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독신과 죽음

조회수 : 3,848
작성일 : 2015-11-09 09:21:58
얼마전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삼촌이 암이라고.. 길어야 일년이라고...

삼촌은 독신주의자였어요. 할머니와 친정엄마가 장가보내려고 무던히도 애쓰시던 기억이 있네요. 자유로운 영혼이셨고, 집안에 걱정거리였죠. 어릴때까지 같이 살다가 삼촌나이 서른초반쯤 독립하셨어요.
명절이나 행사때 가끔 얼굴 비추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는 점점 뜸해졌구요. 부모님도 나이드시고 저희도 결혼해서 각자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잘 살고 계시겠지... 정도만 생각했네요.

친정아빠는 하나뿐인 남동생이 세월이 흘러 아픈모습으로 나타난게 속상하신지 당장은 안보고 싶어하시더라구요. 다행이 여유가 있으셔서 돈 걱정은 하지말고 삼촌이 하고 싶다는거 다 해드려라고만 하시더군요.

암이 진행되서 병원에선 해줄게 없다고 하고,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했으나 삼촌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요. 남동생 둘이서 병원따라다니며 진단 받았고, 전 저희집 삼십분 거리에 깨끗한 원룸을 알아보고 살림살이를 채웠어요. 아줌마를 쓰고, 좀 더 아프시면 간병인을 고용할 생각이에요. 제가 일주일에 한두번 가서 점심 해드리고 필요한 것 없나 챙겨드려야지 싶어요. 삼촌 챙기는걸 며느리에게 하라 할 수는 없으니 삼남매가 부지런히 다녀야겠지요.

친정엄마는 삼촌이 조카들에게 민폐끼친다고 너무 속상해하세요.
그런다고 본인이 나서기도 싫으신 것 같구요. ㅋ

날씨도 우중충하고 우울하니 쓸데없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삼촌은 결혼하지 않을 걸 후회하실까...
혼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삼촌은 어떤 기분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IP : 1.236.xxx.22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5.11.9 9:28 AM (223.62.xxx.64)

    착한 조카들이네요, 그나마 사고무친 독거노인보단 낫죠
    복받으실거에요 사실 비혼자들은 다른 친인척에 민폐 ᆢ 물론 그만큼 보상은 하고 살면 되겠지만 각종대소사에 이방인 으로 사니까

  • 2. 333333
    '15.11.9 9:29 AM (211.227.xxx.104)

    남의 일 같지 않네요~근데 글쎄요..전 그냥 이대로 한 인생 하고 싶은거 다 하고 갈 것 같아서 그렇게 후회되진 않을 것 같네요~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글도 원글님 좋은일 하시네요~삼촌도 그렇게 생각 하실 겁니다.

  • 3. ㅡㅡ
    '15.11.9 9:31 AM (175.252.xxx.205) - 삭제된댓글

    그삼촌은 복도많네요
    자유로움원없이누리고살다가
    병든몸 머리뉘일공간제공하는 형제에
    조카들까지라니요

    완전한독신이란건 병들어
    죽음까지도 스스로 마무리해야하지않나란
    생각입니다

  • 4. 외국에는
    '15.11.9 9:32 AM (175.223.xxx.179) - 삭제된댓글

    이런 분들이 재산을 조카에게 물려주더군요.

  • 5. 지나가다
    '15.11.9 9:32 AM (24.246.xxx.215) - 삭제된댓글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나 유산땜에 형제들끼리 싸움나는 꼴 보는것 보단 독신으로 생을 마감하는게 더 나을 수 도 있지 않을까요.

  • 6. ㅇㅇ
    '15.11.9 9:35 AM (220.73.xxx.248)

    착한 조카들의 모습이
    흐뭇하네요
    부모라고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도 있드만.....

  • 7. ..
    '15.11.9 10:01 AM (210.90.xxx.203)

    원글님 착하시네요.
    그리고 어떤 죽음도 결국은 다 외로운거에요.
    돈이 많으면 좀더 품위있겠지만 초호화병동에 입원한다고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독신이라서 더 외로울 것은 없고 단지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 돌봐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조카님들이 정말 착하시네요.
    저는 돌아가시는 분 돌봐드리는 것은 서로 안하려고 하다가 장례식장에 온갖 화환 늘어놓고 누군지도 모르는 문상객도 줄을지어 오게 하는 방식의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참 마음에 안듭니다. 돌아가시는 분 편안하게 돌아가시도록 돌봐드리고 가족끼리 조용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소박한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죽을때 저를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 이외에는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할거에요.

  • 8. 리리리
    '15.11.9 10:18 AM (222.111.xxx.197)

    너무 착하시네요...복받으실거게요.
    삼촌 분 극락왕생하기를 바래요.
    그리고..

    인생은 혼자왔다 혼자가는거에요.ㅠㅠ

  • 9. ...
    '15.11.9 10:31 AM (211.114.xxx.245)

    원룸에 혼자 있는거보단 요양병원이 나을텐데요.

  • 10. ..
    '15.11.9 10:52 AM (223.33.xxx.81)

    독거노인 중 자식있고 가족있는분들 많아요
    부모모시고 사는집이 얼마나 되겠나요
    요즘은 병걸려서 병원에서 죽거나 아님 집에서 수명다해 죽거나 둘중 하나 라고 보면돼요

  • 11.
    '15.11.9 10:53 AM (1.236.xxx.225)

    저나 동생들도 그렇고 서로 얘기는 안했지만 의논이나 한 것 처럼 진행하는 걸 보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살아왔었나봐요.
    서글픈건 안타깝다거나 슬프다기보다는 모두들 담담히 삼촌의 병을 받아들이고 있다는거에요. 모두 죽을땐 혼자라지만 또 제일 약해지는게 그 순간이 아닌가 싶어서요.
    일주일에 한두번가서 챙겨드리는게 어려울게 뭐 있나요.
    애들도 커서 학교 간 사이에 잠깐 다녀오면 될 일인데요.
    그래도 기특하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9822 [인터뷰] 드라마 ‘송곳’ 구고신의 실제 모델, 하종강 성공회대.. 49 111 2015/11/09 2,993
499821 재개발 지역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저좀 가르쳐주세요. 5 알고싶어요... 2015/11/09 1,489
499820 우럭하고 명태알, 고니 넣고 끓였는데 맛있네요 4 저녁에 2015/11/09 2,106
499819 수능날 특별한 종교가 없는 사람은... 1 엄마 2015/11/09 1,114
499818 남편과같이쓸향수 5 향수 2015/11/09 1,136
499817 아이유가 그동안 억눌린게 많았죠 6 ㅇㅇ 2015/11/09 4,243
499816 잠 많이 안자고도 키큰 경우 있나요 4 궁금 2015/11/09 2,363
499815 이과에서 문과수학 수능 보는 것과, 문과 가는 것의 차이는 무.. 4 ㅏㅏ 2015/11/09 1,409
499814 남편한테 원망의 마음뿐입니다 19 같은공간 2015/11/09 9,020
499813 대대적 구조조정 온다…확률 100% 48 imf 2015/11/09 5,076
499812 [나는 소방관이다]구조하다 다쳤는데…정부는 치료비 '나몰라라' .. 2 세우실 2015/11/09 735
499811 현재 실내온도 몇도나 되시나요? 49 cold 2015/11/09 4,036
499810 갑작스런 뻐근한 허리/골반 통증.. 심각한 건가요? 2 아파요 2015/11/09 2,305
499809 셀프염색할때 머리에 스프레이 제거해야 하나요?? 셀프염색 2015/11/09 1,052
499808 기관명 '연구원'과 '연구소' 차이가 뭔가요? 4 ... 2015/11/09 3,629
499807 '민생 장사꾼' 된 대통령, 그 비열한 프레임 샬랄라 2015/11/09 683
499806 진짜 중국에서 계신분들 3 진짜 2015/11/09 1,142
499805 눈물이 많고 감정 주체가 잘 안되는 6살 남아.. 4 6살 2015/11/09 1,379
499804 데일리백 추천부탁드려요 1 데일리백 2015/11/09 1,497
499803 수능이 몇시에 끝나나요? 7 고3맘 2015/11/09 2,243
499802 식품건조기추천좀 해주세요 1 !!?? 2015/11/09 2,470
499801 타임지 읽는데 이 영어문장이 죽어도 이해가 안가요. 9 2015/11/09 2,740
499800 서울시 새 브랜드 아이 서울 유 어떻게 보세요? 49 ?? 2015/11/09 1,766
499799 앞으로 한국에서 뭘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요? 5 아파트 2015/11/09 2,542
499798 같은일 하는부부예요 49 내맘 나도몰.. 2015/11/09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