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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주 가난한 학창시절 보내신 분들,,,,

아픔 조회수 : 4,116
작성일 : 2015-11-12 13:52:31

오늘 수능일이라 그런지 문득 그맘때가 떠오르네요.

저는 40대후반, 당시는 학력고사였습니다.

원래 가난했는데 더 가난해져

학교에서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변두리

동네에 판자집? 아무튼 공터에 대충 집처럼 지은 곳에서

살게 되었어요.

밖에서 방문을 열면 방이 나오는.

그러니까 담장도 없고 현관도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하교길에 나쁜 일 안 당한 게 신기하다는.

여름이면 푹푹 찌는 그 집에서 조그만 밥상 펼쳐 놓고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팔, 다리에는 땀띠가 생겨 수건을 물에 젹셔 대놓곤 했었죠

배가 고픈데 먹을 게 별로 없었어요.

수도물 벌컥벌컥 들이키고...

그 당시엔 자습서만 있어도 되는데 자습서도 별로 없어서

착한 친구들한테 빌려 봤었죠. 문제집도 저는 거기 풀 수가 없으니

그냥 눈으로만 보고 연습장에 풀어보고...

학력고사 전날 엄마가 따뜻하게 자라고 동네에 있는 여관방을 잡아줬어요.

참으로 따뜻하더군요.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받았는데 역대 모의고사중 최고점이 나왔어요.

(그땐 선시험 후지원)

좋은 대학에 배팅하듯 넣었는데 간신히 합격했어요.

엄마는 붙은 것도 너무 미안하다며 엉엉 우셨죠.

지금은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데도

문득문득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너무 힘들었어요. 가난하게 사는 것이. ㅠㅠㅠ

오늘은 웬지 입 밖으로 토해내고 싶어서 주절주절 썼네요...

IP : 175.209.xxx.51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딜라이라
    '15.11.12 1:57 PM (218.236.xxx.165)

    원글님 의지력이 존경스러워요.

  • 2. .....
    '15.11.12 2:01 PM (115.10.xxx.10) - 삭제된댓글

    선지원 후시험.
    몇년안했는데..
    저랑 학번 비슷하실거 같아용
    저도 가난했어요.
    옛날 얘기하면서 웃을날온댔는데..
    님은 지금 그러실거같아요.

  • 3. ㅇㅇ
    '15.11.12 2:03 PM (117.110.xxx.66)

    정말 장하시네요.
    그래도 그땐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죠.
    지금 님처럼 대부분 평범하게는 살 수 있는 세대
    요즘 애들은 개천에서 용날 수가 없는 구조 속에서 대물림되는 가난..
    너무 암울하네요.

  • 4. ...
    '15.11.12 2:07 PM (115.137.xxx.55) - 삭제된댓글

    저도 그래요.
    가끔 여기에 글썼다 지웠다 해요.
    가장 가슴아픈 기억은
    5살 6살쯤 엄마도 아빠도 없이 며칠동안 혼자서 밥해먹은 거예요.
    그 어린것이 곤로에 밥지어서 해먹었던 것이 충격이었는지
    아직도 생각나요.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울기만 하세요.
    미안하다고...
    생활형편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는지
    고3때까지 남의 집 단칸 셋방에 살았었네요.
    대학 합격하고 많이 울었었어요.
    대학다니면서 신문배달 문구점 서점 알바하며 학비벌고
    운좋아 대기업 합격하고
    착한 남편 만나 잘살고 있네요.

  • 5. 지금도
    '15.11.12 2:07 PM (119.67.xxx.187)

    아무리 입시정책이 다양하다 해도 원글님 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면
    많은 자료와 강의가 있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수능으로 좋은데 갈수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농어촌 전형이나 사회배려 전형으로 명문대도 쉽게 가죠.
    님의 오늘날을 만든것은 결핍이었을거에요.
    저도 그다지 부유하지 않아 참고서 사촌오빠걸로 빌려서 보고
    웬만한 교재는 복사해서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서 대학 졸업했어요.
    지금도 잘살아요. 남편도 비슷한 수준...
    문열면 방이 나오고 도로 바로 옆이라 공해 소음 장난 아닌곳에서 이불 뒤딥어 쓰고
    교통사고 당해 장애인 수준까지 떨어진 두살 위 형의 신경질가지 받아내며
    새벽 2시까지 공부해 최고 명문대 나온 남편이 지금은 대기업 간부라
    그럼에도 생색하나 안네고 여전히 성실하고 부모형제가족 한테 잘하는 모습보면서 내고생은 고생도 아니었구나 하고 살아요. 물질적으로 부족했어도 가족간 화목하고 우애있고 화기 애애한
    집에서 자라서 전 자존감도 높고 쾌활한 편이에요.

    그럼점을 남편은 엄청 좋아라 하더군요.지금은 다 여유 있게 다 잘사는데 우리애들이 너무 결핍이 없이
    받아먹고 살아서 독립심 책임감 노력 의지가 약할까 가끔 너무 들어부어대지 말자란 생각도 해요.

  • 6. 최고
    '15.11.12 2:13 PM (211.36.xxx.89)

    눈물나요...지금 잘되셨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좋은 어머니를 두신것도 복이구요.

    그 어린맘에 무슨 동기가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그 환경을 벗어나겠다 생각한건지
    아니면 그저 공부가 좋았던건지...
    1시간 버스를 타고 집에 올때 어떤 생각을 주로 했나요?
    님의 자녀들은 엄마처럼 훌륭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네요.

  • 7. ...
    '15.11.12 2:27 PM (103.10.xxx.194)

    .......

  • 8. 울컥
    '15.11.12 2:45 PM (182.231.xxx.57)

    병든 아버지 돌아가시고 홀로 생계이어가던 엄마...늘 방치되어 있었어요 밥도 혼자 학교도 혼자 알아서가고 집에와서도 항상 혼자였어요
    육성회비 못내서 항상 불려다녔던게 문득문득 기억나서 슬퍼요 지금은 넉넉하진 않아도 넓은집에서 편하게 살지만 항상 내것이 아닌것같은 생각이 드네요

  • 9. 최고님,,
    '15.11.12 3:00 PM (175.209.xxx.51)

    저는 원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고2때 담임선생님이 수업료 안 낸 아이들 손바닥을 때렸는데 그거 맞으니 정말 열받더군요. 평소에 부자집 애들만 편애하는 선생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열심히 했어요. 저는 국영수가 강했고 나머지 과목은 거의 낙제수준이었어요. 그러니 성적 따라잡기가 비교적 수월했죠. 1시간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에는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슬펐어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세상이 원망스러웠죠. 제 아들은 노는 거 좋아하고 공부의지 별로 없어요. 수학만 잘해요. 그런데 저는 그것도 좋아요. 그 당시 제가 가졌던 의지는 건강한 것이 아니었어요. 세상에 대한 반감, 화, 울분 이런 것들로 상처가 가득했어요.

  • 10. ...
    '15.11.12 3:04 PM (58.233.xxx.131)

    그래도 해내셨네요.. 저도 좀 가난한 편이었는데... 원글님에 비하면 ....
    그런 환경에서 해내신분들 보면 참 대단하다 싶어요..

  • 11. 글쎄요
    '15.11.12 3:10 PM (211.114.xxx.145)

    저는 님보다 더 가난해서
    입문계, 학력고사 꿈도 못꿨네요
    전 울면서 상업계 갔어요 ㅠㅠ

  • 12. 부럽네요.
    '15.11.12 3:23 PM (122.203.xxx.66)

    물질적으로 부족했어도 가족간 화목하고 우애있고 화기 애애한
    집에서 자라서 전 자존감도 높고 쾌활한 편이에요.

    이분 부러워요.

    저는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결핍인 환경에서 자라서
    지금도 제 모든 문제의 원인은 그 시절인 거 같아요.
    모든게 결핍~~~

    저도 공부잘해서 좋은 직업 가지고 있지만
    그시절의 결핍이 채워지지는 않네요.
    지금도 그 시절 생각하면 서러워 베갯머리를 적시곤 해요.

    응답하라류의 드라마를 보면 슬픈건 나에게 저런 추억이 없다는것.
    응답하라 1988
    내 세대의 이야기임에도 연탄가스 마신것 말고는
    나는 누린게 없구나 하고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청청패션?ㅎㅎ
    친구들이 입고다녔구나 하고 기억하게 되었네요.

  • 13. 흰둥이
    '15.11.12 3:38 PM (175.223.xxx.74)

    원글님 정말 토닥토닥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학 합격하고 막 좋아하는데 평생 안그러시던 엄마가 펑펑 우셨어요. 내가 뒷바라지 해줬으면 장학금 받고 갔을 거라시면서요. 저도 오늘 그 때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도'님 의견은 좀 위험해 보이는 이유가, 비교적 과거에는 원글님 같이 의지와 노력으로 뭉치면 대학갈 확률이 높았는데 지금처럼 잡다한 전형에는 돈칠로 꼼수 쓸 확률이 높아졌다는거죠 그래서 개천룡들은 아주 소수의 확률을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실패하면 네 노력이 부족했다 이렇게 낙인찍히는 구조. 전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 14. ...
    '15.11.12 3:43 PM (115.137.xxx.55) - 삭제된댓글

    윗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란 말에 눈물이 핑 도네요
    어릴때 너무 고생을 해서인지
    그시절에 비해 현재 충분히 누리고 돈걱정 덜하며 살고 있어도 늘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은 옵션으로 따라다녀요.
    부모를 원망할수도 없는게
    그분들도 어쩔수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 15. 40대
    '15.11.12 3:57 PM (112.154.xxx.98)

    그시절 저역시도 서울 변두리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어요
    방두칸에 6식구가 재래식 화장실 22살까지 그리살았네요
    학력고사는 커녕 살림 밑천이다라고 상고 보내 직장 다닐때
    온나라가다 학력고사로 난리가 났었죠

    학력고사날 전 사무실에서 부서원들 책상 닦고 혼자서 일찍 출근해 있었어요
    당시 부장님 딸이 시험본다며 늦게 출근하셔서 부서원들에게 점심식사 사주셨는데 남자들은 전부다 대졸직원이고 여직원들은 고졸인데 본인들 대입시험 본거 이야기 꽃피우고
    그중 그날 고3였던 저 자격지심에 아무말도 안했죠

    퇴근길에 거리에서 뉴스에서 고3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들 곁눈질하며 쓸쓸히 집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내가 만약 부모라면
    가난해서 직장다니는 고3딸 안쓰러워 그날만큼은 미안해서 위로라도 해줄거 같은데 동생 밥차려주고 설거지하라는데
    ...

    그당시나 지금 제일 부러운거는 고등때 부모님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는 모습
    수능치는 자식 데려다 주고 그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이네요
    한번도 그런 대접 못받아 봤어요
    공부잘하니 꼭 인문계 보내야 한다는 담임샘 말씀에 위로 오빠 아래로 동생둘 있어서 쟤는 돈벌어야 한다고 절대 상고 봬야 . ㅣㄴ다고요

    상고중에도 좋은곳 보다 낮은곳 장학금 받고 갈수 있다는말에 그럼 거기 가라고 하는거 담임이 한숨 쉬시며 안된다고 했어요 아무소리 못하고 고개 떨구고 있던 제 손 잡아 준것도 담임샘였네요

    오늘 같은날 저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아직도 어딘가에 있겠죠 그래도 뒤에서 부모님이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면 괜찮아요 그것만으로도 힘이 날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가요
    엄마없는 아이와 부모가 있는 데도 방치한 부모둔 아이 같아요 없어서 못해주는것과 있는데도 안해주는것은 천지차이죠

  • 16. 잘살아보세
    '15.11.12 4:05 PM (121.139.xxx.146)

    에잇..슬픈기억이
    전기 떨어지고 후기시험보러가는데
    도시락은 커녕
    식구들 모두 그냥 자고 있더라는..
    공부못하믄 죽어야지ㅠ.ㅠ

  • 17. ㅠㅠ
    '15.11.12 4:40 PM (182.224.xxx.25)

    댓글들이 맘이 아프네요. ㅠㅠ
    그래도 다들 공부 잘 하셔서 지금 잘 사신다니
    마음이 훈훈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

  • 18. ,,
    '15.11.12 5:20 PM (168.126.xxx.179) - 삭제된댓글

    장하세요.
    정말 장하시네요.

  • 19. ,,
    '15.11.12 5:23 PM (168.126.xxx.179) - 삭제된댓글

    되돌아 보니 저는 님과 비슷한 처지였는데
    울분도 화도 분노도 없었어요.
    그러니 발전이 없었던가 봅니다.
    그때의 의지가 건강한 의지가 아니었더래도 지금의 생각이 건강하시네요.

  • 20. .....
    '15.11.12 6:52 PM (223.33.xxx.7)

    읽다보니 저랑 비슷한 사연들이 많네요.
    제 이야기도 써보고싶은데 폰으로 쓰려리 어럽네요.
    좋은 이야기도 많아서 원글,댓글 모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21. ㅇㅇ
    '15.11.12 7:31 PM (223.62.xxx.246)

    아..너무 감동적이에요.. 지금 잘 사신다니..가슴이 뭉클해져 오고.. 제가 겪은 고생은 고생도 아니네요.. 글 감사합니다..

  • 22. 저도 40대
    '15.11.12 7:32 PM (110.70.xxx.49)

    원글 댓글 모두 슬퍼요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딸 대학 보낸다는 생각은 안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고등학교는 떼써서 인문계 갔고 스스로 취직 잘되는 전문대나 가야겠다 생각했었어요
    장학금 받고 이과계통 취직 잘되는 전문대 나왔어요
    10년 넘는 경력단절이지만 월 300넘는 수입 3년째 유지중입니다
    재수에 대학내 아르바이트 한번 안한 오빠는 용돈는 커녕
    부모님 목돈 가져가구 소소하게 영양제며 사나르는 건 저랑
    상고 나온 제 여동생이예요
    스무살부터 돈 번 제동생 안쓰러운데 형제 곗돈 꿀꺽한
    오빠가 참 밉더라구요
    어제 주문한 건어물셋트 잘 받았다고 엄마가 전화왔네요
    지금은 똑같이 아니 저한테 더 많이 베푸세요

  • 23. 대단해요
    '15.11.12 7:39 PM (112.149.xxx.111) - 삭제된댓글

    그런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뭔가를 해내는 사람의 비율은 아마 5% 정도 밖에 안될 거예요.
    나머지는 울분만 가지고 있죠.
    결국은 그 분노가 자신을 해치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해내고 주저앉고는 결국 유전자 문제일까요?

  • 24. 저두요
    '15.11.13 1:50 AM (207.38.xxx.28)

    저도 비슷해요. 서울 변두리서 단칸방 지하셋방을 전전하다가 중학교 때는 그마져 형편이 어려워 경기도 그린벨트 무허가집 셋집으로 들어갔어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산자락 밑의 그 우울한 곳에서 십년을 살았네요. 대단한 학군을 다닌것도 아닌데 그래도 서울서 학교 다녀야 된다고 중학교떄는 버스 두번 갈아타고 1시간 걸려서 통학했구요. 집에 전화도 없었고 등록금 한번도 제때 내본 적이 없어요. 근데 남들이 볼때는 전교권으로 공부잘하고 부티나서 담임선생님 정도 말고는 아무도 제가 그런 형편인걸 몰랐죠. 그게 더 힘들었어요 가난을 티내기 싫어서 거짓말도 많이 하게 되고....

    결국 대학도 원하는곳은 못가서 무리해서 재수했는데도 후기 학교 갔지만 대학교 이후에는 모든게 잘 풀려서 과외선생으로 날리면서 풍족하게 등록금 내고, 취직 잘하고 또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지금은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층에 속해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 가난했던 날들, 치매걸린 할머니까지 다섯식구가 한방에서 자야했던 기억, 그 모든 원인의 중심이었던 멀쩡히 대학나와서 평생 제대로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던 무능력하고 의지 없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는 가슴 한구석에 언제나 남아있죠. 그 힘든 상황을 버텨서 여기까지 오고 나름 밝게 성장한 제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평생가긴 하네요.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 할정도보다 심하게 힘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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