서 더 짜증만 난 기억은 있어요 ㅎ

    근데 애 낳고도 감동이나 이런거 하나도 없었고 이 애가 내 애인가 뚱하게 생각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영화보면 태어나자마자 애기 데려가면 엄마들이 왜 오열하지 싶을 정도로요 ㅎㅎ

    키우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전 무던한 스타일이라 그런거 아닌가 싶었어요.

  • 2. 저도
    '15.11.21 8:50 AM (211.208.xxx.144) - 삭제된댓글

    윗님과 같았음.

  • 3. 저랑 비슷하시네요
    '15.11.21 8:55 AM (211.27.xxx.80)

    본인 나름 자식 뒷바라지 열심히 하셨지만 정 많은 타입 아니시고..
    저희는 모녀 사이는 안나빠요. 크게 학대 받은것도 아니고 애 크면서 점점 더 사이는 그나마 편안해졌어요.
    어쨌든 애 낳을때 엄마 생각 왜 나죠?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제가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 그런건지 몰라도 초등학교때 캠핑가서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애들 그때도 이해안됐어요.

    그리고 첫댓글님 처럼 애낳고 좀 뚱하더라구요. 애 한참 크고 나니 좀 이쁘더군요

    어릴땐 원망도 좀 했는데 20대 초반에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어요. 편안해졌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 다 다른거죠. 애틋하고 이런거 기대하지 마시고 내 자식 잘 챙기면서 사세요
    부모도 남이에요. 나한테 잘하면 좀 가까운 남, 나한테 못하면 멀리하는게 나은 남

  • 4. ...
    '15.11.21 9:19 AM (223.62.xxx.127)

    저는 오히려 애낳을때
    친정엄마가 빨리안오길바랬어요.
    사이는 좋은데
    내가 진통하는거 엄마가 보면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서.

    그리고 평소에도 큰 기대는 없어요.

    저도 돌이켜보면
    젊었던 엄마가 막 혼냈거나 때린적 있었는데
    지금생각하면 그날 엄마가 무슨 날이었을것같거나
    특별히 피곤했을것 같긴합니다.

    근데 이해가 되요.
    제가 애키워보니 더더욱.
    우리도 애키우면서
    성녀가 되는건아니니까.

    마찬가지로 사람이 늙으면 성인되는것도 아니고
    더서럽고 힘들수도 있어요.
    애낳고 내감정한번 풀어보겠다?

    원글님엄마는 오히려 점점 누군가에게 기댈
    노인이 되고있는걸거에요.

    그냥 지금 각오대로
    님 딸이랑 새역사를 쓰세요.

  • 5. 도라맘
    '15.11.21 11:04 AM (221.142.xxx.15) - 삭제된댓글

    첫째 낳을땐 멋 모르고 끌려가 제왕절개해서 아무생각 없었어요
    근데 간호사가 이쁜 딸 낳았다는 소리에 너도 나와 같은 고생을 해야겠구나라누 생각에 눈물이...
    엄마 생각은 안 났어요

  • 6. 도라맘
    '15.11.21 11:07 AM (221.142.xxx.15)

    엄마생각 안 났구요
    제왕절개해서 마취가 덜깬 상황에 간호사가 이쁜 딸 낳으셨어요라고 했을때
    우리딸도 나 같은 고생을 해야겠구나란 생각에 눈물이...ㅠㅠ

  • 7. 저도요
    '15.11.21 11:32 AM (1.232.xxx.79)

    저도 그런 장면 나올 때 마다 제가 좀 이상한 사람 같아 머쓱한 느낌 들곤 했어요
    엄마랑은 그냥 그런 사이에요
    어렸을 때 엄마가 정 많게 하지는 않으셨지만
    잘 해주며 키우셨어요
    지금도 저한테 아주 잘 해 주세요
    그럼에도 제 감정이 윗님 같아 제가 당황스러워하곤 해요

    한편 그려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구나 하고
    살아요~^^

  • 8.
    '15.11.21 12:24 PM (125.176.xxx.211)

    저도 엄마생각안났어요. 그냥 빨리 애를 꺼내야겠다? ㅋㅋ
    그리고 엄만 제왕절개하셨기때문에 ..ㅎㅎ
    근데 애낳고 병실에있는데 엄마가 제얼굴보자마자 울먹이시던데 그때좀 뭉클했죠.
    원래 엄마랑 성격이좀 안맞아 많이 부딪혔는데 애낳고 기르면서 사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저한테는 출산과 육아가 엄마와의 관계를 나아지게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죠.
    성격이 안맞아도 틀어질수있고 너무 가깝게 지내다가 부딪혀서 틀어질수도있고 뭐.. 주변보면 제각각인거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2493 2017년 아파트 최대물량나온다던데... 7 2017 2015/11/21 4,453
502492 청각 얼마나 씻어야하나요?씻다말고 질문드려요~ 2 급해요~ 2015/11/21 1,312
502491 日서 죽음 앞두고..새끼들 보호하는 고래떼 2 샬랄라 2015/11/21 1,630
502490 고등학생 외박 안돼죠? 4 습관적 2015/11/21 1,983
502489 응팔 보라 못봐주겠네요 30 너무심한거아.. 2015/11/21 12,902
502488 검은 사제들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 대서 mac250.. 2015/11/21 772
502487 프리미어 야구 결승도 콜드게임이 있나요? 2 야구 2015/11/21 1,018
502486 "언론사를 인원수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 2 샬랄라 2015/11/21 588
502485 파파이스 개표 역추적의 의미는 뭘까요 8 ㅅㄷ 2015/11/21 1,375
502484 빚이 3억이 있는데 82님들이라면? 10 ... 2015/11/21 5,964
502483 성동일 같은 연기자가 꾸준히 롱런 하는거 같으네요 3 xhxhdx.. 2015/11/21 3,089
502482 영어 문장좀 봐주세요..ㅠㅠ 2 .. 2015/11/21 673
502481 이케아 복잡할까요? 5 요즘도 2015/11/21 1,415
502480 예전에 알던 후배가 왜 저한테 연락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000 2015/11/21 1,169
502479 대학 교수는 한국 사회 퇴행에 침묵해선 안 된다 1 샬랄라 2015/11/21 642
502478 한샘 갤거리 붙박이장 해보신분? 1 질문 2015/11/21 2,234
502477 집이 갑자기 어려워지셨던분 있나요? 8 고민 2015/11/21 2,569
502476 “국정교과서, 국제기준 어긋나요”…청소년들 UN에 직접 청원 계.. 2 샬랄라 2015/11/21 730
502475 최민수씨 아들은 외국에서 자랐나요? 49 2015/11/21 3,375
502474 도도맘 기자들 불러놓고 노래부르는 카페보니깐 5 벨라지오 2015/11/21 8,031
502473 산낙지 사왔는데 이거 지금 손질 꼭 해야 하나요? ,,,, 2015/11/21 706
502472 밑에 성범죄신고 문의글 썼던 사람이에요. 3 익명! 2015/11/21 656
502471 교과서 이어 교육방송까지 ‘국정화’ 노리나 2 샬랄라 2015/11/21 585
502470 DKNY 싱글노처자들 컴온 13 싱글이 2015/11/21 1,770
502469 2001년 그분의 말씀.jpg 에휴 2015/11/21 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