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딸아이가 할아버지 생각하며 쓴 동시. ^^

... 조회수 : 3,543
작성일 : 2015-11-02 15:53:59


사랑이라는 이름의 텃밭을 가꾸신 할아버지 

겨울이 오기 전에 할아버지를 꼭 찾아봬야지 
평소 좋아하시는 홍삼 캔디도 사고 
따뜻한 장갑도 사드려야지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가을이 채 가기도 전일 무렵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영어책을 갖고싶단 막내 손녀의 투정에 편찮으신 몸으로 외출하셔서 바로 책을 사오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부 다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던 것들 뿐이라 
어느 것 하나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맺히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하루는 언니와 내가 같이 용돈을 모아 산 만년필을 할아버지께 선물하였는데 
우리는 몇 년이 지나도록 잊고 있던 그 만년필을 
할아버지는 다 쓴 잉크마저도 버리지 못하시고 
케이스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다 

손녀딸이 사드린 첫 선물 만년필이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소중하셨는지 그 깊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연한 듯 알고 지냈던 할아버지의 사랑과 애틋함의 깊이만큼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다 
작은 사랑에 감동하시고 그보다 훨씬 큰 사랑을 나눠주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뜻대로 할아버지는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시고 떠나셨다 
남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늘 해오시던 말씀을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이젠 많이 슬퍼하지도 많이 울지도 않아야겠다 
할아버지께서 늘 우리를 지켜봐주시고 계실 테니까 
힘들어 지쳐있을 때면 격려를 
앞으로 힘껏 나아가고 있을 때면 더 큰 격려를 해주실 것이다 

그간은 할아버지를 명절때나 방학때 밖에 뵙지 못했었지만 
이젠 언제 어느 순간에도 할아버지가 우리를 지켜봐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오히려 든든해졌다 
슬픔이 벅차오르는 마음은 안도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창밖을 바라다보니 햇살 한 줄기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

초등학교 4학년 딸 블로그를 보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네요.
작년에 친정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적은 글 같아요...
벌써 이렇게 컸나싶어 좀 귀엽네요. 맨날 실바니아인형 사진만 찍어올리는줄 알았는데....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년부터 꾸준히 블로그를 써오고 있는데 나름 귀엽(?)네요 --;;;; 팔불출 죄송합니다...
나이 마흔 넘어 본 늦둥이 막내딸인데 (언니오빠는 벌써 대학생&직장인.....) 요즘 제가 다 젊어집니다. ㅍㅎㅎ
직접 자랑하기는 좀 민망하고, 82님들께라도 요렇게나마 보여드리고 총총 사라집니다 
82분들 즐거운 오후~ 되세요 ㅎㅎㅎ
IP : 221.162.xxx.20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
    '15.11.2 3:58 PM (175.182.xxx.78) - 삭제된댓글

    마음이 찡해지는 글이네요.
    읽으면서 고등학생이상 되는 아이가 쓴 줄 알았어요.
    할아버지도 훌륭하시고
    아이도 기특하고 문장력도 좋네요.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
    '15.11.2 4:01 PM (222.100.xxx.166)

    눈물이 날뻔 했어요.
    참 좋은 글이네요.

  • 3. 만년필
    '15.11.2 4:07 PM (210.117.xxx.229)

    저는 이글이 여대생이 쓴 글일거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펜을 놓지않고 ( 키보드? ^^ ) 글을 써간다면 좋은 작가가 될거라 여겨집니다.
    혹 작가의 글을 가지 않더라도 어떤일을하던 갖고 있는 필력이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거에요,
    쉬지않게 조용히 지지해 주세요.
    부럽습니다.
    따님도, 어머님도,,,,,,

  • 4. 이 글이
    '15.11.2 4:07 PM (183.100.xxx.232)

    초등 4학년 아니 작년이면 3학년일 때일텐데
    초3의 글이라니 대박이네요

  • 5. ....
    '15.11.2 4:07 PM (121.150.xxx.143)

    헐. 혼자 이런글을 썼다고요?? 천재적이네요....
    제 조카 중2인데 논술샘이랑 같이 쓴 글도 솔직히 이보다 못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 6. 만년필
    '15.11.2 4:08 PM (210.117.xxx.229)

    참, 그리고 멋지신 친정아버님도 ^^

  • 7. 동시라고 할수는 없을것 같고
    '15.11.2 4:10 PM (58.124.xxx.130)

    그냥 수필 정도요?
    여튼 너무너무 잘 썼네요~~~ 계속 재능키워주세요

  • 8. ///
    '15.11.2 4:21 PM (175.223.xxx.194)

    동시는 아니고 수필이네요
    성인이 썼다고 해도 아주 잘 쓴 글입니다
    재능이 대단합니다

  • 9.
    '15.11.2 4:36 PM (14.52.xxx.34)

    읽다가 눈물 났어요. 정말 감동적,
    나중에 큰 인물이 될 아이네요.

  • 10. 음음음
    '15.11.2 4:43 PM (121.151.xxx.198)

    눈물이 핑 도네요
    막둥이라 그런지
    성숙했네요
    정신적으로요

    따뜻한 글 감사해요

  • 11. ...
    '15.11.2 4:44 PM (124.5.xxx.41) - 삭제된댓글

    제 딸과 친정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네요

    초4인데 글을 너무 잘 쓰네요
    아니 글이 아니라
    그 내용이 -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기특하네요

  • 12. 기특한 따님
    '15.11.2 4:52 PM (39.115.xxx.6)

    할아버지께서도 천국에서 늘 손녀딸을 지켜보시면서 흐믓해하시겠지요.
    저도 손주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좋은 할머니가 되고싶군요.

  • 13. 데헷
    '15.11.2 5:18 PM (121.141.xxx.22)

    우와 멋지네요
    따님 블로그 주소좀... 이웃맺고 싶어요 ㅎㅎㅎ

  • 14. 그레이스앨리
    '15.11.2 7:14 PM (218.153.xxx.94)

    저희 아들이랑 갑인데 ㅎㅎ
    글은 어른이 쓴거 같아요

    천재 재능이~

  • 15. 바램
    '15.11.3 3:44 PM (121.144.xxx.112)

    할아버지의 지성과 감성을 모두 물려받은 손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7139 대만 로얄 닛코 타이페이랑 오쿠라 호텔 중 에 어디가 나을까요?.. 대만 2015/11/03 1,078
497138 라ㅇ나 치아보험 가입해도 될까요? 8 치아보험 2015/11/03 1,962
497137 구두쇠 부모 두신분 5 ㅁㅁ 2015/11/03 2,413
497136 혼자 제주도 왔어요 49 여행중 2015/11/03 2,634
497135 82에선 왜 이리 빠릿함을 강조하는지...솔직히 부유층은 빠릿할.. 32 ㅇㅇ 2015/11/03 4,933
497134 현금영수증 발급 안해주는데 어디로 신고하나요? 1 ... 2015/11/03 1,229
497133 살면서 도움되는 명언이나 깨달음 있었다면 13 알려주세요 2015/11/03 4,547
497132 교육부에 항의 전화했어요!! 6 1234v 2015/11/03 1,359
497131 예전 MBC 스페셜 승가원의 아이들 기억나세요? 하하33 2015/11/03 7,602
497130 '무학산 살인사건 공개수사 전환' 1 .. 2015/11/03 1,462
497129 재환씨 노래 와우~ 4 무도 2015/11/03 1,587
497128 압구정동 현대.한양.미성아파트 2 misskf.. 2015/11/03 2,298
497127 '위안부 해결’ 없었던 한일 정상회담,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4 왜불렀냐 2015/11/03 670
497126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우월감을 느끼나요? 48 ㅇㅇ 2015/11/03 4,044
497125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생아 물고 병원으로 달려간 개 12 ~~ 2015/11/03 4,562
497124 외국어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나요? 14 씽씽 2015/11/03 3,757
497123 (초1)겨울에도 수영 보내나요? 4 열매사랑 2015/11/03 1,604
497122 입술을 매일 쥐어 뜯다가.. 효과.. 7 입술 2015/11/03 3,340
497121 어제자 손석희 앵커브리핑 보세요! 2 ee 2015/11/03 971
497120 아이의 문과.이과성향 언제쯤 아셨어요?? 3 soso 2015/11/03 1,686
497119 남자 중학생들 패딩 같은거,,한치수 큰거 사셨나요? 2 그럼 2015/11/03 1,677
497118 김구라가 방송 저렇게 활보하는 한 아베한테는 한국.. 4 …. 2015/11/03 921
497117 [한·일 정상회담]아베 귀국 일성 “위안부, 1965년에 최종 .. 5 세우실 2015/11/03 811
497116 운전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끙끙 앓았던 사람 합격 했어요. 7 운전면허 2015/11/03 1,811
497115 부천 송내역 7개월 아기랑 갈만한 곳 49 한량으로 살.. 2015/11/03 3,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