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백남기씨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경찰의 물대포 직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바가 아님을 밝힙니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는 시위 진압 매뉴얼에 위반되기 하지만 정당방위의 차원에서 행사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백남기씨가 의식불명에 빠져 아직 의식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빨간 우비를 입은 시위대(이하 빨간 우의라 칭함)에 의해 주먹 가격과 니킥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제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에게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일베에서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것인데, 저도 처음에는 일베가 무리하게 억지를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당시의 동영상을 슬로우 모션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일베의 의혹이 일리가 있어 보이더군요.
아래 링크하는 글에는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가 당시의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나옵니다. 먼저 이 두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나 오마이뉴스는 잘 아시다시피 대표적 진보매체들이고 경찰의 과잉진압의 증거로 이 동영상을 올린 것임으로 빨간 우의에게 불리하게 촬영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장면들은 상황을 판단하기 좋은 객관적 자료로 생각됩니다.
뉴스타파는 빨간 우의가 백씨를 보호(혹은 가격)하려고 나오는 장면부터 백씨를 (물대포 때문에 어쩔수 없이?) 덮치는 과정, 그리고 그 이 후 백씨가 이송되는 전 장면이 나오고, 오마이뉴스는 백씨가 경찰 버스를 넘어뜨리기 위해 밧줄을 잡으려 나오는 장면, 제일 앞에서 밧줄을 끌어당기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오마이뉴스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빨간 우비가 백씨를 가격하는 장면은 중도에서 짤라 먹고 있네요)
뉴스타파나 오마이뉴스는 빨간 우비의 가격 장면(혹은 물대포에 의한 어쩔 수없는 덮치기)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일베에서는 이 장면을 느린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www.ilbe.com/6947819132
일베의 느린 화면을 보면 빨간 우의가 백씨를 (일부러) 가격한다는 의혹을 가질만 합니다. 물대포를 막아 백씨를 보호하려고 한다면 물대포에 버티고 밀려 넘어질 것에 대비해 본능적으로 두 손을 펴 지면에 가깝게 대려고 해야 하는데, 빨간 우의는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보통 사람들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과 달리 오른 쪽 손을 가격 준비 동작처럼 뒤로 빼내면서 주먹을 쥐는 형태를 보이고 물대포가 자기 등 뒤로 오자 백씨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오른 주먹을 가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물대포 때문에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백씨를 덮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빨간 우의의 손이 백씨를 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대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보기에는 빨간 우의의 사전 동작이 석연치 않습니다. 물대포가 뒤에서 쏘아대고 있는데 오른 쪽 손을 가격 준비 동작처럼 뒤로 팔로잉하기 위해 빼내는 것도 이상하고 그 순간에 오른 손이 주먹을 쥔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건 자신도 앞으로 넘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동작이지요.
오마이뉴스의 동영상을 보면, 백씨는 물대포를 맞고 바로 쓰러지지 않고 무릎을 땅에 대었다가 뒤로 넘어지고 있습니다.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땅에 닿긴 했지만 땅에 부딪힌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요. 저 정도면 신체 부위의 어디에서 피가 나거나 혹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아마 제가 추측컨대 백씨는 물대포를 순간적으로 맞자 쇼크가 왔거나 심호흡에 문제가 생겨 쓰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빨간 우의가 백씨를 덮친 후의 백씨의 얼굴을 보면 코피가 흐르고 왼쪽 눈 밑에 혹이 나온 것이 보입니다. 또 코뼈가 비뚤어졌다고 나중에 알려졌죠. 이런 외상은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고의든, 불가항력적이든 빨간 우의의 가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 하나 제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빨간 우의가 백씨를 도우려 나왔다면 그 상황 이후에도 계속 백씨를 도왔어야 하는데 가격 이후에 슬쩍 자리를 이탈해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에도 아무 연락도 없고, 해명하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다루는 진보진영(시위대측)의 이후 행동들도 사실을 호도하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당시 현장에서 백씨를 도왔던 또 다른 시위대 한 분(이하 A씨)이 CBS <김현정 뉴스쇼>에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 사실을 많이 왜곡했습니다. 이 분이 김현정과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 기사를 아래에 링크합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504479
김현정은 백씨가 통나무 쓰러지듯이 쓰러졌다고 말하지만, 이는 김현정이 어떤 매체의 짜깁기 동영상의 엉뚱한 장면을 보고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물대포를 맞은 시위대는 백씨 말고도 많았습니다. 이 중에 한 분이 물대포 가까이에서 서 있다 정면으로 물대포를 맞고 바로 앞으로 쓰러졌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던지 이 분에 대한 뉴스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김현정은 이 사람이 문제의 백씨인 것으로 착각하고 저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김현정의 이 말에 A씨는 고쳐 잡으려 하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가고 있죠.
A씨는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차벽이 위헌이라느니 자신들이 밧줄로 끌어당기며 경찰차를 흔든 것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느니, 백씨는 그냥 물대포를 피해 지나가던 상황이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위의 오마이뉴스 동영상을 보더라도 백씨는 뒤에 있다 제일 앞으로 밧줄을 끌어당기려 나오고 밧줄을 끌어당기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장면이 생생히 나오는데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경찰들이 경찰버스 위에도 있고 안에도 있는데 밧줄로 차를 흔들어 넘어뜨리려 하고 금속 사다리로 경찰버스 위의 경찰들을 밀어내고, 쇠파이프로 경찰과 경찰버스를 내리치고, 경찰버스의 주유구에 불을 붙이려는 행동이 위협적이지 않다니 도대체 A씨는 얼마나 과격한 사람이길래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IS 정도라면 몰라도 저런 행동들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요?
백씨가 어떤 이유에서든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인 것은 불행한 일이고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되겠지만, A씨나 진보진영이 저런 식으로 사건을 왜곡한다면 사태 해결이 요원할 것 같습니다.
화해니 중재니 선처니 하는 것은 재발방지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법대로 엄중하게 처리하여 민형사상 처벌을 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