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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새가 죽었어요 .

새가 조회수 : 2,190
작성일 : 2015-10-31 12:36:02

어제 오후 늦게 어딜 가는데.. 지하 2층 주차장 길 한 가운데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는 거예요.
살짝 경적을 울려봤지만 안움직여서 내려서 다가갔어요.
그제야 콩콩콩 뛰듯이 움직여서 주차선 안쪽으로 가더라구요.
참새 종류는 아니고 덩치가 꽤 되는 새였어요.
날 생각을 안하는 걸로 보아 어딘가 다친 거 같은데 잘 보이진 않고..
가까이 가면 도망만 치더군요.  걱정됐지만 .. 차에 있던 무화과 하나 던져주고 갔어요. 탈수될까봐 그거라도 먹으라고 ㅜ

밤 9시 넘어 돌아와서  일부러 지하 2층에 차를 댔어요. 새가 있던 쪽으로 가 보니 안보이길래 다행이다..싶었어요.
무화과도 안보였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청소하신 모양) 
어딘가로 도망갔다고 생각했죠.
근데 차 밑을 휘 둘러보니 다른 차 밑에 웅크리고 조는듯이 앉아있는 거예요.
집에 돌아왔지만 저렇게 있다가는 고양이한테 잡아먹히지.. 싶어서 
설탕물이랑 쌀 한줌을 가지고 내려갔어요. (검색결과 설탕물 먹이면 좋다고 금방 기운을 차린다고 해서..;;)
하지만 먹을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 내가 구해주자.. 하는 생각으로 
큰 부츠박스에 새를 억지로 담아왔어요. 날지는 못하는데 잡히는 건 싫은지 버둥거렸어요.
그때부터 우리 강아지 치료해주시는 동물원장님이랑 여기저기 전화해봤지만.. 24시간 동물병원에 
특수동물을 치료하시는 선생님은 안계셨어요 ㅜ 야생동물 보호협회 같은 곳은 밤이니까 당연히 전화를 안받구요..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요새 아파트마다 새들이 많이 죽는다고 하면서..감염된 새일지도 모른다고 하구.. 
 
어느 24시간 동물병원에서  다음날  낮에는 새를 보시는 선생님이 출근하신다고 해서 
오늘 아침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박스에 구멍을 뚫고 설탕물을 넣어주고는 베란다에 놔두었어요.
밤새 무사하기만을 바랬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가보니 죽어있네요.
설탕물은 엎어져있고 고개를 박듯이 엎어져서 꿈쩍하질 않아요..
몸은 이미 차갑게 식었구요.
보아하니 다른 외상은 없는 것 같고 꼬리쪽이 잘린 거 같아요.
자동차에 끌려서 지하2층 주차장까지 온 걸까요?
피도 안났던데.. 꼬리쪽이 잘렸다고 저렇게 죽을 수 있는 건지...
차라리 주차장에 두고 왔으면 살았을까?.. 모른 척 할걸.. 
오후에 처음 봤을 때 구조할 걸... 
새를 담은 박스를 따뜻한 거실에 둘 걸....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아파요.
약한 생명이 가족도 없이 가엾게 혼자 죽어갔을 생각을 하니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요

이따가 아파트 화단에 묻어주고 오려구요.
다음부터는 다친 새를 봐도 데려오지 않을까봐요. 후유증이 너무 크네요.
 

IP : 220.118.xxx.1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새 구조해봤는데
    '15.10.31 12:45 PM (211.178.xxx.196)

    제가 만지지도 못하고, 남이 상자에 담아줬죠;;

    저는 비둘기였고, 기운이 남아 있어서 보리쌀 줬어요.

    새는 똥을 바닥에 싸니까 신문지 갈아주느라

    비닐장갑 끼고 몸통 잡아 상자 바꿀 때 얼마나 긴장되던지ㅠㅠ

    병원 데려갔더니 날다가 어디 부딪친 것 같다고

    고맙게도 큰 돈도 안 들었었죠.

    님이 발견하신 새는 이미 탈진했나 봐요. 그러면

    사람이 붙잡고 먹였어야 하는데, 그거 아무나 못하죠.

    괜한 짓 아니에요..주차장에서 참혹하게 뭉개졌을 확률이 높죠..

    잘 묻어주세요. 마음 잘 추스리시고요.

  • 2. ...
    '15.10.31 12:48 PM (211.108.xxx.216)

    원글님, 고맙습니다.
    원글님 덕분에 그 새가 찬 길바닥이 아닌 따뜻한 집안에서 보살핌 받으며 떠날 수 있었어요.
    이제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을 테니 잘 되었구나 생각하고 가볍게 보내주세요.
    슬퍼하거나 미안해하실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따뜻한 마음 베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3. 아..
    '15.10.31 12:52 PM (175.114.xxx.185)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그래도 그 새에게 님의 도움의 손길이 마음 따뜻하게 전달됐을 거예요.

    새가 좋은 곳으로 갔길 ....

  • 4. ...
    '15.10.31 12:59 PM (121.190.xxx.37)

    딱하고 가여운 생명이 그래도 원글님 덕분에 주차장 바닥에서 떠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착한 분이세요..

  • 5. ....
    '15.10.31 1:21 PM (124.49.xxx.100)

    원글님 맘 이해가 되네요. 많이 애쓰셨고 그 새도 원긍님맘을 알거에요

  • 6. 나는누군가
    '15.10.31 1:22 PM (175.120.xxx.91)

    그 새는 분명 고마워 할거에요. 저도 참 죽은 동물 보면 앵간해선 꼭 묻어줘야 하는 성격이라...

  • 7. 미소
    '15.10.31 1:27 PM (121.178.xxx.152)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군요.
    잘하셨어요.
    맘 편히 가지세요

  • 8. 새를
    '15.10.31 2:23 PM (220.118.xxx.124)

    지금 막 묻어주고 왔어요.
    아파트 화단에 잔뿌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몇 군데를 파서 용케 한 곳을 찾았어요.
    이제야 자세히 보니
    부리와 발이 모두 초록색으로 변했더라구요.
    쏟은 설탕물이 닿아서 그런 건지.. 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부리 색이 변한 게 설탕물 때문이라면... 설탕물을 먹어보려고 애썼던 건지...
    아니면 독을 먹어서 죽은 건지 ..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을 텐데 싶더라구요.
    꼬리쪽은 털만 조금 잘렸을뿐 아무 외상이 없었었어요.
    날지 못한 걸로 보아 날개 뼈가 부러졌던 건지...
    죽은 이유를 모르니 더 안타깝네요.
    밤새 혼자 사투를 벌이던 시간이 너무 아프지 않았기를...
    좋은 곳에 갔기를 바랄 뿐이에요.

    어서 잊어야 하는데 .. 묻은 곳 주위를 걸을 때면 또 생각이 나겠지요..

  • 9. 우하하
    '15.10.31 2:47 PM (118.219.xxx.146)

    복받으실 거에요

  • 10. ㅠㅠㅠㅠㅠㅠㅠㅠ
    '15.10.31 3:34 PM (183.101.xxx.9)

    가여운것....
    주둥이랑 발의 색이 그렇다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보통 독극물먹었을때 그렇지 않나요..
    아파트마다 많이 그런다면 제생각엔 쥐약먹지않았을까 싶어요
    말이 쥐잡기용이지 보통 고양이잡는다고 약놔서 배고픈새도 먹고 그런거같아요..

  • 11. 토닥토닥...
    '15.10.31 4:01 PM (210.117.xxx.180)

    좋은 일 하신 거예요. 결과가 좋았음 더 좋았겠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고해서 님의 선의가 없어지는건 아니예요. 다른 분들 말씀대로 더 끔찍하고 참혹하게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님 덕분에 그건 피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새들 몇 번 구조해서 보호해봤는데 결과가 안 좋은 적이 더 많았어요. 개나 고양이와 달라 지식도 없고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라 실내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 자체를 버거워 하더라구요.
    가여운 새도 님 마음 알거예요. 복 지으신 겁니다.
    그런데 녹색으로 변했다는 부리와 발이 영 걸리네요. 아무리 봐도 중독사 같은데 관리사무소에 얘기하셔서 또다른피해를 막으시는건 어떨지요?

  • 12. 승아맘
    '15.10.31 4:39 PM (183.102.xxx.123)

    저도 두번 그런적있는데요...
    비둘기였는데 하룻밤 지나서 죽었고...한애는 작은 참새였는데 살아나서 날려보냈어요..
    죽고 사는건 그애 몫이지만....내가 도울수 있으면 돕는거죠..
    너무 맘상해하지마세요....

  • 13. 그 가여운새
    '15.10.31 9:05 PM (121.190.xxx.80)

    무지개 다리를건너서 좋은데를 갔을거에요
    님도 훌륭하세요.
    좋은데 갔을거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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