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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oon Shim
[허명(虛名)들의 대행진]
기이하고 반가운 일이다. 지금까지도 신형식 교수가 다음의 실시간 검색 2위로 올라와 있네. 어제 내내 최몽룡 교수와 함께 역사학자도 이렇게 스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상 초유의 사건에 이분들 잠이나 제대로 주무셨을까?
동업자 선배님들을 이렇게 띄어준 역사 국정교과서 파동의 당사자들께 무한한 감사를 올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장성 없는 역사학을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게 해준 정권이 또 있을까?
나는 사실 신형식 교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국대학에서 신라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냥 보통의 착실한 학자 정도? 퇴직한 지 이미 10년이 넘어 소일거리도 별로 없던 차에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가 이 파동의 와중에 건강 상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최몽룡 교수도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서울대, 하버드대를 거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는 점은 알고 있다. 언론에서 26세에 전남대 교수가 되었다고 떠드는 걸 보니, 정말 그 용꿈이 딱 들어맞은 수재 중의 수재였을 것이다.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제자 40명이나 우려 전화를 했다고 하니 인품이나 실력도 대단하겠지.
그러나 최 교수와 동종 업계에 발을 담고 있는 나는 40년 교수 생활을 했다는 그가 그 간판 이상으로 학문적으로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그 대단한 학맥의 카르텔 속에서 업계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다양한 혜택을 누렸겠지만.
10대 후반의 성공이 평생을 좌우하는 대한민국에 정말 이런 분들이 너무 많다.
몇 해 전 내가 재직 중인 단국대의 동양학연구소에서 주관한 한 발표회에서 그를 기조강연자로 모셔온 적이 있었다.
그 유명한 최몽룡 교수가 최소한 이름값은 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아침 일찍 들으러 갔는데, 웬걸 한 시간 내내 그의 횡설수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알맹이 없는 강연 직후 자신도 머쓱했는지 바로 자리를 뜨는 모습까지 보면서, 솔직히 그가 챙겨간 강연료가 아까웠다. 주최 측에 항의 아닌 항의까지 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그의 제자들이 얼마나 낯 뜨거웠을까.
나는 그 때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 공부에 이미 손을 놓은 말년의 학자가 이름값은 하려고 들면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학문에 매진하던지, 그게 어려우면 그냥 조용히 지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사실 김정배 교수가 말년까지 사명감을 가장한 자리 욕심에 목메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순이다. 그의 직계 제자들까지 집필을 거부하는 이 비상식적 상황에서,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결국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네들이나 역시 자리나 돈에 집착하는 삼류 연구자들 밖에 없을 것이다.
최 교수의 인터뷰를 보니 학문적 권위 운운하며,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했던데, 제 정신인 사람은 모두 거부하고 있으니, 상당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권위는 학벌이나 스스로의 착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가 그동안 내놓은 연구 업적을 보고 업계의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것이지.
사실 삼류대학을 나온 비주류 연구자인 내 처지가 이럴 때는 정말 고맙다. 그 대단한 학맥에서 자유로워, 감히 최 교수 같은 이름만 大학자를 이렇게 비판할 수 있으니. 아마 그와 학맥이 얽혀서 나서지 못하는 많은 역사 연구자들이 내심 속 시원해 하리라 믿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노년 삶의 모습을 제시해준 김정배, 신형식, 최몽룡 선배님께 감사드린다(혹시 이 분들 중에 정말 돈이 궁한 분이 계신다면 그건 충분히 이해된다).
한국 역사학계는 이번의 파동으로 위기이자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새누리 조폭의 무성대장으로부터 좌파 낙인이 찍힌 90% 이상이 같은 마음으로 저질 정권에 맞서고 있으니, 일단 지금까지의 대처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이제 학맥이나 인맥을 떠나 진정한 실력으로 연구자들을 평가할 수 있을 때, 역사학계의 도전은 더욱 멋진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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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팍에 어느분이 링크걸어주셨네요.
오늘 인터뷰 화제라..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