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못해서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늘 돈으로 싸우셨어요.
제 마음 속에서 돈을 떠올려보면 늘 엄마가 아빠한테 화내면서 울고 불고 소리치며 싸우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그래서 저는 학생 때도 쉬이 돈 달라고 이야기 못하고 정말 정말 필요할 때만 엄마한테 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그럴때면
언제나 엄마는 짜증내며 한숨쉬고 화내고 싫어하셔서 그냥 왠만하면 뭘 새로 사지도 않고 돈 달라고도 안했어요
내가 돈 달라고 하면 엄마가 나를 너무 싫어하고 미워하는 거 같아서요 꼭 마치 돈 달라고 하는게 엄마한테 버림받는 지름길
인 거 같았어요 이런 식으로 자라와서 그런지 누가 저한테 돈을 쓴다는게 좀 불편하달까요?
특히, 제 남자친구가 저한테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으로 돈을 많이 쓰고 싶어 하는데 제가 그걸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받질
못하겠어요. 남친이 기꺼이 자기가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저는 왠지 남친이 말은 저렇게 해도 막상 저걸 받아들이면
속으로는 나를 미워하겠지? 싫어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래도 1-2만원 정도의 밥값 정도면 괜찮은데 그래도 좀
가격이 나온다싶으면 더 불안해요. 그래서 직장인- 취준생 커플인데 돈 없는 취준생 주제에 자꾸 남친이 화장실 간 사이에
3-4만원 되는 값 제가 계산하고요. 물론 제가 그런다는거 아니까 이제는 남자친구가 화장실 갈 때 자기가 먼저 계산서 들
고 가서 계산해버리고 그렇게 배려해주기는 해요 ㅠㅠ 돈도 없는데 자꾸 쓰지 말라고 저 필요한 데 쓰라고 하면서요. 근데
그렇게 남이 나를 위해 흔쾌히 돈을 써주면 죄책감이 들어서 어떻게든 되 갚아 주려고 해요.
남자친구가 자기 보너스 받았다고 오늘은 내가 다 사겠다고 해도 막 아니라고 하면서 저도 꼭 내고요. 남친이 저한테 평소
선물도 잘 하고 또 매번 해주고 싶어해서 매장 지날 때마다 자기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꼭 묻는데 그럴때마다 저는 무조건
없다고만 해요. 남자친구 옷 보러 쇼핑가면 남친이 제 옷도 늘 사주고 싶어하는데 나는 필요없다고 한사코 거절. 사실 저도
남친이 화장품 사주면 좋죠 근데 뭔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그럼 나 이거 살래 하는게 너무 속물같아 보이고 속으로 저를
싫어할 것 같아서 남친이 베푸는 호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산다고 해도 진짜 소소한 거 만원 이하의 뷰러
이런거나 겨우 고르고요. 제가 제 화장품 살 때도 남친이 '자기 내가 사줄게~' 하면서 카드 꺼내는데 되게 칼같이 아니라고
하면서 몸으로 탁 막아요. 2-3만원짜리인데도요. 내가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남친이 호의를 베풀면 그래도 가끔은
좀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막상 받으면 속으로는 저를 싫어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올라와요 ㅠㅠ 죄책감 들고
자라면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을 기쁘게 써준 적이 없으니까 늘 마지못해 한숨 쉬어가며 해주곤 했으니까 나는 그런걸
받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에 남친이 성과급 받아서 그걸로 저한테 이것저것 해준다는 걸
기어코 거절하고 나서 남친이 그 성과급 받은걸로 집에서 가족들하고 한우 먹는다고 가족들이 내 카드 가지고 가서 고기
사러갔다고 하는 거 보면서 그래 그냥 저렇게 기쁘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될 일을 스스로 거부하는 구나 싶어서요
이 부정적인 돈 관념을 고치고 싶은데 남이 나에게 돈을 쓰거나 선물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고 행복한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해요 그냥 '그래 주는 것도 기쁨인데 즐겁게 받자' 하고 생각하는
건가요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해야 더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