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부의 가만있으라에 분노한 중고등학교 네트워크 세대 학생들

집배원 조회수 : 1,172
작성일 : 2015-11-14 06:35:40

2008년 촛불집회에 이어 다시 청소년이 거리에 나타났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교육받을 당사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예상대로 ‘학교장 책임 아래 학생의 집회 참가를 막으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공교롭게도 ‘학생의 날’인 11월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했다. 이제 정부는 학생을 상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훈계와 협박을 계속하고 중·고등학생은 이 역사적 사태의 당사자로서 의견 표출을 멈추지 않는 일이 반복되리라 보인다.

그런데 교과서 국정화에 비판적인 어른들조차 거리에 등장한 학생들 모습에 양가감정을 갖는 듯하다. 목소리 하나 더 보태는 청소년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고등학생이 알면 얼마나 알까?’ 혹은 ‘아무래도 중·고등학생들이 자기 견해를 표명하기에는 아직 어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이리라.

ⓒ시사IN 이명익 : 11월3일 서울 광화문에서 청소년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나섰다.

돌이켜보면 4·19 이후 근 40년 동안 중·고등학생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2000년대 초반부터 역사의 전면에 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것을 사회 전반적인 ‘정보 유통양식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라고 본다.

어떤 세대보다 빨리 정보 나누는 네트워크 세대

먼저 이들은 네트워크가 일반화된 환경 속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그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자란 첫 세대다. 이들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항상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세대다. 정보 공유 면에서 이전 어떤 세대보다 빠르다. 둘째로 이들은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인과 비슷한 수준의 정보량을 매일매일 습득한다. 겨우 10여 년 전만 해도 뉴스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근대 교육제도에서 학교는 청소년을 사회로부터 격리했고, 청소년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커리큘럼 이외에 정보를 습득할 경로가 별로 없었다. 부모의 교육철학이 남다른 환경에서 자란 소수의 청소년만이 신문이나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청소년은 포털과 게시판, 카페와 동호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세상의 정보를 수시로 접하고, 글쓰기·댓글·공유하기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자기의 관심사 혹은 자기와 관계있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반 구성원 전체와 공유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은 사회에 대해 어른과 동등한 양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 청소년을 사회와 고립된 근대 교육 환경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시대의 청소년은 예전의 청소년이 아니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습득하는 사회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성인과 같은 수준이라면 나이만 따져서 이들을 성인이 아니라고 정의할 근거가 희박하다.

한 공동체의 성공과 실패는 그 공동체가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변화된 기술적·문화적 환경에 맞추어 사회구조를 변경하지 않는 공동체는 결국 낙오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은 변화된 환경에서 우리 사회의 ‘성인’을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시대에 청소년에게 단 하나의 교과서만을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집회장에서 ‘우리도 알 건 다 알아요’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하나의 교과서로 단일한 해석을 외우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에게 청소년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가 애들로 보이나요?’

전명산 (정보사회 분석가) / webmaste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P : 218.149.xxx.24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
    '15.11.14 8:47 AM (183.96.xxx.241)

    와 이런 것도 있군요 대단합니다~

  • 2. 아줌마
    '15.11.14 10:52 AM (119.207.xxx.206)

    대단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3903 결혼왜했을까,,후회되는 이밤 40 원숭이띠 2015/12/31 19,709
513902 소녀이야기 완결판.. 같이 보고 같이 공유해 나가요 우리. 1 bluebe.. 2015/12/31 662
513901 노무현 '등신외교'라더니 퍼주고 욕먹는 '널뛰기 외교' 3 병신년 2015/12/31 869
513900 부모님 모시고 회먹으러 가려 해요.. 잘 아시는 분...... ㅇㅇ 2015/12/31 527
513899 마트에서 산 떡국 떡 - 보관은 냉장실에 하면 되죠? 설날 2015/12/31 743
513898 병신년 보신각타종 티비시청할렵니다 굴욕협상 2015/12/31 450
513897 손석희 사장님의 위엄 4 방송이개똥 2015/12/31 2,574
513896 안철수당 문재인당에 호남은 압도적, 서울도 역전.. 22 폭삭망문재인.. 2015/12/31 2,021
513895 인강 pmp에 다운받아놓으면 언제까지나 들을 수있는거예요? ㅠㅠ 2015/12/31 516
513894 sbs연기대상 김래원제외? 3 뭐지?? 2015/12/31 2,636
513893 이상황어떤가오? Pp 2015/12/31 417
513892 티비에 볼만한 프로그램 없을까요? 이불밖은위험.. 2015/12/31 403
513891 남자친구 어머니가 무섭습니다... 60 오렌지 2015/12/31 27,012
513890 가식과 차별. 1 새해의 목표.. 2015/12/31 922
513889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연휴에 쉬나요? 4 살빼자^^ 2015/12/31 2,358
513888 찹쌀고추장 만들려고 엿기름물에 찹쌀가루 풀어 달이고 있는데 어느.. 4 고추장 2015/12/31 1,230
513887 박근혜 정부 굴욕적 위안부 협상 후폭풍, CNN 등 외신들 반응.. 1 ... 2015/12/31 857
513886 (생방송) 광화문/보신각 - 세월호 송구영신, 제야의 종 행사 1 세월호 2015/12/31 441
513885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씨메르 어때요 3 2015/12/31 1,616
513884 남자의 멋 !! 4 캬라얀 2015/12/31 1,173
513883 착한여자 컴플렉스에서 해방되니 한결 삶이 편안해지네요. 4 ㄴㄴ 2015/12/31 3,188
513882 김주하 측 변호사가 양소영 변호사네요 .... 2015/12/31 6,294
513881 약 2시간 뒤면 서른살.. 눈물만 나옵니다.. 11 ... 2015/12/31 3,605
513880 오늘 같은 날 종무식 하고 회식하는 회사가 있나요? 2 이상해 2015/12/31 1,117
513879 청소년 흡연율 역대 최저수준으로 하락. 1 2015년 2015/12/31 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