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새누리 의원들의 발언들을 보자니 1980년의 광주가 떠오른다.
나는 겨우 고등학생이었지만 TV와 신문에 나오는 말들이 죄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광주 시민들은 간첩들과 빨갱이들에게 선동 당한 폭도들이었고,
그들이 자위책으로 든 소총은 경찰서를 습격해(텅빈 곳을!) 탈취한 것이었으며,
그들을 쏴죽이건 몽둥이로 패죽이건 그건 국가가 할 만한 정당한 행위였다.
TV와 신문으로만 소식을 접하던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저 전라도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도 그만이지”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뇌까렸다.
경찰이 불법시위를 한 시민을 총으로 쏴죽여도 그만이고,
데모를 못하도록 아예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을 없애버려야 하고,
심지어 위수령도 발동할 수 있다는 말을 국회의원이 대낮에 아무렇지도 않게 발언한다.
그들은 1980년을 그리워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뽑은 게 유권자다.
TV에서 줄창 비춰주는 성난 시위대의 모습과 난장판이 된 길거리,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가득한 모습만을 보던 유권자는,
그런 국회의원의 말이 틀린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경을 헤매는 농민은 “자기가 한 일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새누리당에 민정당이 오버랩되고, 광화문 사거리가 광주 금남로로 오버랩된다.
광장을 빈틈없이 에워싼 차벽은 80년 광주를 물샐틈 없이 봉쇄한 군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전략은 고립과 차단이고, 그밖의 사람들에게 진실은 감추고 폭력과 두려움의 막연한 이미지만 남기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벽 안에서, 광주 안에서, 무슨 살상이 벌어져도 “저들 탓에 벌어진 일”이 된다.
누가 죽어도 눈 깜짝하지 않을 세상이다.
방송 시간의 절반은 북한 얘기로 조롱하고 시시덕대고,
나머지 절반은 남한의 좌파빨갱이 얘기로 시시덕거리는 종편들을,
그것도 “재미가 있다”고 하루종일 틀어놓고 시간 보내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식당 아저씨, 동네 미용실 아줌마들이 이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
세상은 언제쯤 조금 바뀌려나. 1980년에서 35년이 흘렀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