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독신과 죽음

조회수 : 3,571
작성일 : 2015-11-09 09:21:58
얼마전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삼촌이 암이라고.. 길어야 일년이라고...

삼촌은 독신주의자였어요. 할머니와 친정엄마가 장가보내려고 무던히도 애쓰시던 기억이 있네요. 자유로운 영혼이셨고, 집안에 걱정거리였죠. 어릴때까지 같이 살다가 삼촌나이 서른초반쯤 독립하셨어요.
명절이나 행사때 가끔 얼굴 비추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는 점점 뜸해졌구요. 부모님도 나이드시고 저희도 결혼해서 각자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잘 살고 계시겠지... 정도만 생각했네요.

친정아빠는 하나뿐인 남동생이 세월이 흘러 아픈모습으로 나타난게 속상하신지 당장은 안보고 싶어하시더라구요. 다행이 여유가 있으셔서 돈 걱정은 하지말고 삼촌이 하고 싶다는거 다 해드려라고만 하시더군요.

암이 진행되서 병원에선 해줄게 없다고 하고,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했으나 삼촌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요. 남동생 둘이서 병원따라다니며 진단 받았고, 전 저희집 삼십분 거리에 깨끗한 원룸을 알아보고 살림살이를 채웠어요. 아줌마를 쓰고, 좀 더 아프시면 간병인을 고용할 생각이에요. 제가 일주일에 한두번 가서 점심 해드리고 필요한 것 없나 챙겨드려야지 싶어요. 삼촌 챙기는걸 며느리에게 하라 할 수는 없으니 삼남매가 부지런히 다녀야겠지요.

친정엄마는 삼촌이 조카들에게 민폐끼친다고 너무 속상해하세요.
그런다고 본인이 나서기도 싫으신 것 같구요. ㅋ

날씨도 우중충하고 우울하니 쓸데없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삼촌은 결혼하지 않을 걸 후회하실까...
혼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삼촌은 어떤 기분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IP : 1.236.xxx.22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5.11.9 9:28 AM (223.62.xxx.64)

    착한 조카들이네요, 그나마 사고무친 독거노인보단 낫죠
    복받으실거에요 사실 비혼자들은 다른 친인척에 민폐 ᆢ 물론 그만큼 보상은 하고 살면 되겠지만 각종대소사에 이방인 으로 사니까

  • 2. 333333
    '15.11.9 9:29 AM (211.227.xxx.104)

    남의 일 같지 않네요~근데 글쎄요..전 그냥 이대로 한 인생 하고 싶은거 다 하고 갈 것 같아서 그렇게 후회되진 않을 것 같네요~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글도 원글님 좋은일 하시네요~삼촌도 그렇게 생각 하실 겁니다.

  • 3. ㅡㅡ
    '15.11.9 9:31 AM (175.252.xxx.205) - 삭제된댓글

    그삼촌은 복도많네요
    자유로움원없이누리고살다가
    병든몸 머리뉘일공간제공하는 형제에
    조카들까지라니요

    완전한독신이란건 병들어
    죽음까지도 스스로 마무리해야하지않나란
    생각입니다

  • 4. 외국에는
    '15.11.9 9:32 AM (175.223.xxx.179) - 삭제된댓글

    이런 분들이 재산을 조카에게 물려주더군요.

  • 5. 지나가다
    '15.11.9 9:32 AM (24.246.xxx.215) - 삭제된댓글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나 유산땜에 형제들끼리 싸움나는 꼴 보는것 보단 독신으로 생을 마감하는게 더 나을 수 도 있지 않을까요.

  • 6. ㅇㅇ
    '15.11.9 9:35 AM (220.73.xxx.248)

    착한 조카들의 모습이
    흐뭇하네요
    부모라고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도 있드만.....

  • 7. ..
    '15.11.9 10:01 AM (210.90.xxx.203)

    원글님 착하시네요.
    그리고 어떤 죽음도 결국은 다 외로운거에요.
    돈이 많으면 좀더 품위있겠지만 초호화병동에 입원한다고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독신이라서 더 외로울 것은 없고 단지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 돌봐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조카님들이 정말 착하시네요.
    저는 돌아가시는 분 돌봐드리는 것은 서로 안하려고 하다가 장례식장에 온갖 화환 늘어놓고 누군지도 모르는 문상객도 줄을지어 오게 하는 방식의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참 마음에 안듭니다. 돌아가시는 분 편안하게 돌아가시도록 돌봐드리고 가족끼리 조용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소박한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죽을때 저를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 이외에는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할거에요.

  • 8. 리리리
    '15.11.9 10:18 AM (222.111.xxx.197)

    너무 착하시네요...복받으실거게요.
    삼촌 분 극락왕생하기를 바래요.
    그리고..

    인생은 혼자왔다 혼자가는거에요.ㅠㅠ

  • 9. ...
    '15.11.9 10:31 AM (211.114.xxx.245)

    원룸에 혼자 있는거보단 요양병원이 나을텐데요.

  • 10. ..
    '15.11.9 10:52 AM (223.33.xxx.81)

    독거노인 중 자식있고 가족있는분들 많아요
    부모모시고 사는집이 얼마나 되겠나요
    요즘은 병걸려서 병원에서 죽거나 아님 집에서 수명다해 죽거나 둘중 하나 라고 보면돼요

  • 11.
    '15.11.9 10:53 AM (1.236.xxx.225)

    저나 동생들도 그렇고 서로 얘기는 안했지만 의논이나 한 것 처럼 진행하는 걸 보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살아왔었나봐요.
    서글픈건 안타깝다거나 슬프다기보다는 모두들 담담히 삼촌의 병을 받아들이고 있다는거에요. 모두 죽을땐 혼자라지만 또 제일 약해지는게 그 순간이 아닌가 싶어서요.
    일주일에 한두번가서 챙겨드리는게 어려울게 뭐 있나요.
    애들도 커서 학교 간 사이에 잠깐 다녀오면 될 일인데요.
    그래도 기특하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1370 우리나라도 장례식 문화가 좀 바뀌면 좋겠어요. 12 ㅇㅇ 2015/12/23 3,645
511369 늙으신 부모님 소형아파트 처분하고 오피스텔로 갈아타는 건 어떨까.. 16 외동아닌외동.. 2015/12/23 5,028
511368 마흔 넘어 새로운 일 찾으신 분은 어떤 일 하시나요? 5 궁금 2015/12/23 2,286
511367 동네주민이 불우이웃 돕는다며 모금오면‥ 6 아파트 주민.. 2015/12/23 942
511366 朴대통령 ˝국회, 노동개혁 좌초되면 역사심판 못 벗어나˝(종합).. 11 세우실 2015/12/23 678
511365 피부과 상담비 내는 거죠? 6 희망 2015/12/23 3,432
511364 자궁하수 치료법 혹시 아시나요? 5 봄날 2015/12/23 2,269
511363 좌익효수 "'문죄인 씨X새끼' '절라디언'은 표현의 자.. 16 샬랄라 2015/12/23 1,077
511362 갑상선암이라고 하네요.. 10 아... 2015/12/23 4,627
511361 서울 경기 지금 얼른 환기하세요~ .. 2015/12/23 1,030
511360 코타키나발루 가려는데 숙소 어디로 하면 좋을지 문의합니다, 도와.. 9 설레임 2015/12/23 1,677
511359 국정원이 정치관여 금지법이 위헌이라면서 심판청구 했다네요 6 미친거네 2015/12/23 480
511358 회사 동료가 좋은 옷을 안입는 이유가 5 ㅇㅇ 2015/12/23 4,655
511357 서울영재고가 서울과학고인가요? 유학 많이들가나요? 4234 2015/12/23 1,447
511356 확실히,,,장례식에 가면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거 같지 않아요? 1 123 2015/12/23 1,265
511355 물건값 후려치니 기분 나쁘네요 15 .... 2015/12/23 4,824
511354 효과적인 실연극복방법..꼭 좀 알려주세요 ㅠㅠ 4 아픔 2015/12/23 1,596
511353 저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 1 구직자 2015/12/23 764
511352 최상위권 학생은 과외샘을 어떻게 구하나요? 4 예비고1 2015/12/23 2,176
511351 실리콘수세미 어때요? 4 2015/12/23 1,657
511350 유럽여행 패키지 3 ... 2015/12/23 4,026
511349 정말 경기가 안좋은거 같아요. 8 대체 2015/12/23 4,415
511348 무첨가 검은콩두유 탈모에 효과좀 있을까요? ㅇㅇ 2015/12/23 1,445
511347 계약직근로자가 사업자낼수 있는지 2 마음 2015/12/23 607
511346 방광염에 효과적인 약 (한방) 4 ㅇㅇ 2015/12/23 2,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