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침에 출근해서 쓰레기를 정리하다보니까 까만 봉지가 눈에 띄더라구요.
워낙에 별의별 쓰레기들을 다 버리는데다 낮에는 사람들 눈이 있어서 그런지 덜한 편인데 밤에는 차안에 쌓아놨던 쓰레기
들을 왕창 갖다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정리하다보면 화가 날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 빼고는 봉지에 묶여있으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봉투가
이상하게 무거운 거에요.
열어보니 까만 봉투가 있는데 살짝 보여서 보니까 아기 기저귀더라구요.
처음엔 한봉지씩 몰래 조금씩 버렸겠죠.
그러더니 꾹꾹 눌러담아서 두봉지를 버렸는데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안그래도 종량제 봉투를 눌러담아서 20미터 정도를 들고가서 버려야 하는데 들고가는것도 너무 무겁고 짜증이 나는거에요.
그래서 점주님한테 말씀드렸죠.
누군지 한두번도 아니고 찾아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얼마후 출근하니까 점주님이 누군지 알았다고 얘기하시더군요.
편의점에 가끔 오는 아기 엄마인데 마침 몰래 버리고 가는걸 발견해서 얘기를 했대요.
그랬더니 집안 사정이 안좋아서 그랬다고,남편이 실직 상태라 아기 분유 사먹일 돈도 없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사정하더래요.
맘약한 점주님,다음에는 밖에 놔둔 쓰레기통에 그냥 막 버리지말고 종량제 봉투에 넣으시라고...ㅜㅜ
사정 얘기를 들으니 불쌍한데 도와줄 길은 없고 이거라도 봐주자 하시네요.
그 쓰레기 정말 무겁거든요.
완전 꾹꾹 눌러담아서 버렸는데 100L짜리 봉투가 들기 무거워서 질질 끌고갈 정도에요.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장난아닌데...
한번 봐줬으니 계속 그럴거 같은데 그 아기엄마 사정이 정말이라면 안됐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왜 한번도 본적 없는
아기 엄마의 기저귀 봉투까지 버려줘야 하는걸까요...
마음약한 점주님한테는 조금 서운하고 아기 엄마를 생각하면 안됐고 기분이 좀 그렇네요.