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일 수능 보는 스무살이에요.

.. 조회수 : 1,628
작성일 : 2015-11-11 12:23:03


예비소집 다녀왔는데 오늘은 마음이 영 그래서 공부도 잘 안 될 것 같아 잠시 시간 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중학교 휴학했다가 다시 복학했다가 결국엔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 학력을 마쳤어요.
처음 14살때 중학교 입학해서 한 학기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마자 조금 쉬어보자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당시에는 그냥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던 마음이었기 때문에 도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어요 
지금같았으면 버텨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당시에는 그냥 별다른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조금 쉬어보면서 공부도 좀 하고(그 당시에 아예 학교 가는게 두려워서 공부하기가 힘겨웠습니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보자고.

쉬면서 또래 친구들이 학교 학원 다닐동안 정말 편하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걱정을 하나도 안 하고 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처음엔 마냥 좋다가도 점점 두려움이 좀 생기더라구.
교복 입고 다니는 또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다들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데 나는 학교조차도 못 참고 나와버리면
앞으로 내가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부모님께서 대학진학이나 직업 같은 것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주시는 게 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제 사촌들도 다들 본인 노력 없이 부모님 돈으로 살고 좋은 거 누리고 살고 하는데
그게 과연 좋은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제 노력은 하나도 없이 부모님 공을 받아먹는(?) 게 과연 정당할까 싶은 생각...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차근차근 하면 저한테 더 도움도 될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 못해본 것들이 많아서
뭔가 그런 거에 대한 갈증도 있었어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치는 대신 학교로 도로 돌아갔어요. 나이도 좀 있었고 내 나이가 걔네보다 많은 걸 굳이 말할 이유가 없겠단 생각에
그냥 친구들에겐 나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 아이들을 속인 게 됐지만...

정말 두 번째 학교생활은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그 기간만큼은 후회가 없고, 공부는 열심히 안 했었지만.... 나름 잘 보냈다 싶었어요.
제가 예체능쪽을 진짜진짜 못해서 그 교과목마다 좀 스트레스였지만... ㅋㅋㅋ 당시엔 진짜 학교생활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걸
느꼈던 때였어요. 늦었지만...

그러다가 제가 뜻하지 않게 또 학교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일이 있었고,
어차피 나이도 많은데(...) 빨리 수능공부해서 대학교 가야겠다고 정신이 차려지더라구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지금 이렇게 됐는데... 스무살이고 이번이 첫 수능이에요  
동갑들이랑은 약간씩 빗겨난 라인을... 걸어왔다보니 조금 괴리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수능 접수하고서 보니 제가 그래도 좀 그 간극을 좁혔구나 하는 느낌도 좀 들더라구요.
그래도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나름의 꿈도 생겼고 그때는 그 꿈을 남한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준비가 안돼있어서
스스로 좀 위축이 돼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두 번의 학교생활을 하고 실패도 겪으면서 더 정신도 차린 계기가 됐던 것 같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생활했다면 지금 아마 어떻게 됐을진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일찍 정신차려서 더 빨리 대학에 갔을 수도...있겠지만 이쪽은 좀 희박한...? ^^;

1년 정도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 학원을 전진하며 미친 듯 노력하는 또래 친구들에게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름 또래 애들을 좇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사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는 하는둥마는둥 했는데
한번 해보니까 나름 차차 배워간다는 생각에 성적이 오르는 게 계속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 고등학교 3학년 모의고사를 봤을 떄는 정말 아는 게 없었고, 국어는 문학(고전 현대 비문학 등등..)에서 소나기
수학은 그냥... 허리케인.... 영어도 단어랑 문법이 되게 약한 상태였는데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어려운 것부터 하지 않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히 했어요.  
6등급이 5등급이 되고, 5등급이 4등급으로 오르고,
지금은 언어랑 외국어는 2등급 정도 나올 수 있게 됐어요.  전부 인강으로만 공부했고 영어는 평소에 미국만화 같은 거 많이 봐놔서
듣기 연습을 나도 모르게 해오고 있었던 거 같아.. ㅋㅋ

내일 수능 친다고 하니 제대로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싱숭생숭한데.. 워낙 시험때 실수 잦은 저라... (실수가 실력...이지만 ㅠㅠ..)
실수만 안 해도 만족일 거 같고... 일단은 이번 수시에 논술을 썼는데 몇 군데 최저등급만 만족해도 너무 좋을거 같아요
다른 친구들 12년 공부하는 걸 난 그만큼 못 채웠기 때문에 이번 수능 한 번으로 한 번만에 대학 붙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절대 포기 안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이제 이 글 쓰고 요약노트 읽어봐야죠... 흐흐


내일 같이 수능 보는 분들 너무너무 잘해왔고 축하한다고 다들 한마디씩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늦게 대학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꼭 도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 백지의 상태에서 어느정도 수험생의 모습을 갖추는 데까지 1년 걸렸네요.

저는 live forever를 리브 포에버로 읽는지 라이브 포에버로 읽는 건지도 몰랐었어요. ㅎㅎ

82쿡의 모든 자녀분들 다들 수능 잘 보시고 웃는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길 바랄게요.

모두 파이팅. 저도 파이팅입니다. :)



IP : 221.162.xxx.20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5.11.11 12:38 PM (49.142.xxx.181)

    나도 96년생 딸이 있어요. 딸아이는 대학생이지만 딸 친구들중에 재수하는 친구들
    많아요. 그 친구들하고 똑같은 상황이니 하나도 안늦었구만요.
    고3 1년만에 모의고사 등급을6등급에서 2등급까지 올렸다니 대단하네요.
    거의 불가능한 얘긴데.. 뭘해도 잘할것 같아요.내일 수능 잘봐요.

  • 2. 아니
    '15.11.11 12:38 PM (119.197.xxx.61)

    스무살 어린처자가 여기 아줌마들 틈에 있었어요?
    내일 시험 차분하게 잘보시라고 기원해 드릴께요
    오늘은 인터넷하지말고 편안하게 보내세요
    하루전날은 쉬는거예요

  • 3. 화이팅!
    '15.11.11 12:38 PM (218.236.xxx.167) - 삭제된댓글

    내일 수능 대박나세요

  • 4. ..
    '15.11.11 12:41 PM (221.162.xxx.207)

    엄마가 82쿡 들어가서 요리레시피 좀 알려달라고 하셔서 82눈팅은 중학교 때부터 했어요 ㅋㅋㅋ
    입시정보 학원정보 많이 얻었던 제겐 선생님같은 곳이랍니다.... ㅋㅋㅋ 열심히 할게요! 이제 컴퓨터 꺼야겠어요 파이팅!!!

  • 5. 수능
    '15.11.11 12:43 PM (180.69.xxx.77)

    우리 작은딸도 내일 수능칩니다.
    모두 실수 없이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
    화이팅~~

  • 6. 노력한
    '15.11.11 12:48 PM (14.35.xxx.15)

    만큼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아~자 아자 파이팅!!
    저희 집 아이도 내일 수능 보는데 이놈은 걱정도 안하고
    내일 김밥 싸달라고 하네요. 소풍가나 봅니다.ㅠㅠ

  • 7. 순이엄마
    '15.11.11 1:35 PM (211.253.xxx.83)

    왜? 이글을 읽는데 내가 뿌듯하고 내 자식도 아닌데 자랑스럽지??

    공부는 늦었어도 자신의 정체성을 일찍 찾은듯한 글이네요.

    이 댓글 지금은 못 보겠지만 내일 보시고요.

    앞으로도 매일 매일이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기분 좋은 글입니다.

  • 8. 직딩맘
    '15.11.11 2:08 PM (210.118.xxx.69) - 삭제된댓글

    대견스럽네요.
    내일 시험 잘 보시고 미래가 탄탄대로로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 9. 울룰루
    '15.11.11 2:28 PM (115.21.xxx.251)

    화이팅!! 긴장하지말고 맘편하게 시험 잘 보고 오세요~

  • 10. !!
    '15.11.11 3:06 PM (183.109.xxx.176)

    모두들 좋은성적 거두길 바랍니다

  • 11. ㅇㅇㅇ
    '15.11.11 4:00 PM (121.144.xxx.237) - 삭제된댓글

    시험잘치세요
    결과는 어떻든 님은 이미 길을 알고있네요
    길을 알고있으니 어떤도전이든 힘내서잘하실거같아요
    우리딸 같아서 내가 다고마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5921 은행이자로만 생활비 쓰려면 3 구름 2016/01/08 3,479
515920 7세 학습지 시켜야할까요? 4 .. 2016/01/08 1,277
515919 계약파기 부동산 2016/01/08 552
515918 제주에서 청양 가는길? ㅡㄱㅡ 2016/01/08 546
515917 게시판에서 봤는데 기억이 안나요. 도와 주실 분!!! 2 온천 2016/01/08 559
515916 중학생들 교과서용 참고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8 . 2016/01/08 950
515915 월급날짜가 일요일이라면요.. 6 . 2016/01/08 13,795
515914 인생에서 큰일 앞두고 꿈(예지몽) 꾸신적 있나요? 7 ㅁㄴㅇ 2016/01/08 3,791
515913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을 줄줄 안다는 말.. 22 학대의 기억.. 2016/01/08 7,897
515912 머리카락이 너무 얇아서 고민이에요ㅠ 1 :-/ 2016/01/08 1,052
515911 정리하자! 사전 버리셨나요? 11 // 2016/01/08 2,675
515910 백합 꺾는 교회,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요? 2 김사랑 2016/01/08 1,246
515909 美 잡지 ‘이것이 사과라면 한국은 국가 기능 더 이상 힘들어’ 3 light7.. 2016/01/08 575
515908 기미 피부관리 레이저밖에 없나요 6 화이트 2016/01/08 3,676
515907 김장 배추김치 말고 안에 박아둔 무만 남았는데 이걸로는 뭘 해 .. 13 김장무 2016/01/08 1,417
515906 팔걸이없는 쇼파 써보신분? 쇼파사자 2016/01/08 832
515905 영어 질문 Ain't No Thang 이 무슨 뜻인가요? 4 ... 2016/01/08 2,188
515904 댄스댄스 리볼루션...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곰녀 2016/01/08 413
515903 혼자사는경우 키우기에 야옹이가 멍뭉이보다 낫나요? 6 반려 2016/01/08 1,251
515902 1965년 한일협정 장막 들추니 미국이… 3 샬랄라 2016/01/08 599
515901 눈썹이랑 헤어라인 반영구화장 1 재주없음 2016/01/08 1,762
515900 남친한테 차였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아요 16 link 2016/01/08 5,626
515899 30대 중반이상 싱글분들 골프 누구랑 치세요? 골프 2016/01/08 785
515898 칼국수에 삭힌 청양고추 다져서 넣어먹을때 4 무지개 2016/01/08 1,888
515897 냄새나는 우족탕 1 요리바보 2016/01/08 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