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주말에 집에서 밥을 가끔 해먹어요. 고양이는 언제나 조리대에 올라와서 오가는 모든 도구와 음식을 검사합니다. 된장찌개에 넣으려고 쇠고기 녹이니 그거 달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에요.
그러다 갑자기 후다닥 뛰어내려가서 급히 옆구릴 핥아요. 보니까 옆구리가 약간 누르스름하네요. 가스불에 그을렸어요. 헉.
전에는 끝만 살짝 눌었는데 이번에 정말 조금 탄 부분도 있어요. 털 탄 냄새도 나요. 놀랬는지 다시는 안 올라오네요. 계속 안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고양이는 복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오가는 사람들을 확인합니다. 무서워하면서도 고개를 약간만 내밀고 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목을 죽 빼고 못생긴 표정으로 밖을 살펴요. 우리 라인의 이웃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다들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있어요. 제가 없는 저녁에 벌써 혼자서 다 인사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