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사춘기 시작하는 아이때문에 마음앓이 하는 엄마들을 위해 제 경험담을 올려봅니다.
우리 같이 힘내봅시다...
중1 외동 딸아이 맘이예요.
또래보다 키만 큰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이 6학년 여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춘기가 오더라구요.
천사같던 아이였고 공부도 곧잘하면서
백점도 맞아오는 어여쁜, 눈에 넣어도 안아픈 그런 아이였어요.
다른 중고딩의 사춘기 이야기들 - 공부안하고 못하고 성질부리고 - 이런 얘기를 들어도
그래 부모가 이해해야지,
하지만 우리 아이는 아닐꺼야, 자알~ 지나갈거야라며 자신했어요.
그만큼 엄마 아빠 말도 잘듣는 아이였어요.
그런데요...
겨울방학부터 무섭게 변하더군요.
방문을 걸어 닫는건 예사이고...
말도 얼굴도 표정도 굳어지고 점점 잔소리에 폭력적으로 변하더군요.
중학교 들어가서 교복을 입고나서 더 많이 변해요.
전 그래도 사춘기니까...그래 성질 부릴 수 있어라며 내심 이해의 폭을 확장했어요...
그러다 1학기 중간고사때 아이 성적이 60,70점에 심지어 40점대도 있더군요.
성질부리는건 참을만한데 성적 나쁜건 못참겠더군요.
그것도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는게 용납하는게, 받아들이는게 참 힘들었어요.
아이와 대판 싸우고 또 싸우고
억지로 영어학원 등록시키고 그렇게 지옥의 나날들을 보냈어요.
아이는 이제 웃지도 않고 방안에서만 지냈어요.
말만 하면 대들며 쏘아 붙이고, 아이돌에만 집착하더군요.
당연 1학기 기말고사도 똑같은 점수를 받았어요.
전 지옥에 있는 듯한 심정이었어요.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하는 <사춘기자녀와의 감성대화>라는 한달짜리 강의도 듣고
죽을듯 살듯 공원에 나가 말없이 눈물흘리며
그래 이 아이가 내 자식이야를 수없이 되뇌이며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학원을 빠지면서 내폰에 학원전번을 수신거절로 해놓고 학원 빼먹는데도
연락을 못받게하는 그런 행동도 서슴치 않더군요.
거기다 아무렇지도 않게, 눈에 보이는 뻔한 무수한 거짓말들은 저를 절망으로 몰아넣더군요.
그렇게 여름방학때 정점을 찍고...
모든 학원 안다니겠다하니 끊고
일체 공부 얘기도 안하고
눈에서 힘빼고 아무 얘기도 안하고 그저 웃지요 밥하지요 하는 심정으로
편안하게 아이를 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두달정도 지난 지금
아이는 이제 방문을 열어놓고 거실에도 나와 앉아 있어요.
아이 학교가 자유학기제가 아니라서 2학기 중간고사를 추석전에 봤어요.
국영수 점수가 1학기때보다 10점씩 더 내려앉은 50~60점대 더군요.
근데 그냥 웃어주었어요.
아이구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점수가 이래서 속상하겠네 ㅋㅋ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나오더군요.
아이는 왜 공부해야하는지 모르겠으니 그냥 놔두래요. ㅎㅎ
언젠가 하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러다 늦게나마 정신차리면 전문대라도 가는 거고...
뭐 이런 마음입니다.
본인 인생인데 어쩌겠어요.
물론 핸폰을 하루종일 보고 있어도 아무런 얘길 안해요.
그저 저 아이는 저런 모습은 내 아이야 하는 마음으로 보거든요.
아무런 원망도 아무런 의미도 담지않은 그저 자식을 바라보는 에미의 심정으로...
그동안 제 눈빛은 말은 안했을뿐
너 왜 그러고 사니
너 왜 공부안하니
너 왜 하루종일 핸펀보니
너 왜그러니 왜그러니
하는 눈빛를 쏘아댔거든요.
아이와 저희 부부의 사이는 참 좋아졌어요.
물론 공부는 여전히 안해요. ㅎㅎ
근데 이제 아무 생각이 안들어요.
그저 건강이 최고야...
이 세상에 공부만 잘하는 아이만 가득하면 어떻게해...너처럼 공부 못하는 안하는 아이도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예요 ㅋㅋ
진심으로요...
변할 것 같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더이상 포악스럽지도 않고
방문도 꽝꽝 닫으며 웅크려있지도 않고
이제는 얼굴 마주보며 얘길 나눌 수 있는 이 현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는 이유는요...
초등맘님들...그때가 제일 이쁘고 행복한 시절입니다.
많은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이 많은 추억을 쌓으세요.
사춘기 오면 내 아이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안그러면 서로의 벽이 칼이 되어 겨누어서 되돌릴수 없게 되요.
일등하는 아이가 있고
중간하는 아이가 있고
꼴등하는 아이도 있어요.
내 아이가 일등하시는 분은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베푸시구요...
중간이나 꼴등하는 아이를 두신 분들은 그 지옥같은 마음을 계속 갖게 되면
아이와 멀어지게 되요, 집은 지옥이 되구요...
그저 받아들이시고 아이가 평범하더라고 건강이 최고이고
그래도 밝게 자라면 이 사회에서 제 역활은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중딩맘인데 너무 사설이 길었을까요?
아이가 사춘기에 입문해서 힘드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