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만6천원 햄 훔친 할아버지에 손길내민 경사

2만6천원 조회수 : 1,240
작성일 : 2015-11-16 12:00:51

남양주경찰서 허일성 경사, 당뇨 노인 처벌 대신 지원 나서(남양주=연합뉴스) 권숙희기자

절도죄로 잡혀온 할아버지에게 처벌 대신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경찰의 훈훈한 조치가 뒤늦게 알려졌다.


할아버지가 훔친 물건은 다름 아닌 편의점에서 파는 통조림 햄, 범행 동기는 "너무 배가 고파서"였다.


15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행색이 남루한 한 노인이 절도범으로 잡혀 조사를 받으러 왔다.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지난 8∼10월 다섯 차례에 걸쳐 통조림 햄 '스팸' 5개를 훔친 혐의다. 피해 금액은 도합 2만6천원.


건을 맡은 허일성(42) 경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책상 앞에 앉은 A(63)씨의 진술 조서를 작성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만 63세라면 요즘 노인축에도 들지 못하는 나이라지만, 영양 부족 탓인지 비쩍 마른 모습은 누가 봐도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특히 훔친 햄을 홀로 근처 공원에 가 손으로 퍼먹었다는 진술은 이내 그 배경을 묻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확인 결과 A씨는 20년 전부터 당뇨를 심하게 앓았다. 오랜 병치레로 경제적 활동은 어려워졌고, 이따금 파지를 줍는 일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슬하에 1남1녀를 둔 터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계층 지원대상 자격도 안 됐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앞으로 2년이 더 지나야한다.


끼니는 역시 형편이 어려운 자녀가 보내주는 월 3만원과 쌀로 때웠다. 반찬 없이 맨밥만 먹다가 당이 너무 떨어져 어지러운 날, 안 된단 걸 알면서도 햄을 훔쳤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편의점 주인은 자꾸 계속된 피해에 경찰에 신고했다.


허 경사는 남의 물건을 훔쳤다고 노인을 법대로만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일단 A씨를 경찰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전과자로 낙인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경찰에서 검찰을 거치지 않고 피의자를 바로 즉결심판에 넘기는 제도다.


즉결심판 결과 A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죄가 면소되는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즉심 재판 날에도 저혈당이 와 쓰러졌다.


허 경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가 정부나 기관의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섰다.


지난 13일 오전 A씨와 함께 남양주시청을 찾았고, 시는 긴급복지지원이나 차상위계층 의료지원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정기적으로 후원해줄 독지가도 찾고 있다.


허 경사는 "이제 날씨가 곧 추워질텐데 더 걱정"이라며 "혹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남양주시 희망복지과(☎031-590-8851)를 통해 뜻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IP : 209.122.xxx.11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슬퍼요.
    '15.11.16 12:04 PM (58.126.xxx.132)

    저 할아버지의 현실이 지금 우리 부모님, 나아가서는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요.

  • 2. ㅠㅠ
    '15.11.16 12:21 PM (211.204.xxx.227)

    한때 노인이 되어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다 젊은시절 세월을 허송한 사람일 꺼라 교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일해도 아무리 아껴도 생계조차 막막한 노후가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됩니다

  • 3. 아ㅠㅠ
    '15.11.16 12:34 PM (1.243.xxx.120)

    너무 슬퍼요ㅠㅠ
    넘 속상하고ㅜㅜ 제가 당뇨라 저혈당 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ㅜㅜ
    한 두끼만 굶어도 열흘은 굶은것처럼 어지럽고
    손떨리고 식은땀 나요ㅜㅜ
    스팸을 손으로 퍼먹었다니...너무 마음 아파요ㅠㅠ

  • 4. ..
    '15.11.16 12:42 PM (110.174.xxx.26)

    에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2693 책 사면서 영업사원한테 엄마의 알뜰한 가계부인가 그런 경제동화책.. 1 귀여워라 2016/03/29 950
542692 시아버님 돌아가신후 생신상은 어떻게 10 잘몰라요 2016/03/29 7,631
542691 한명숙 VS 오세훈 ㅎㅎㅎㅎ 4 ㅇㅇ 2016/03/29 1,400
542690 판교 현대 백화점 식품 매장 먹거리 추천 좀 해주세요 2 ㅇㅇ 2016/03/29 1,836
542689 사장되는 재능도 많을듯 10 2016/03/29 1,707
542688 안산 피부과 잘하는데 없나요? 2 오십대.. 2016/03/29 8,207
542687 여름방학 일본여행 10 누구나 그러.. 2016/03/29 1,758
542686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동시에 등재된 교수가 누군지 아시나요? 5 교수님 2016/03/29 1,860
542685 전문직들은 불안감 없을까요 6 ㄷㄷ 2016/03/29 4,286
542684 콘도 회원권 : 회원이 예약하고 다른 사람이 가도 되나요? 11 휴가 2016/03/29 2,255
542683 버니 샌더스가 알려주는 국민연금 3가지 거짓말 3 코크형제 2016/03/29 2,398
542682 아이들 언제부터 혼자 잤나요? 9 .... 2016/03/29 2,375
542681 지금 드라마 대박 보셨어요? 9 기가막혀 2016/03/29 6,380
542680 마음이 약한 아이에게 날마다 기도를 6 엄마 2016/03/29 1,870
542679 해외여행 6 여름휴가 2016/03/29 1,571
542678 경기도가평에 군 면회가는데..펜션과 맛집 추천 부탁합니다 ... 2016/03/29 629
542677 에센스와 선크림 여쭙니다 3 ^^ 2016/03/29 1,193
542676 수능 치르고 여행가는 시기 질문이요.. 16 ... 2016/03/29 2,321
542675 최고의 사랑 3 Iny 2016/03/29 2,601
542674 천기저귀 계속 쓰고 싶은데 아기가 너무 커졌네용 4 아쿠아 2016/03/29 1,116
542673 ktx평일인데 반드시 예매해야하나요? 1 기차의초보 2016/03/29 1,138
542672 초등5학년 다 접고 일년만 책읽기 시간 확보.. 17 고민 2016/03/29 3,876
542671 태후의 진구를 보면... 23 ㅇㅇ 2016/03/29 6,274
542670 총선다가오니 알바들 총동원령 떨어졌나요? 22 ... 2016/03/29 996
542669 계약결혼에서 이서진의 전화 벨소리 3 봄나들이 2016/03/29 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