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동네 캣맘을 알게 되었어요.
하는 일도 그렇고(전문직) 외모도 너무 화려하게 생겨서
좀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인데
알면 알 수록 사람이 진국이더라구요.
이 사람 집에 가보면 사람집에 고양이가 사는게 아니라
고양이 집에 사람이 살짝 얹혀 사는 것 같습니다.
50평 집에 고양이가 열마리쯤 사는데
(가끔은 길고양이들, 중성화한 고양이들, 임보하는 고양이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듯)
고양이 집, 고양이 장난감, 캣타워 등등으로 가득차 있어요.
이 분은 저녁마다 매일 고양이 밥을 주는데
전날 먹은 것 치우고 매일 새 물로 갈아주고, 고양이 하고 얘기하는 걸 하루도 안빼먹어요.
이 분의 지론은 '길고양이는 안태어나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입니다.
매일 밥주며 정들인 고양이가 하루 아침에 죽임을 당하는게 비일비재하다네요.
예전 한 번은 어떤 미친놈이 고양이중의 엄마를 칼로 난도질해놓아서
며칠을 대성통곡하며 다녔다고하고, 몇년을 같은 장소에서 밥주며 새끼처럼 이뻐하던 고양이들이
하루아침에 증발되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랍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그 동네에서 멀리 가지 않아요. 특히 우리동네처럼 빤한 아파트 동네에서는요)
없어진 고양이들 찾으러 몇날며칠을 찾으러 동네에 다니구요.
그래서 밥 주는 일보다 이 분이 제일 우선시하는 건
길고양이들 중성화에요.
어디에 고양이가 발견됐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덫을 차에 실고 출동합니다.
그리구 덫에 걸린 아이들을 단골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시키고
집에 데리고 와서 치료한 후에 방사합니다.
한 번은 임신한 길냥이를 잡았는데
그냥 잡아서 수술시켜 달라고 했다네요.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했더니, 길고양이가 태어나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 지 아느냐고 묻데요.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 지 아느냐고요.
어쩌다가 고양이에게 눈을 떠서
자기돈 들여서 밥 주고, 매년 접종하고, 아프면 치료시키고, 중성화 시키고, 그러다가 죽으면 마음 아파서 전전긍긍하고
거기다가 캣맘이라고 욕 먹고.
캣맘을 알면서 저도 고양이가 너무 이뻐졌지만
절대 저는 캣맘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