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건물이 외부인 출입도 잦고 경비실도 없어서 한 마디로 관리면에서는 답없는 건물입니다.
여자화장실도 어두컴컴하고 천장 일부도 뚫려있고 해서 항상 찜찜했어요.
화장실이 두 칸 짜리인데 항상 옆 칸에 누가 있나 확인하고 그랬어요.
그 날도 화장실 옆 칸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고 들어갔는데 인기척이 너무 없어서 가만히 서 있어 봤는데
칸막이 뒤쪽 아래로 핸드폰이 쓱 들어오는 거예요. 정면을 보고 앉으니까 시선이 안 가는 쪽이요.
그래서 얼른 뛰어나가서 그 쪽 칸에서 못 나오도록 몸으로 막고 덜덜 떨면서 112에 전화를 했어요.
그 와중에 화장실 가던 여자분들이 몇 분 올라오셔서 도움을 요청하고 밖에 서 있는데
안에서 남학생 목소리가 들리면서 자기는 여기 휴지만 가지러 들어왔다고 그러더라고요.
5분 정도 지나서 경찰들이 오고 경찰차 타고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 쓰고,
그 학생 부모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고 다시 경찰차 타고 관할 경찰서로 이동했어요.
그 녀석은 파출소 이동하면서 경찰들에게 범행을 인정은 했더라고요.
경찰서부터 그 학생은 보호자 올 때까지 대기하고 저는 여자라서 성범죄 전담 여성형사하고 분리된 공간으로
가서 진술서 다시 쓰고 심리상담 필요하면 연결해준다는 안내같은 거 받고요.
진술서 쓰다가 약간 맘 약해져서 용서해줄까 했더니 여자형사분이 그러면 안된다고,
화장실에서 이보다 더 나쁜 일들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용서하면 안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그 때 법이 바뀌어서 피해자가 합의해줘도 신고가 들어가면 무조건 처벌되더라고요.
한 두달 뒤쯤 초범이고 학생이라 기소유예에 사회봉사 100시간 정도 나온 결정문인지 뭔지를 받고 끝났어요.
경찰들이 출동은 빨리 했는데 어이없게 경찰서까지 그 녀석이랑 저랑 같이 태워갔다는 거 -_-;;;
그 때 얼굴 외워서 길 가다 한번 마주쳤는데 기억나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황당했던 건 그 놈 부모 반응이었어요.
남자애가 호기심에 한 번 그래본건데 뭘 그렇게 신고까지 하고 난리냐! 이랬다죠.
강남 한복판 자사고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지금 그 부모 다시 생각해도 욕 나오네요.
다들 공공화장실 이용할 때는 꼭꼭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