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3년차구요,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아기가 하나 있어요.
연애결혼 했지만 남편네 경제상황 정확히는 몰랐어요.
결혼하고 살다보니 감추시는건지 정말 없는 건지 애매한데
집 한채와 근근히 먹고 살게 해주는 장사 하고 계시고 시부모님 연세는 60대 초중반.
결혼할 때도 물론이거니와 결혼 이후에도 아기를 낳고도 경제적 도움은 일절 없습니다.
아기 낳고 배넷저고리 한 벌 사주셨고 임신기간 내내 찾아뵙고 집에서 먹는 밥 빼고는
고기 한 점을 얻어먹지 못했네요.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한 거 억울하다 생각한 적 없고, 인색하신 것도 괜찮아요.
결혼생활 하면서 시어머님이 넌지시 뭐 갖고 싶다고 하신것들 저도 못 들은체 했으니까요.
그런데 결혼 전 부모님 속 꽤나 썩인 시누이가 결혼하고 나서는 갑자기 효녀로 돌변해
부모님에게 효도하며 오빠는 결혼하더니 바뀌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요.
어쨌든 그것까지도 저는 상관없는데 가끔 돈 드는 효도를 같이 하자고 할 때가 있어요.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꼭 해드려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남편 통해서 거절했구요.
최근 시누이가 남편에게 메세지로 시부모님 보험료를 같이 낼 수 있냐고 하면서
저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용서"라는 건 제가 잘못했을 때 상대방이 저에게 할 수 있는 행위인데
제가 결혼 초 시어머니께 제 의사를 명확히 밝힌 적이 있어요.
아침 출근길에 전화하셔서 노발대발 하시길래 예의바르게 저 하고 싶은 말 드렸고,
그 이후로 저나 시어머님이나 서로 얼굴 볼 때에는 적당히 가족으로서 거리감 갖고 무난히 지냅니다.
어쨌든 저는 용서받을만한 일을 시누이나 시어머니에게 한 적이 없습니다.
남편이 어떻게 우리 부모님만 보험료를 내드리자고 하냐, 지금 아기 낳고 일방적으로 처가댁에서만
경제적이나 물리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어서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시누이는 언니네는 준비 다 되어 있을 것 아니냐며 자기도 시댁에서만 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여자고 전업이니 이런 일은 오빠가 좀 나서달라구요.
저희 부부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굳이 따지자면 그래도 번듯한 집 한채는 갖고 계신
시부모님 보험료를 저희가 왜 내야 하는지도 의문이구요.
결정적으로 친정부모님이랑 시부모님은 아이 낳고 나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납니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말 남편이 자식 맞나? 싶을 정도에요.
평소에 시아버님은 보험사 그것들은 다들 도둑놈이라는 생각으로 그 연세까지 보험 하나 들지 못하게 했다고 하네요.
남편이요... 제가 정말 인간적으로 마음이 끌려서 결혼하긴 했는데
학벌, 직장, 집안, 외모 저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고 육아휴직 중이긴 하지만 벌이도 제가 좀 더 낫습니다.
남편이 벌어오는 200 초반 수입에 지금 제가 휴직 중이라 일단 제가 알기 전 남편이 지금은 좀 어렵겠다고
시누이에게 말해둔 상태이긴 한데, 막상 이런 상황에 열받다가도 아플 때 대비하자는 건데
내가 너무 박하게 생각하나 싶어 마음이 좀 힘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