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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폐지 줍는 분 돈 드린 이야기를 보고 저도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ㅇㅇ 조회수 : 1,323
작성일 : 2015-11-04 10:41:49
재작년인가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 저희집에 택배 배달하러 오시는 분이 있었어요.
남편만 다니다가 어느날부터는 아내도 같이 다니더라고요.
무거운 건 남편이 배달하고 가벼운 건 아내가 배달하는 듯 했어요.
그런데 아내분이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4~5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를 걸려서 다니더라고요.
아이가 너무 추울 것 같아 맘이 안쓰러워서.
어느날에는 1층 출입문을 열어주고는 초콜렛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인터폰 화면으로 그 아내분인 걸 확인했거든요.
납작한 상자 안에 여러개 들어 있는 초콜릿이었어요. 가나초콜릿 조금 큰 상자만 한 거.
얼마 후에 저희집 벨이 울려서 물건을 받고서 엄마 옆에 따라다니는 그 아이에게 초콜릿을 줬어요.
이거 먹어~ 안녕~^^ 
아이의 손에 초콜릿을 들려 보냈어요. 
엄마는 옆에서 아무 말도 없었고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그 아내분이 저희 집에 배달을 오지 않았고 늘 경비실에 저희집 택배를 맡겨놓더라구요.
현관벨이 울려서 열어줬는데 안 올라오고 경비실에서 나중에 연락이 와요. 택배 온 거 있으니 가져가라고.
저희 단지는 경비실이 1층 출입문 안에 있거든요.
처음에는 집에 아무도 없는 걸로 착각했나보다 싶었는데 그 담에도 몇 번 그러더군요.
그러고나니까 그 아이엄마가 자존심이 상했나... 기분이 나빴나 생각이 들었어요.
실수한 것 같아 많이 미안했어요.
아이가 안쓰러워서 준 거지만 실례였던 것 같다는 생각. 좀 더 배려했어야 한다는 생각. 복잡했어요.
제가 너무 더운 여름에는 택배아저씨들한테 얼음물도 한 잔씩 드리고, 
자주 오셔서 얼굴 아는 분들한테는 가끔씩 요구르트도 두 개씩 드리곤 하거든요.
그런데 얼음물을 드려도 어떤 분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시원하게 마시고 가지만
또 어떤 분은 제가 민망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마시고 가세요.
성격 나름이겠지만 호의로 받아들여질지 동정으로 받아들여질지 굉장히 미묘한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씩 그 택배기사 아내분 생각하면 미안한 맘이 드네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는 걸 배우기도 했고요.
혹시 그 아내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IP : 114.204.xxx.1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11.4 10:46 AM (180.68.xxx.164)

    더운날 주는 음료수 한잔과 아이가 받는 쵸콜렛은 또 의미가 다를거 같기는 하네요
    저도 가끔 음료수 비타민 이런거 드리거든요 .4층 빌라인데 거의 택배로 연명하는 사람이라서..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
    우리는 그냥 고맙다고 드리는건데 그 분들은 애가 내 할일 하는데 동정인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고 ..
    그런건 아닌데...

  • 2. ...
    '15.11.4 10:48 AM (125.180.xxx.181)

    아이 쵸콜렛은 그냥 웃으며 받을수도 있을것같은데
    그 아이엄마 마음이 많이 움츠러들고 힘든 상태였나보네요

  • 3. ...
    '15.11.4 10:51 AM (125.180.xxx.181)

    저도 자식을 데리고 배달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그럴것같기도해요

  • 4. ...
    '15.11.4 11:20 AM (223.62.xxx.179)

    저는 폐지줍는 노인분들보면
    그럴때마다 만원씩 드려요.
    밥사드시라고...

  • 5. 저런..
    '15.11.4 11:25 AM (175.193.xxx.188)

    좋은 마음으로 하신 건 알겠는데 원글님이 조금 실수하신 것 같아요.
    내가 궂은 일 하는 건 내 일이라서 괜찮지만
    내 아이에게 동정의 시선이 간다면 마음이 쓰릴 듯 합니다.

  • 6. ㅇㅇ
    '15.11.4 11:34 AM (221.139.xxx.35)

    애기 과자 주는 것까지 동정으로 받아들이면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도 꼬인거죠.
    부잣집 애한테도 예뻐서 과자는 줄 수 있는건데요.
    원글님 잘못하신 거 없어요.

  • 7. 부자들이 공짜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죠.
    '15.11.4 12:16 PM (110.47.xxx.57)

    부자들은 진심으로 공짜를 좋아해요.
    그리고 호의도 좋아하죠.
    대부분의 경우는 기쁘게 받아들이죠.
    내가 잘나다 보니 잘 보이고 싶은가 보네라는 자뻑을 겸해서요.
    하지만 같은 것을 줘도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생각이 많아요.
    이걸 왜 나에게 주는 거지?
    내가 거지로 보이는 건가?
    자존심의 이름으로 호의를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죠.

  • 8. 제가
    '15.11.4 12:48 PM (218.235.xxx.111)

    그아이 엄마라도 상처 받았을거 같아요....
    물론 원글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요^^

    저는 특히 택배 같은 경우
    그사람들이왔을때 집에있고
    문 바로 열어주는게 제일 좋은 배려인거 같아서...

    음료수니 물이니 대접하지 않아요.(그렇게 부자도 아니고..저희는 음료수 거의 안마시는 집이고 해서)
    그분들 화장실 사정도 감안해 주셔야해요.
    일하다가 화장실 가기도 어렵잖아요

  • 9. 그게...
    '15.11.4 1:37 PM (211.114.xxx.135) - 삭제된댓글

    저도 형편이 안좋았는데 받는거 싫어해요.
    어려우니 존심만 있고 받아가면 분명 좋은데 받질 못했어요.
    그게.최소한의 내 자존심이었어요.
    반면 애들은 풍족히 키우진 못했어도 하려는거 못하진 않았는데
    넙죽넙죽 받는거 좋아합니다.
    학교 급식서 남은 반찬도 지가 좋아하는거면 손 들어 들고왔어요.
    그냥..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셔요.
    형편이 좋으면 받는거 싫어 안하지만
    아니면 정말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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