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이어서 써보겠습니다.ㅎㅎ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실은 저희가 전망대 이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주차된 차에 들어가 늦잠이 들었습니다...
꽤 단잠을 자고 두런두런하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오...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벌써 올라오셨네요... 저분들은 가족관광객입니다..
어쩌나... 이몰골을... 고민을 하고 있는데..부릉부릉 관광차도 올라오네요... 웁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지요? 선글라스...
일단 선글라스 장착하고 친구를 깨웁니다..친구도 여지껏 제가 본 모습중 가장 허걱스러운 얼굴입니다... 이친구가 여행내내 풀메이크업에 머리 셋팅까지 하고 다닌 여자인데 말이죠..
선그라스 끼고 나가자...
차문을 열고 내렸습니다... 최대한 시크한척... 당당한척..
칫솔을 꺼내들고 화장실로 고고...
거울을 보니 더더욱 기가 막히지말입니다...히히
양치하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어제 뽀득뽀득 씻었으므로 고양이 세수)
차로 돌아갔습니다... 괜히 한번 하늘도 보고... 아웅 정말 챙피했어요...
그래도 덮었던 담요도 개고... 커피타임 준비를 주섬주섬.. 의자꺼내고 브루스타꺼내고...
그리하여... 한껏 여유잡고 커피에 득음정마당에서 체취해온 방울토마토와... 빵과... 그런것들로 노숙자치고는 꽤 괜찮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날 혹시 땅끝전망대에서 여자노숙자 한쌍을 보신분? 저희 그런 사람 아니예요...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난 단어 하나... 일지암...
이것도 지인 추천목록에 있던 단어입니다... 흠 거기가 어디쯤이었더라...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곳일까? 하면서 메모장을 보니... 오우 거기가 바로 해남 대흥사네요...
이런 노트 안봤음 큰일 날 뻔 했네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대흥사로 갈거랍니다... 땅끝마을은 땅끝이기에 의미가 있었던걸로...
그리고 일출을 보았으므로... 그리고 아직도 제 기억에 엄청난 훈남이었던 편의점 총각도 있었고말이죠..
관광버스가 자꾸자꾸 들어오네요... 어서 여기를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선글라스도도 감당이 안되는 부끄러움이 !
대흥사로 가면서 어젯밤 우리가 공포에 떨면서 지나왔던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어디를 바라보아도.. 그림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네요...
남쪽지방의 벼들은 정말 형언할 수 없게 아름다운 황금색입니다...
사방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안성맞춤으로 깔려있는 황금색(이말로는 부족한 그런 색)의 계단식 논과 푸른 나무와... 집앞에 몇 개씩 놓여 있는 호박덩이들도 그렇고... 연출을 해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나는 길에 갈대인지 억새인지.. 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이젠 짐작이 가시지요... 저희는 잠깐만을 외치며 차를 돌렸습니다..
갈대혹은 억새밭도 좋았지만... 그 논두렁에서 자라고 있는 갓.갓.갓.
우리는 아줌마가 확실합니다. 그쵸?
해남에 같이 오지 못한 친구를 잠깐씩 그리워하며... 이 아름다운 경치를 못본걸 안타까워하며..그렇게 대흥사로 ...
대흥사가 얼마남지 않은 곳에... 푸른소나무와 하얀꽃밭이 넓게 퍼진 곳이 있더군요..
꽃의 이름은 구절초... 여긴 정말 현실의 세계가 아닌 듯 느껴졌습니다.
저희가 내려서 걷고 있는데 경찰관 두 분도 지나다가 차를 세우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시더군요.. 덕분에 저희도 사진한장 부탁드려서 둘이 함께 한 장...
그 무뚝뚝한 남자분들도 차를 세우고 싶을만큼 정말 황홀한 곳이었답니다.
그렇게 황홀한 여정을 지나며 도착한 대흥사는 초의선사를 기리는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이분은 우리나라의 차문화의 시조라고 하더군요..일지암이 바로 이분께서 기거하시던 암자랍니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샛길로 가라고 하던데... 샛길이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네요...
차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는 못들은 것 같은데...일단 고고
그길은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깊은 숲속길이었습니다..
저희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아! 너무 감동스러운 풍경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동안 절경을 너무 많이 봐서 눈이 건방져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젠 어지간한 풍광에는 음 좋구나... 뭐 그런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말이죠...
여긴 또다른 마음을 불러일으켜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겸허해지고.. 작아지면서 순해지는 그런 마음들이 일렁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갔더니 그 길의 끝에 진불암이라는 암자가 있습니다.
암자치고는 규모가 꽤 큰 .... 작은 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암자였습니다...
너른 마당에는 수돗가와 평상이 놓여있고... 암자의 스님도 아래 행사장에 가셨는지...
정말 절간처럼 조용한 절간이었습니다.
평상에 앉아보니... 두륜산 자락이 한눈에 펼쳐져보입니다...
세상에나.... 등산을 잘 못하고 싫어하는 제게는 행운중의 행운이지요...
그렇게 고적하고 조용한 암자의 마당에서... 우리는 띵가띵가 잘 놀았습니다...
스님께 말씀드려서 하루 자고가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에고에고 하지만 우리는 내일은 돌아가야하는 운명이므로...
신발이 벗겨지며 급히 떠나야하는 신데렐라처럼...
그렇게 마음 하자락을 그곳에 놓아두고 내려와야했습니다...
또다시 그 아름다운 숲속을 지나서...
좀처럼 기념품같은 건 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인 친구와 저는 그날 대흥사에서 풍경을 하나씩 사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정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영구보관처리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결국 대흥사 본당은 보지 않고... (다른분들은 꼭 보세요... 저는 사람 많은 곳 트라우마가 있어서..)
대흥사를 나오면 길을 따라 쭉 식당가가 늘어서있습니다..
그중 한 곳을 동시에 선택하여 (우리는 다음생에 결혼해야 할 것 같습니다..히히)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엄격한 훈육관 같습니다... 여기 앉으라고 지시하시는 카리스마가 말이죠...
음식은 맛있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자신감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카리스마입니다...
제육쌈밥을 시켰는데... 정말정말정말 맛있었습니다...
후우~~~~~~~
밥을 먹고 나니 어제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함이 어젯밤의 안개처럼 밀려옵니다...
머릿속이 빙빙 도는 게 마치 술한잔 걸치고 취기가 오르는 그런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운전불가입니다... 친구를 보니... 마찬가지네요...
대흥사 입구에는 커다란 공원을 조성해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놀이기구도 있구요... 그 공원 저기저 끄트머리에 아무도 가지 않는 정자가 하나 있네요...(정자는 정말 소중한 곳입니다.)
우린 거기서 한 잠 자려고 합니다... 두꺼운 돗자리를 깔고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머리가 닿자마자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저보다 늦게 잠든 친구는 제 코고는 소리를 들었고... 저는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우린 서로 “너 코까지 곯면서 자더라...”이러고 놀려댔지요..
이럴 땐 나이먹음이 싫지 않습니다.. 2-30대 꽃다운 나이였다면 할 수 없는 일을 이렇게 뻔뻔하게 하니 말이죠....
그렇게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동안.. 다른 얘기 하나 할게요
부안 왕포에서 정말 신나게 먹어댔던 꽃게가 못내 미안해서...
오늘 점심으로 꽃게찜을 해주었습니다...(작은 놈이 말년휴가를 나왔거든요...)
두녀석이 밥추가를 해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 미안한 마음이 좀 풀리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꽃게의 크기며 싱싱함은 비교불가지요...
막간을 이용해서 저희집 꽃게 먹는 법을 한번 얘기해 볼려구요..
일단 싱싱한 꽃게를 등딱지를 분리하고 모래주머니도 제거해서 다리는 모두 절단합니다..
다리는 아들놈들이 성실하게 발라먹지 않아서 따로 모아 냉동실에 넣어놓고 라면이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습니다.
몸통은 절반으로 자르구요.. 냄비에 등딱지를 먼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몸통 절단면이 위로 오도록 예쁘게예쁘게 세워줍니다.
여기에 양념간장을 뿌려서 재워주는데요..
양념간장은 간장, 양파다진 것(2키로에 보통양파 반개정도), 마늘다진 것(요건 아주 조금만) 그리고 후추살짝, 너무 맵지않은 고추도 다져 넣으면 좋아요...거기에 소주(비린내도 날려주고 간장의 짠맛도 잡아주고...)를 섞어서.. (간장을 먹어봐서 짜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만)
이 간장을 몸통 절단면에 잘 뿌려줍니다.. 그렇게 한 두시간 재워둔 후 몸통에는 닿지 않도록
물을 반공기정도 바닥에 붓고 끓여줍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서 수증기로 게를 익히면 끝! 이렇게 먹으면 등딱지에 밥비벼먹기도 좋고... 많이 느끼하지도 않아서 좋아요.
바닥에 고인 간장양념은 버리지 마시고 밥한번 더 비벼드시는 센스!
간장게장의 끓여먹는 버전이라고 하면 좀 비슷할려나요?
뭐 다 입맛이 다르니까... 취향에 안맞으실 수도 있지만... 저희식구들은 이렇게 해주면 정말 좋아하면서 먹더군요...
자 딴소리는 여기까지 하구요... 낮잠에서 깨어난 저희는 이제 구례로 갈겁니다...
맨날 말로만 듣고 잡지에서 보고 방송에서만 보던 섬진강을 보려구요....
오늘은 토요일이므로 구례의 어떤 곳을 전화로 예약했습니다... 아까 갈대밭지날때쯤이요...
떠나기 싫은 해남을 뒤로 하고 저희는 은빛 모래톱을 가진 섬진강을 꿈꾸며 구례로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