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을 올리고..
공감해주신 댓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감사드립니다. 계속 이야기를 해볼까요^^
달려가던 길에서 발견한 마을로 우리는 차를 돌려 내려갔습니다.
마을은 언듯 새색시 같기도 했지만 들여다 보니... 수줍어 하는 고운 어머니같기도 합니다.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작고 오래된 담벼락에 예쁜 그림도 그려 놓았더군요..
화려하지 않게.. 작고 조그맣게 속삭이는 그림들이었습니다...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가는 골목길을 걸으며... 아마 똑같이 떠올린 건 어린날의 따스함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골목골목을 누비는 팔자 좋아보이는 세명의 아줌마를 마을 어르신들도 저만치서 자꾸 살짝살짝 쳐다보시네요..ㅎㅎ
마을 언덕을 다 오르니..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건데 우리나라는 좋다고 느껴지는 곳에는
정자가 꼭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곳에..) 저기서 점심을 먹는 게 좋겠다고 의견일치를 보고있는데...
오른쪽 앞다리가 덜렁거리는 개가 저희를 보고 짖습니다. 다가오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고 말이죠...
저희 집에도 개가 있으므로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저런 녀석들은 무심히 대해주는 게 상책입니다.
일부러 못 본 척하며.. 계속 걸으며 보니.. 이 마을에 감나무가 참 많네요...
그리고 길가에 갓이 자라고 있습니다. 아마 밭에서 키우는 갓에서 씨앗이 날아와 자란 것 같습니다.
제 친구 두명은 쌈귀신입니다... 길가에 갓을 보더니 몹시 흥분을 해서는 "저걸 따서 쌈싸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를 연신 외쳐댑니다. 이파리를 하나 꺾어보니.. 아! 향이 정말 죽이네요.
그러다가 정자 옆집의 주인어른을 만났습니다. 저희는 시골마을에서 만나는 분께는 무조건 인사를 합니다.
왜냐구요? 글쎄요. 그냥 그렇게 되더라구요...
주인어른은 밭에 있는 갓하고 열무를 뜯어먹어도 좋다고 허락해주셨답니다...
쌈귀신 두명은 신이나서 갓하고 열무를 뜯어왔지요.. 다른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에구 벌써 잊어버렸네요)
채소들을 씻으면서 그댁 안주인도 만나서 어디서 왔는지.. 셋은 친구사이인지.. 그런 질문들 받았지요.
저는 아까 우리에게 몹시 짖어대던 개의 다리가 왜 저리 되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자기들을 보고 짖어대니 해꼬지를 한 것 같다네요... 앞다리가 부러졌다고...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습니다... 차마 그녀석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저희 점심메뉴속에 있던 우럭을 건져서 슬며시 밀어주었습니다... 미안하구나 멍멍아...
정자에 앉아 밥을 먹는 우리들에게 안주인께서 예쁜 감 다섯개를 가져다주십니다..
절대 절대 감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고 아까아까부터 저희는 이곳에서 금방 떠나기 싫었습니다.
안주인께 혹시 이마을에 민박을 할 수 있는 집이 있을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민박을 업으로 하시는 댁은 없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가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재워주시는 경우가 있다고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주시네요...
저희는 예쁜 서울아짐 세명이라는 안주인의 소개 덕분에 할머니께 승낙을 받았습니다
정자에서 기다리니 할머니가 오셨지요...
할머니를 따라 간 대문에서부터 저희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할머니댁은 정말 정말 저희들 마음에 쏘옥 들었습니다.
일단 많이 낡은 집이 아니었고... 마당에서 바다가 보였으며.. 할머니가 무지하게 깔끔하시고 멋쟁이라 집도 그리하였답니다.
저희들의 어마무시한 짐보따리를 보시고 할머니도 무지하게 놀라시더군요...
짐을 들여놓고 맘에 드는 방 아무데서나 자라시는 명령에 따라 세개의 방중에 하나를 골라잡았습니다.
이불도 맘대로 거내 덮으라셔서 장농을 열어보니... 이렇게 정갈하게 정리된 시골집 장농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베게도 켜켜이 신문을 깔고 사이사이 방향제도 넣어놓으시는 센스까지!
아무튼 우리는 오늘 로또당첨된 것 같았습니다 ㅎㅎ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엄니->요무렵부터 호칭이 엄니로 바뀌었다는...
한명은 방에 들어가 누웠고, 저하고 다른 친구는 슬슬 어슬렁거리러 집을 나섰습니다.
엄니 집 앞에는 커다란 모텔이 있는데..하! 정말 맘에 들지 않는 모양새의 모텔입니다. 그려..
이렇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하며.. 눈을 살짝 찡그려주고서
다른쪽을 보니.. 무언가 작은 물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계시더군요... 여쭈어보니 전어젓갈을 담그시는 중이라고...
이곳에서는 전어젓갈을 쓰신다네요...
작은 전어들을 소금에 버무려 통에 담아 3년을 묵히면 먹을 수 있다네요..
멀리 방파제가 보이길래 친구랑 발길을 그쪽으로 돌렸습니다.
작은 고깃배들이 드문드문 있는데 배 한척에서 여러분이 작업을 하고 계시네요...
심심해서 어슬렁거리는 저희에겐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죠... 다가가보니 꽃게잡이배입니다.
그물에 걸린 꽃게들을 빼내는 중이시더라는....
제가 제가 꽃게 귀신입니다... 흐헉! 게다가 꽃게의 크기가 입이 떡벌어지게 큽니다..
이럴때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반사적,본능적으로다가
"저기 꽃게 좀 파실 수 있을까요?" 작업하시던 아주머니가 안판다네요...
ㅠ ㅠ 최대한 불쌍하고 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그랬더니 남자분이 3킬로이상만 팔겠다고 하시네요..
사실 좀 귀찮으신 것 같았습니다. 3킬로그램... 좀 많다 싶었지만.. 무조건 콜입니다.
지갑을 가지러 냅다 뛰었습니다. 엄니댁으로..
부지런히 (정말 가버리실까봐 조바심이 나더라는) 가보니 식사중이셨습니다.
밥먹는 동안 저기 바지선에 한번 올라갔다 와보라는 명령을 받잡아 친구와 둘이 바지선에 올라가서 사진찍기 놀이를
했지요... 돌아와보니 1킬로그램에 만오천원인데. 거스름돈도 없고 성가시니 오만원어치라며 꽃게를 내어주십니다.
뭐 어쩔 수 없이 콜이지요... ㅎㅎ 울동네 마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래 아닌가요...
그래도 감지덕지 기념사진까지 찍어가며 꽃게를 들고 엄니댁으로 고고씽... 제입안에는 자꾸만 침이 고이고 있었답니다.
"엄니 꽃게 샀어요... 근데 양념을 좀 빌려주셔야 할 것 같으네요" 어머어머 이런 변죽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엄니는 직접 쪄주실려고 하셨다면서 양념은 얼마든지 쓰라고 해주셨어요...
친구둘은 살아있는 꽃게는 다듬지 못한다면서 도망가고, 꽃게귀신인 제가 몽땅 샤삭 손질을 하였죠...
그 왜 그 마당의 수돗가에서 말입니다.. 막 물이 튀어도 괜찮고... 비린냄새도 금방 사라져버리는 그런 마당의 수돗가에서요..
친구 한명은 호스를 붙들고... 쌈귀신 친구는 엄니 텃밭의 상추나무(삼시세끼의 상추나무 보셨죠?) 를 드디어 수확해드리고...열무도 솎아드리고...그렇게 떠들석하고 왁자지껄하게 식사준비를 했습니다.
저희집에서는 꽃게를 간장양념을 슴슴하게 해서 익혀먹는데요.. 그냥 찌는 것보다 덜 느끼해서 많이 많이 먹을 수 있답니다.
엄니는 꽃게가 흔한 곳의 엄니답게 등딱지는 버리라고 하셨지만... 아이고 이걸 왜버리냐며.. 꽃게귀신은 등딱지를 다 챙겼답니다. 엄니가 내주신 커다란 냄비에 양념한 꽃게를 익히고...
상추나무에서 딴 상추와 열무를 곁들이고
거기에 엄니표 전라도 김치와 오이짱아지까지 더해진 최고의 밥상이 완성되었습니다.
꽃게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우리남편과 아들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저는 꽃게를 먹느라 무념무상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녁상을 치우고 셋이서 저녁산책을 하러 나갔답니다. 저멀리 바다위가 석양에 물들고 하나둘 켜지는 마을의 가로등은 모두 오렌지빛 (이걸 무슨등이라고 하던데말이죠)이었습니다. 그래서 밤풍경은 너무너무 다정하고 섹시하더군요..
까만 밤바다와 오렌지색 가로등이 군데군데 켜져있는 작고 아담한 어촌마을....
아! 근데 저 모텔은 대낮같이 환하게 엘이디로 띠를 만들어 켜고 있더군요...
부안군수님! 저건 좀 어떻게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뭐 허가를 취소하진 못해도... 엘이디만은 제발...
정말 너무해욧! 새만금다리에서 다음으로 저희들이 엄청 흥분해서 욕했던 그곳입니다..ㅎㅎ
엄니는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켜놓으신채로 주무시다 깨시다를 반복하시고...
저희는 따뜻한 방에서 행복한 잠을 청했습니다.
엄니 저희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요... 깨우지 마셔요...
엄니는 정말로 저희들 깰까봐 살금살금 움직이셨나봅니다...
실컷 잘 자고 일어났답니다... 엄니옥상에서 보는 일출이 예술이라는데... 쩝.. 늦잠꾸러기들은 일몰을 사랑한다는..
하지만 옥상의 전망을 포기할 수는 없죠...
주섬주섬 의자랑 기타등등의 장비를 끌고 지고 옥상으로..
엄니는 기가 막시신 얼굴로 쳐다보시고... 저것들이 뭐하는 거다냐... 딱 그표정이셨습니다.
옥상에서 커피를 내리고 일산서 사온 빵을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데우고
계란후라이도 하고.. 어제 얻었던 감도 깎고... 초록색 옥상에서의 아침식사입니다...
바다를 바라 보고 앉아... 셋은 말이 거의 없었습니다... 말이 필요치 않은 순간도 있지요..
이런 행복감은.. 정말 소중한 거니까요...
그렇게 옥상에서 한시간여를 노닥거리고... 내려와서..씻고 짐을 싸고... 나그네는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점심을 먹고 가라는 말씀에 어제 좀 남은 꽃게도 있고... 쌈도 있고 해서 다시 밥상을 차립니다.
맛있다고 먹는 저희에게 엄니는 김치도 싸주시고, 오지짱아치도 통째로 주십니다... 다니면서 먹으라고..
사양을 하는척하다 덥석 받아버렸다는....
엄니께 부탁해서 전어젓하고 부안새우젓(여기 새우젓은 새우가 정말 작더군요 마치 갈아놓은 것 같았어요)을 사서
차에 싣고 진심을 가득담아 엄니를 안아드리고 다시 떠납니다... (있다 낮에 엄니한테 전화한통 드려야겠어요.. 잘 돌아왔다고 말이죠... 엄니 번호도 따왔다는.. )
며칠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정말 굴뚝 같았습니다... 여긴 내년봄에 우리 식구들 모두 데리고 한번 올거예요.. 꼭
다음은 담양을 향해 달립니다...
왕포마을 이야기로 오늘은 이만...
오늘 마트에서 갓을 보고 반가와서 두단 사왔는데...
김치담그면서 보니 아무리 코를 갖다대도 영 시원치 않은 향이 감질나더군요...
아이고 그 노지에서 뜯어먹은 갓은 고추냉이처럼 코를 뻥 뚫리게 하는 강력한 향이 있었건만...
그래도 갓김치를 담궜습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