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가 웃어넘겼어야 하는 걸까요_속풀이

노처녀 조회수 : 1,784
작성일 : 2015-11-08 16:43:25
안지 10년 넘은 언니가 있어요.
예전에는 친했기 때문에 속 얘기도 가끔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에요.
한 5년 넘게 연락 끊겼다가 동일한 프리랜서 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최근에 가끔 마주치게 되었는데요.
전 마흔에 임박한 노처녀거든요. 이 언니도 30대 후반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아요.

서로 대화를 하다가 제가 결혼을 못했다고 그 언니가 저를 불쌍해하는 거에요. 안쓰럽다, 너는 다 갖추었는데(사실 그런 것도 아님ㅜㅜ) 결혼을 못해서 평범하게 못살다니, 평범한 삶도 못 살아보고 어떻게 하냐, 본인 아는 선배도 결혼 못했는데 정말 외로워하더라, 너는 어떠냐, 나도 노처녀였을 때 정말 우울하고 삶이 너무 힘들었는데 너도 그러냐, 노후는 어떻게 하냐, 나도 노후가 걱정은 되는데 애가 있어서 괜찮다, 너 주변 사람들은 너 이런 거 보고 의견이 어떻냐, 일반적으로는 너 상황에 대해 뭐라고 하디, 안쓰러워서 어쩌냐.....

전 주변에서 결혼해야지 등등 말해도 한번도 상처받은 적 없는데, 정말이지 한 10분 넘게 대놓고 동정을 표하니 어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전 결혼에 목맨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불쌍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때는 뭐 누가 저런 말을 하면 맞아요, 외로워요 이러면서 웃거나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세용 하거나 독신도 좋은 점 있는데용 하고 넘어가는데, 그렇게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한 10분 동안 계속 대놓고 직접적으로 그러니까 정말 기분이 나빠지더라구요. 아, 이래서 동정하려면 차라리 돈으로 줘 그런 말이 있는거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들었어요.
그래서 이야기 중간 중간에 "언니, 내가 지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난처해" 이렇게 여러번 말했는데도 계속 이어가더라구요. 그러다가 그 언니가 "너 주변 사람들은 너 결혼못한거에 대해 뭐라고 하디, 궁금하다"라고 하면서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저를 봤을 때 제가 드디어 빡침까지 도달해서 뭐라 할지 맘을 결정했어요

그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기분나쁘다고 했어요. 사람마다 외로움에 대한 건 다르게 느낀다, 물론 나도 많이 나이가 더 들면 외로울 것 같긴 하다, 독신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본인은 가진 것(결혼)을 다른 사람이 못 가졌다고 해서 못 가진 사람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 삶에서 지금 제일 힘든 것은 언니한테도 여러번 말했듯이 결혼못해서 외로운 게 아니라 편찮으신 부모님 병간호하는 것이다,...
그 언니가 제 말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대답하더라구요. 미안하다는 말은 못 들었어요.
그 언니 표정이 상처받은 표정이더라구요. 이 나이도 어린 동생이 어디서 감히,라는 상처요(저보다 이 언니가 5살 정도 많고 예의를 중요시하거든요.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하는 예의요, 동등한 인간 사이의 예의라기보단요)
   
저도 나름 할 말은 했는데, 아직까지도 뭔가 찜찜한 거에요. 내가 웃어넘길 걸 그랬나, 어차피 할 말 해도 불쾌한 건 마찬가진데, 내가 그냥 참았다면 나만 불쾌했을 텐데 이제는 양쪽 다 불쾌하고. 저도 이 언니를 다시 보고 싶진 않다는 생각도 들고. 
노처녀인 게 죄네요. 노처녀인데 성깔있는 게 죄인가 싶기도 하구요. ㅠㅠㅠ
 
IP : 58.141.xxx.16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11.8 4:51 PM (218.158.xxx.235)

    언니는 왜 언니기준으로 행복여부를 판가름해?
    잔소리그만~~

    끝!!

  • 2. 언니가 걱정되
    '15.11.8 5:01 PM (14.32.xxx.191)

    라고 하세요. 요즘은 아이들 낳아서 노후에 등골 빠지게 한다는데 언니는 어떻게...
    난 혼자여서 나라에서 노후에 혜택이라도 있는데 언니는 자식 언제까지 뒷바라지 해야하는지 걱정되.
    자식은 업보라고 하던데...언니가 걱정된다....

    아들 둘 있는 애미입니다....

    동생이 미국에 사는 40대 노처녀인데..이 곳에서는 자기보고 결혼했냐고 물어보지 않아서 너무 좋답니다.
    혹시 그 언니 현재 불행할 수도 있어요.

    저 솔직히 요즘 무지 행복한데... 남들한테 티내기가 미안해서 남들 힘들다고 하면 나도 힘들어죽겠다고 맞장구쳐요. 솔직히 힘든거 하나 없는데...

    정말 저런 사람만나면 잘 살고 있는 사람 맘 상하죠...

    그 언니 좀 피하시구요... 정신건강에 안 좋아요...그런 사람땜에 기분 상하는 것도 싫잖아요.

  • 3. ...
    '15.11.8 6:03 PM (1.241.xxx.219)

    이해가 안되네요.
    전 될수 있으면 결혼 안한게 행복한거라고 하는데...
    부럽던데요. 보통 기혼들은 그러지 않나? 할말없어서 말하다보니 너무 나간거 아닌가 싶네요. 그 언니분.

  • 4. ..
    '15.11.8 6:38 PM (119.200.xxx.186)

    말씀 잘하셨어요.
    그렇게 사람에 대해서 배려없고 눈치없는 사람은
    직접 말을 해줘야돼요.
    그럼에도 본인이 무얼 잘못한 줄을 모르는 사람은
    그냥 피하심이 정신건강에 좋을듯..

  • 5. 잘하셨어요
    '15.11.8 6:56 PM (115.140.xxx.134)

    저도 결혼했지만 미혼인 사람한테 불쌍하다느니 그런말이 어떻게 나오는거죠?? 결혼이 인생목표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렇진 않잖아요. 그런 사람이면 차라리 안보는게 낫겠네요

  • 6. 무개념
    '15.11.8 7:11 PM (210.90.xxx.203)

    참 그 언니라는 분, 매너가 너무 없고 인간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네요.
    저렇게 말하고 자신은 결혼못하여 큰 어려움에 빠진 아는 동생을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착한 언니 코스프레 하고 싶었나봐요.
    저렇게 말하고 그래도 언니가 저를 이렇게 걱정해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이런말 기대한건가요? 기가막히네요.

    원글니 화나신거 당연하고 빡침을 표현할 가치도 별로 없는 일에 성을 내어 기분나쁘시겠지만
    그 언니 기분 상하거나 말거나 혼자 냅두시고 그냥 잊어버리세요.

  • 7. 원글 노처녀
    '15.11.8 8:02 PM (58.141.xxx.169)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해요. 위로가 되네요.
    그 언니가 시부모님 모시느라 고생이 많은데 그래서 그랬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저도 그때 기분 나빴던 게 이 언니가 나를 진짜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는 느낌 때문에 그랬나봐요. 정말로 누군가가 불쌍하면, 너 불쌍하지 난 너가 안쓰러워 이러면서 상대로부터 그래요 저 불행하고 힘들어요라는 말을 끌어내려고 하진 않으니까요. 일반적으로는 진심으로 누군가가 안쓰럽다면 위로를 하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죠.
    82에 이런 속풀이 글은 처음 썼는데, 댓글 주신 분들 고마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8659 쌀벌레 퇴치법 알려주세요. 2 계란 2015/11/09 987
498658 자녀의 직업으로 의사와 변호사중에 14 ㅇㅇ 2015/11/09 4,093
498657 제발요, 100만원초 예산, 첫 명품백 골라주세요 ^^; 49 데이지 2015/11/09 3,342
498656 전에 살던 동네 엄마가 카톡으로 놀러온데서... 12 000 2015/11/09 5,212
498655 봉지굴이랑 그냥 팩에 들은 굴이랑 무슨차이에요?? 1 2015/11/09 1,184
498654 독신과 죽음 9 2015/11/09 3,708
498653 여자도 직장생활 꼭해야한다..! 외쳤던 사람인데 49 직장 2015/11/09 2,147
498652 남편이 오피 다녀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47 휴.. 2015/11/09 29,874
498651 '비밀투성이' 국정교과서…집필진 '초빙' 늘리나 3 세우실 2015/11/09 732
498650 연어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6 샐러드용 2015/11/09 1,476
498649 맨날 부동산 폭락한데 ㅋㅋㅋ 35 ... 2015/11/09 6,954
498648 뉴욕여행시 민박집에 유모차 9 럭키찬스77.. 2015/11/09 1,328
498647 12월 연말에 7세 딸아이랑 중국 상해 갈려고 하는데 괜찮은지... 3 중국여행 2015/11/09 1,438
498646 티비 없으면 좋아요 11 자유 2015/11/09 2,003
498645 뉴빵이 뭔가요? 2 청소년 문자.. 2015/11/09 1,047
498644 독일여행 조언 부탁드립니다. 6 깝뿐이 2015/11/09 1,301
498643 2015년 11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5/11/09 474
498642 미서부 라스베가스 지역 날씨 여쭤봅니다. 1 미서부날씨 2015/11/09 940
498641 저는 살림회피형 맞벌이에요.. 14 dd 2015/11/09 5,230
498640 갈비탕 온오프라인 가격 좀 알려주세요 궁금 2015/11/09 684
498639 오늘 패딩 너무 두껍지 않은거 입고 출근하면 좀 그럴까요 4 .... 2015/11/09 2,074
498638 제가 사랑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요 4 싫다 2015/11/09 1,428
498637 3천만원 예금 15일 남겨두고 해지시 이자 얼마나 받나요? 5 ... 2015/11/09 2,326
498636 미국항공권올렸던 3 2015/11/09 1,095
498635 네이버검색 왜 이렇게 잘 안되죠 얼마전부터 2015/11/09 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